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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 공석 신부님의 강론(재의 수요일 2018년 2월 14일).
작성자강점수 쪽지 캡슐 작성일2018-02-12 조회수2,408 추천수1 반대(0) 신고

 

재의 수요일 2018214.

  마태 6, 1-6, 16-18.

 

초기 그리스도신앙인들은 부활 축일을 앞두고 사흘을 단식하고 기도하며, 이웃에게 자선을 베푸는데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 세 가지, 곧 단식과 기도와 자선을 실천하며, 그들은 예수님의 부활에 그들도 참여한다고 믿었습니다.  4세기 초, 로마제국이 그리스도신앙의 자유를 허락하자교회는 그 사흘의 실천을 40일로 늘렸습니다그것이 오늘의 사순(四旬) 시기입니다그들이 40일을 택한 것은 예수님이 광야에서 40일 동안 단식하셨다는복음서의 기록이 있고그들도 예수님의 그 고행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담아서 결정한 일이었습니다.

 

사순 시기의 역사가 그렇게 긴 반면재의 수요일 역사는 짧습니다. 모든 신자들에게 재를 뿌리는 오늘의 전례(典禮)15세기부터 시작하였습니다재는 허무함을 상징합니다오늘 전례에서 우리는 머리에 재를 뿌리면서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는 말씀을 듣습니다그것은창세기(3, 19)에서 가져온 말씀입니다하느님을 외면한 인간이 자기 스스로를 선과 악의 최종 기준으로 삼고자 하였을 때하느님이 인간에게 하셨다는 말씀입니다. 인간을 창조하실 때하느님이 그 안에 불어넣으신 하느님의 숨결이 사라지면흙이나 재와 같이 허무한 인생이 된다는 말씀입니다우리는 세례를 받을 때, 허례허식을 끊어버리고하느님의 숨결곧 성령을 모시고 살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사순 시기는 그때 한 그 약속을 마음속에 되새기며성령이 우리 안에 하시는 하느님의 일을 우리가 실천하며 살겠다고 다짐하는 시기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숨결이 우리 안에 주어졌다는 사실을 쉽게 잊어버립니다우리는 우리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며, 우리를 기준으로 모든 일을 판단하고자 합니다나의 편안함과 나의 미래가 보장되어야 합니다우리가 일반적으로 성공한 삶이라고 말할 때, 그것은 우리 자신과 우리 주변을 잘 가꾸어서, 우리 자신이 중요하게 평가되게 처신한 삶을 의미합니다우리 자신이 주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그들의 중심이 되어 살 수 있을 때우리는 성공하였다고 말합니다. 그것을 위해 우리는 재물도 모으고,  지위도권력도 얻으려 노력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찾는 것도하느님의 힘을 빌려 우리 삶의 성공을 거두기 위한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우리가 성공해서 훌륭한 사람으로 대우받도록 해 주는 하느님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오늘 머리에 재를 뿌리는 것은 우리 안에 하느님의 숨결이 살아 계시지 않으면우리는 재와 같이 헛된 존재라는 사실을 고백하는 것입니다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는 인간입니다. 하느님이 창조하실 때,  우리에게 주신 당신의 숨결을 우리의 삶 안에 살아 계시게 하여하느님의 자녀 되어 살겠다는 결심을 유도하는 오늘의 전례입니다.

 

창세기2장은 하느님이 진흙을 빚어 사람의 모상을 만드시고, 그 코에 당신의 숨결을 불어넣으셨더니살아 있는 인간이 되었다고 말합니다그 인간이 하느님을 외면하고자기를 중심으로 선()과 악()을 판단하는 사람이 되고자 하였습니다그 사실을 창세기는 인간이 선과 악을 알 수 있는 나무 열매를 먹었다고 말합니다그러자창세기는 하느님의 입을 빌려 흙에서 난 몸이니 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합니다인간이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살면하느님의 숨결이 사라지고 흙에서 난 인간밖에 남지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요한복음서는 부활하신 예수님이 발현하셔서 제자들에게 숨결을 불어 넣으셨다(20, 22)고 말합니다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의 숨결로 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우리는 예수님이 하신 일들을 실천하면서 그분의 숨결을 삽니다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고당신 한 사람을 위해 살지 않으셨습니다그분은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면서 하느님의 일곧 주변의 생명들을 고치고, 살리고, 용서하는 일을 하며 사셨습니다예수님은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실천하다가 당신 목숨을 잃기까지 하셨습니다.

 

사순(四旬) 시기는 예수님의 숨결이 우리 안에 살아 계시게 하여, 우리도 하느님의 자녀 되어 사는 길을 배우는 시기입니다그것을 위해복음서가 기록될 당시부터 사람들에게 권장된 것이 단식, 자선, 기도입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복음도 이 세 가지를 가식(假飾) 없이진실 되게 실천하라고 말하였습니다하느님이 우리 삶의 중심에 살아 계시게 하는 데 필요한 세 가지의 수행(修行)입니다.

 

단식은 모든 종교에 있는 수행입니다.  단식은 먹고 마시던 일상의 일을 잠시 중단하는 것입니다먹고 마시는 일상적인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우리 인생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수행입니다함께 계시는 하느님이 우리 삶의 참다운 보람이라는 사실을 우리로 하여금 자각(自覺)하게 합니다이 지구상에는 많은 생명이 아직도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습니다일시적으로라도 그들의 고통에 참여하며그들도 우리와 함께 하느님의 자녀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수행이기도 합니다.

 

자선은 하느님의 자비를 실천하는 수행입니다우리 안에 하느님의 숨결이 살아계신 사실을 자각하고그분이 하시는 일을 우리도 실천하는 것입니다하느님이 베푸시는 분이라, 우리도 그 베풂을 실천하는 것입니다그것은 예수님이 하신 일이었고, 그분의 숨결이 우리 안에 계셔서 나타나는 실천입니다우리가 베푸는 것은 돈이나 물질만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소중한 시간, 우리의 정성, 우리의 지식과 기술도 우리가 이웃을 위해 베풀 수 있는 좋은 것들입니다. 각자 자기만을 생각하고 바쁘게 사는, 삭막하고 살벌한 이 세상에서, 이웃에게 친절하게 또 따뜻하게 다가가는 것도 훌륭한 베풂의 실천입니다.

 

기도는 하느님의 숨결이 우리 안에 주인 되게 교감하는 시간입니다하느님의 자비가 우리 안에 흘러들게 하는 시간입니다우리 마음속에 살아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우리 마음속에 죽어 있는미워하는 사람들을 모두 하느님에게 보여드리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이 당신의 크신 자비와 사랑으로 그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시도록, 그들을 하느님에게 내어 맡기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오늘 재를 머리 위에 뿌리면서, 우리가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합니다우리 스스로를 우리 삶의 중심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 마음에 새롭게 새깁니다. 우리는 오늘 하느님에게 기도합니다.  하느님이 오셔서 우리의 중심이 되시고, 우리의 숨결, 곧 우리의 생명이 되어주시도록 기도합니다하느님이 아버지로 우리와 함께 계셔서, 우리가 그분의 생명이 하시는 일을 배우고 실천할 것을 마음다짐 합니다.

                                                                                      서 공석 신부님의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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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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