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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사순절의 목적
작성자김리원 쪽지 캡슐 작성일2018-02-17 조회수2,493 추천수3 반대(0) 신고

 




2018년 나해 사순 제1주일
 
< 예수님께서는 사탄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천사들이 그분의 시중을 들었다. >


복음: 마르코 1,12-15






하느님의 아들이며 말씀이신 그리스도


(1540-1550), 모스크바 크레믈린 Cathedral of the Sleeper

 

 

부부 사이가 좋지 않던 가정에서 아내가 미사에 다녀오고부터 남편을 대하는 자세가 매우 좋아졌습니다. 남편은 오랜만에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궁금해졌습니다. 주일 이후이기에 신부님의 강론에 감동을 받은 것을 직감했습니다. 그래서 다음 날 남편은 과일을 사들고 신부님을 찾아갔습니다.

“신부! 감사합니다. 덕분에 행복합니다. 아내가 강론을 듣고 감동을 받아 저한테 무척 잘해줍니다. 주일 강론의 내용이 무엇이었나요?”

그러자 신부님은 난감해하며 대답했습니다.

원수를 사랑하라 ...”

 

부부를 네 자로 하면 평생 원수라고 합니다. 왜 기껏 결혼하여 평생 원수가 될까요? 그리고 그 말에 공감을 하는 부부들이 왜 그리도 많을까요? 이는 그만큼 부부로 함께 살아가는 것이 어렵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관계 안에서 하느님께서 원하신 목적이 있지 않을까요? 아마도 주님은 부부들을 보며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명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수많은 사람들과 하늘 나라에서 영원히함께 사랑하며 살 수 있겠느냐?’

하늘 나라는 사랑으로 행복한 나라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사랑이라고 하는 것은 호르몬 작용만이 아니라 의지적인 사랑을 더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하늘 나라로 들어갈 자격증은 원수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랑의 능력을 키운 이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사랑의 능력은 바로 고통 속에서 자신이 겸손해 질 때 생깁니다. 고통을 받으면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특권의식이 사라지게 됩니다. 이틀만 굶어보십시오. 이틀만 굶어도 배가 고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보며 매우 겸손해지게 돼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 조우라는 충성된 노예가 있었습니다. 주인은 모든 일을 그와 의논하고 그에게 많은 일을 맡기고 있었는데 어느 날 주인은 조우와 함께 또 다른 노예를 사기 위해 노예 시장에 갔습니다. 많은 노예들이 상품처럼 진열되어 있는데 유달리 늙고 힘없는 한 노예가 끼어 있었습니다. 주인은 힘이 좋고 젊은 노예를 사려는데 조우가 병든 노예를 사자고 주장해서 주인은 조우의 말대로 그 노예를 사가지고 왔습니다.

병든 노예는 집에 와서도 별로 일을 하지 못했지만 조우는 그를 열심히 간호하고 잘 돌보아 주었습니다. 주인은 조우에게 일도 못하는 그 노예를 무엇 때문에 그토록 극진히 돌보느냐고 물었습니다. 조우는 눈물을 흘리며 말하기를 저 노예는 나의 원수입니다. 내가 어렸을 때에 나를 유괴해서 노예 상인에게 팔아 지금의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저 사람도 노예가 되어 병들어 있습니다. 내가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하느님이 내게 말씀하시기를 원수를 사랑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저분이 세상 떠날 때까지 사랑할 것입니다.”

 

남이 준 고통일지라도 대부분의 경우 고통은 내 자신에게 매우 유익합니다. 예수님께서도 광야에서 일부러 단식하시며 그 추위와 고독과 굶주림과 싸우신 이유는 고통이 자신에게 유익함을 아시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잘 안 되는 이유는 자신이 먼저 배부르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 이기적인 자아의 욕망으로부터 탈출하지 못하면 사랑을 할 수 없는데 가 자아를 약하게 만드는 것이 고통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40일간 동물들과 머무셨다고 하십니다. 동물들과 머문다는 의미는 에덴동산에서의 아담이 떠오르게 합니다. 아담은 동물들과 어울렸습니다. 동물들과 어울리되 동물들에게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동물들에게 이름을 지어준다는 의미는 동물들을 사랑했다는 뜻입니다. 동물들은 아직 사랑을 받지 못해 자신의 수준이 동물에 불과하다고 믿는 인간들을 의미합니다. 사랑은 사람의 수준을 높여줍니다. 사랑은 그 사람에게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든 타인이 자신에게 부여해준 가치대로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늑대에게 자란 아이들은 늑대에게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그 사랑의 가치대로 늑대로밖에 살아갈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에게 사랑받은 자녀는 인간처럼 살고 하느님께 사랑받은 자녀는 하느님처럼 살 수 있게 됩니다. 아담이 하는 역할은 하느님의 아들로써 동물처럼 살아가는 이들의 의식을 하느님의 자녀로 높여주는 일입니다. 그 사랑의 방법이란 동물들을 위해 피를 흘리는 것입니다. 동물들에게 이름을 지어주면 그 책임을 져야만 합니다. 그래서 먹이고 보살펴 주어야합니다.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사십일 동안 죄의 유혹과 싸우셔야 했던 이유는 죄가 이웃을 사랑할 수 없기 만들기 때문입니다. 결국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죄와 싸우신 목적이 에덴동산의 아담이 되기 위함이었던 것입니다.

 

박보영 목사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유언으로 가장 사랑하기 힘든 사람까지 사랑하라!”는 말을 남기셨습니다. 그래서 그분은 고아들을 데려다 키웠는데 그들에게 도둑을 맞고 매를 맞고 모함을 당했을 때도 그들을 사랑했습니다. 자신들을 배반한 아이들을 위해 재판정에서 변호를 하고 자신이 성추행을 했다고 소문을 낸 아이를 위해 입을 다물고 온갖 모욕을 다 받았습니다. 이런 정도가 되었다면 하늘 나라에 살 준비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다면 하늘 나라는 이 세상에서부터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렇듯 사순절은 모든 그리스도인이 세례를 받고 하느님 나라를 상징하는 가나안 땅에 도달하기까지의 교육과정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의 평생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에서는 죄가 없어야합니다. 죄란 서로 사랑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교육과정에서 살아남는 사람들이란 모든 사람, 즉 원수까지도 목숨을 내어줄 정도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웃을 판단하는 마음이 없어야합니다. 판단하면서 사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들 앞에서 내 탓입니다. 용서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광야의 사순절을 다 통과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늘 나라에 들어갈 준비가 끝난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시간을 주셔서 우리가 이 세상에 살게 하시는 이유는 바로 이런 원수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들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는 것을 회피해서는 안 됩니다. 그 사람이 나와 안 맞는다고 안 보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살아가는 것은 광야의 사순절을 사는 사람의 자세가 아닙니다. 사랑하며 함께 머물 줄 아는 것을 배우는 것이 신앙인의 삶입니다. 다른 곳으로 피해봤자 자신의 수준이 높아지지 않고 언젠가는 그런 고통의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만 합니다. 연옥에 가서 엄청난 고통으로 성숙해지는 것보다는 기회가 있을 때 이 세상에서 완전해지는 것이 훨씬 이득입니다. 될 수 있으면 함께 머물기 힘든 사람들과 머물려고 노력해야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수준이 높아집니다. 마냥 좋은 사람들과만 어울리려고 한다면 발전이 없습니다. 사순은 원수와도 함께 오래 머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새로 태어나게 되는 시기이고 그렇게 되면 오늘 예수님에게서와 같이 이 지상에서부터 하늘의 천사들이 함께 와 시중 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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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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