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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매일묵상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8-02-12 조회수2,083 추천수6 반대(0) 신고

 

 

돈이 많다고 부자는 아니잖아요?

 

 

우연히 작년 가을 방영된 인간 극장에 등장한 중2 농부 한태웅 군의 스토리를 보았습니다. 기특하기도 하고 특별하기도 해서 혼자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해맑은 사춘기 소년이지만, 새마을 모자에, 농사용 장화에, 느릿느릿한 말투에, 영락없는 중견 농사꾼이었습니다.

 

 

장래 희망은 할아버지 같은 멋진 농부랍니다. 꼭 갖고 싶은 것은 힘좋은 트랙터랍니다. 피곤해서 잠시 드러누워 있는 아버지를 향해, 일거리가 저렇게 산더미 같은데, 이렇게 누워있으면 어떡하냐며 호통을 칩니다. 직접 기른 닭과 계란을 동네 어르신들에게 배달해드리고, 팔아서 할아버지 할머니 용돈도 드립니다.

 

 

다음의 말을 중2 짜리가 한 말이라면 믿으시겠습니까?

 

 

돈이 많다고 부자는 아니잖아요? 돈만 많으면 뭐해요? 행복해야지. 농사도 짓고 가축도 키우면서 대농(大農)이 되고 결혼해서 지금 계신 가족들과 행복하게 사는거, 그게 제 목표예요.”

 

 

2백평, 한 마지기 논으로도 대농이 될 수 있고, 염소 다섯 마리로도 대농이 될 수도 있어요. 혼자 돈 갖고 혼자 살면 뭐해요? 저는 먹고 살 만큼만 벌고, 남한테 욕 안 듣고, 제가 남들에게 베풀면서 가족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자신도 모르게 경제지상주의나 물질만능주의에 푹 젖어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큰 경종을 울리는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치 마법에라도 걸린듯이 은연 중에 돈이면 다라는 천박한 자본주의 논리의 덫에 묶여있는 우리가 귀담아 들을 말입니다. 어떻게든 이웃을 밟고 올라서겠다는 살벌한 야수의 눈빛으로, 바벨탑 쌓아올라가듯, 끝도 없는 재물의 탑을 쌓아가는 사람들, 정말이지 귀여겨 들을 말입니다.

 

 

그 모든 수모 당해가면서, 청춘과 평생을 바쳐가면서 쌓아올린 그 허황된 탑, 그러나 그 재물 한번 마음 놓고 써보지도 못하고, 식물인간으로 누워계신 분들의 얼굴도 떠오릅니다. 탑을 쌓아올리는데만 혈안이 되어 있지, 절대로 이웃들의 고통스런 얼굴을 돌아볼 여유가 없이 살다가 죽음을 목전에 둔 분들의 얼굴도 떠오릅니다.

 

 

야고보 사도의 말씀도 우리들의 폐부를 깊숙히 찌릅니다.

 

 

비천한 형제는 자기가 고귀해졌음을 자랑하고, 부자는 자기가 비천해졌음을 자랑하십시오. 부자는 풀꽃처럼 스러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해가 떠서 뜨겁게 내리쬐면, 풀은 마르고 꽃은 져서 그 아름다운 모습이 없어져 버립니다. 이와 같이 부자도 자기 일에만 골몰하다가 시들어 버릴 것입니다.”(야고보서 19~11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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