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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25 주일/ 믿음으로 기쁘게 지고가는 십자가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8-02-24 조회수1,974 추천수2 반대(0) 신고




사순 2주일, 마르 9,2-10(18.2.25)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다.”(마르 9,7)





The Transfiguration of Jesus


 



믿음으로 기쁘게 지고가는 십자가

 

예수님께서는 수난의 여정을 함께 걸어야 할 제자들을 가르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을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십니다(9,2). 곧 하느님께서 자신을 드러내시고, 인간이 하느님을 만나는 장소인 산에 오르신 것입니다. 이렇듯 제자됨의 길은, 자신을 떠나 주님을 따라,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순례라 할 수 있겠지요.

산에 오르신 예수님의 모습이 변하고 그분의 옷이 새하얗게 빛납니다(9,2-3). 그렇게 예수님께서는 정의의 태양이신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신 것입니다. 이 거룩한 변모사건은 그 자체로 예수님이 바로 하느님의 사랑받는 아들이심을 보여준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수난의 여정을 사랑으로 걸을 때, 사랑이신 주님의 영광을 체험할 수 있음을 알아차려야겠지요.

제자들은 새하얗게 빛나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고, “스승님, 저희가 여기서 지내면 좋겠다고 하며, 초막 셋을 지어드리겠다”(9,5)고 합니다.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영원한 집'에 머물도록 해드리겠다는 것은 얼핏보면, 예수님께 대한 존경의 표시로 보입니다. 그러나 베드로의 처신은 성급했습니다. 왜냐하면 아직은 주님의 영광이 드러날 때가 오지 않은 까닭입니다.

또한 모세와 엘리야가 주님의 종들이기에 예수님과 똑같은 초막에 머무는 것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단지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신성으로, 영적 지혜를 받을 준비가 된 땅에 있는 모든 이에 앞서, 하늘로 불림받은 모세와 엘리야를 나타나게 하신 것입니다. 이렇듯 세 제자들은 영광스런 변모를 보여주신 그분이 바로 십자가의 고난을 겪으실 주님임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세 제자들은 예수님의 빛나는 모습을 보고 그 영광 안에 그저 머물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서 다시 살아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했습니다(9,10). 우리 각자도 교회와 사회도 십자가 없는 영광, 고통과 희생 없는 부활의 기쁨을 좇을 때가 많지요. 현실 안주, 무감각, 편의주의에 젖어 살아간다면 참된 행복에 이르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가 맞닥뜨리는 현실은 힘들고 고통스러우며, 불의와 불공평과 부조리로 얼룩질 때가 많지요. 이런 삶의 질곡은 때때로 상상을 초월하는 댓가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또 이성으로 이해할 수도 없고 감당할 수도 없는 희생과 결단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외아들을 번제물로 바치라(창세 22,2)는 주님의 요구를 확고한 믿음으로 받아들였던 아브라함을 본받아야겠습니다.

우리 모두 아브라함처럼 삶의 역설과 모순이 가져다주는 당혹스러움과 혼란, 분노, 부조리를 신앙의 눈으로 읽어낼 수 있어야겠습니다. 또한 하느님께 대한 철저한 믿음 안에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희생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도록 힘써야겠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처럼 고난을 받아들이고 겪어냄으로써 참 기쁨에 이르기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영광과 기쁨에 빠져들지 않도록 각성해야겠지요.

오늘도 현실 안주와 편의 추구, 그리고 현실 회피와 무감각의 잠에서 깨어나, 복된 십자가의 길을 기쁘게 걸어갔으면 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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