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6주간 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02-12 조회수1,849 추천수11 반대(0)

동창 신부님 중에 운동을 잘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탁구, 테니스, 스키를 거의 선수 정도의 수준으로 잘 합니다. 저는 흉내는 내지만 동창 신부처럼 잘 하지 못합니다. 동창 신부와 저는 딱 하나 차이가 있었습니다. 동창 신부는 시간이 걸려도 먼저 기초를 잘 익히는 것입니다. 꾸준히 기초를 익히면 길이 보이고, 길이 보이면 쉽게, 편하게 운동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기초를 충실하게 하지 않으면 몸에 무리가 오고, 운동을 하지만 실력이 늘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기초를 제대로 배우지 않고 먼저 운동을 하면 나쁜 습관이 굳어져서 어느 정도는 하지만 어려운 단계로 나갈 수 없다고 합니다.

 

초대교회의 순교와 신앙을 다룬 영화중에 ‘Quo Vadis Domine’가 있습니다. 이 말의 뜻은 주님 어디로 가시나이까?’입니다. 베드로 사도는 복음을 전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고, 박해의 두려움과 공포가 너무 커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갈 결심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저 앞에 주님께서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주님께 이렇게 말을 합니다. ‘주님 어디로 가시나이까?’ 주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나는 로마로 갈 것이다.’ 이 말씀에 베드로 사도는 다시금 용기를 내고,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마저 던져 버리고 주님과 함께 로마로 가서 순교하였다고 합니다. 베드로 사도에게 이제 어디로 가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주님과 함께라면 그곳이 어느 곳이든지 상관이 없었습니다.

 

지난주에 동창 신부들과 함께 며칠 동안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휴가를 떠나는 장소도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휴가를 누구와 함께 가느냐!’도 중요합니다. 마음이 맞고, 뜻이 통하고, 오랫동안 우정을 함께 나누었던 동창 신부들과의 휴가는 어디를 가도 즐겁고 재미있는 휴가이기 때문입니다. 가는 곳이 비록 생각보다 아름답지 않았다고 해도, 교통이 불편했다고 해도, 고생을 했다고 해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그것도 추억이고, 즐거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일은 인사이동이 있는 날입니다. 신부님들은 이제 정들었던 본당과 임지를 떠나서 새로운 곳으로 가게 됩니다. 사제생활을 하면서 자주 겪게 되는 일이지만 정든 곳을 떠난다는 것은 언제나 부담입니다. 새로운 곳에서 적응을 하는 것도 또한 긴장입니다. 그러나 사제들이 아무런 조건 없이 새로운 곳으로 향해 가는 것은 주님과 함께 가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함께 하시면 그곳이 어느 곳이든 가야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야고보 사도는 먼 길을 떠나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을 합니다. “나의 형제 여러분, 갖가지 시련에 빠지게 되면 그것을 다시없는 기쁨으로 여기십시오. 여러분도 알고 있듯이, 여러분의 믿음이 시험을 받으면 인내가 생겨납니다. 그 인내가 완전한 효력을 내도록 하십시오. 그리하면 모든 면에서 모자람 없이 완전하고 온전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신앙인들에게 어디에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있느냐!’가 더 중요할 것입니다. 주님과 함께하는 삶은 그곳이 어느 곳이든 이미 행복한 삶이고, 이미 은총의 삶이기 때문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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