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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부활] 전례력 돋보기: 파스카 성삼일에 대한 몇 가지 궁금증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4-14 조회수2,739 추천수0

[전례력 돋보기] 파스카 성삼일에 대한 몇 가지 궁금증

 

 

- 하느님의 어린양,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1598-1664, 프라도 미술관, 마드리드)

 

 

따스한 햇살 아래 각각의 꽃이 저마다 생명력을 활짝 뿜어내는 4월이다. 이 아름다운 달의 시작과 함께 주님 수난 성지 주일과 파스카 성삼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머리에 재를 얹으며 시작된 사순 시기의 절정으로 주님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전례 거행을 통해 동참하며 그 영광을 함께 누리는 시기이다.

 

흔히들 ‘파스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지만 그 의미가 쉽게 와 닿지 않는다. 하지만 라틴어나 혹은 라틴어에서 비롯된 이탈리아어와 프랑스어에서는 예수님의 부활을 ‘파스카’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이탈리아어로 부활 인사를 ‘부오나 파스카’, 곧 ‘기쁜 부활!’이라고 한다.

 

본래 파스카라는 말은 히브리어 동사 ‘페사흐’에서 기원하는 그리스어이다. ‘지나가다, 통과하다’라는 뜻인 이 말은 유다인의 달력으로는 니산달 14일로 그들이 이집트 노예살이에서 해방됨을 기념하는 파스카 축제를 일컫는 말이다. 탈출기 12장에서 죽음의 천사는 이스라엘 백성 집의 문설주에 발린 어린양의 피를 보고 그들의 집을 지나갔고, 그렇게 이스라엘은 죽을 운명에서 생명에로 건너가게 되었다.

 

대대로 이 사건을 기념하던 이스라엘의 땅에 태어나신 예수님도 이 축제의 만찬을 드실 때 당신의 살과 피를 내어 주시고, 또 십자가상에서 피를 흘리심으로써 친히 파스카 어린양의 희생제물이 되셨다. 문설주에 발린 어린양의 피가 이스라엘 백성에게 드리운 죽음을 비켜가게 한 것처럼 당신의 피로 신자들이 죽음에서 생명에로 건너가게 하신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시어 희망의 보증이 되어 주셨다. 이것이 우리가 부활절을 기뻐하는 이유이며 이러한 연관성 때문에 부활절을 파스카라고 부르는 것이다.

 

해마다 바뀌는 부활절의 날짜는 어떻게 정해지는 것일까? 초기 교회는 부활절의 날을 더이상 유다인들의 달력에 의존하지 않고 춘분(3월 21일)이 지나고 그 다음에 음력 보름이 지나고 다가오는 첫 주일로 고정했다. 따라서 부활절의 날짜를 헤아리기 위해서는 양력의 춘분과 음력의 보름을 모두 확인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부활절은 3월 22일에서 4월 25일 사이에 지내게 되고, 부활절을 기준으로 그해의 모든 전례 시기가 정해진다.

 

성주간의 마지막 시기는 파스카 성삼일이라 불린다. 그런데 파스카 성삼일에 해당되는 날짜를 헤아리면 우선 성목요일, 성금요일, 그리고 성토요일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부활절까지 합치면 성삼일이 아니라 성사일이 되는 건가? 아니면 주님 부활 대축일은 성삼일에 포함되지 않나? 파스카가 부활이라 했는데 그럼 파스카 성삼일에 주님 부활 대축일이 포함되지 않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에 대한 전례력 규정을 보면 다음과 같다. “주님 수난과 부활의 파스카 성삼일은 주님 만찬 저녁 미사부터 시작하여 파스카 성야에 절정을 이루며 부활 주일의 저녁기도로 끝이 난다.”(전례주년과 전례력에 관한 일반 규범 19항) 곧 파스카 성삼일은 목요일 저녁부터 주일 저녁까지이다. 우리네 날수 세기로 따지면 목, 금, 토, 일의 4일이다. 하지만 성삼일이라고 정해진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성경의 날수 세기 방법을 따르기 때문이다.

 

유다인들이 하루를 세는 방법은 우리처럼 자정부터 자정까지가 아니라 일몰부터 일몰까지이다. 해가 져서 저녁이 되면 다음 날이 시작되는 것이다. 창세기에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의 표현이 이를 잘 말해준다. “하느님께서는 빛과 어둠을 가르시어, 빛을 낮이라 부르시고 어둠을 밤이라 부르셨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첫날이 지났다.”(1,4) 아침이 되고 저녁이 되면 하루가 지나는게 우리네 방식이지만, 성경에서의 순서는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 계산을 하면 목요일 저녁부터 주일 저녁까지는 3일이 되는 셈이다. 그렇지만 우리네 날수 세기로는 목요일 저녁부터 시작되기에 이때부터 성목요일이라고 칭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이 계절에 예수님의 부활의 빛이 우리 일상의 어둠과 아픔을 환히 밝혀주시고 치유해 주시기를 기도하며, 기쁜 부활되시길 바랍니다. Buona Pasqua! 

 

[월간빛, 2023년 4월호, 소형섭 아우구스티노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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