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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3주일 제1독서(탈출20,1~17)
작성자김종업 쪽지 캡슐 작성일2018-03-04 조회수2,130 추천수0 반대(0) 신고

 

 

 

파일:Rembrandt Harmensz. van Rijn 079.jpg 

 

 사순 제3주일 제1독서(탈출20,1~17)

 

"너에게는 나 말고 다른 신이 있어서는 안 된다."  너는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든, 아래로 땅 위에 있는 것이든,  땅 아래로 물 속에 있는 것이든  그 모습을 본뜬 어떤 신상도 만들어서는 안 된다.  너는 그것들에게 경배하거나, 그것들을 섬기지 못한다. 주 너의 하느님인 나는 질투하는 하느님이다. 나를 미워하는 자들에게는 조상들의 죄악을 삼대 사대 자손들에게까지 갚는다." (3~5)

 

새 성경의 본문 마지막에 나오는 '안 된다'는 말에 해당하는 '로'(lo)원문에서는 문장의 서두에 등장하여 부정의 의미를 강조한다. 부정어 '로'(lo)는 일반적인 금지를 나타내는 '알'(al)보다 더 단호하고 강경한 것으로서 주로 계율적인 금지 명령을 내릴 때 사용된다.

하느님께서는 이처럼 절대 금지를 나타내는 부정어 '로'(lo)를 문장 서두에 사용하여 절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십계명 가운데는 여덟개의 계명이 이런 절대 금지 명령으로 시작하고 있다 (탈출20,3.4.7.13.14.15.16.17.).

 

한편 '나 말고'로 번역한 '알 파나야'(al panaya; before me)에서 '알'(al)'~위에'(넘어), '~가까이'(곁에)라는 의미의 전치사이다. 그리고 '파나야'(panaya)의 원형 '파나임'(panaim) '얼굴'(창세38,15) 이라는 일차적 의미와 더불어 '몸소 함께 가면서'라는 뜻의 '개인적인 대면' (탈출33,14), '앞의 부분'(예레1,13)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두단어가 결합하여 '알 파나이'(al panai)가 되면, '나의 얼굴 가까이에', '나의 면전에서', '나의 앞에서'라는 뜻이 되고, '나보다 우선하여'(than me)라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라틴어 번역본인 불가타(Vulgata)에서는 이것은 '코람 메오'(Coram Meo)  '내 앞에서'라고  번역하였고, 구약의 희랍어 번역본인 70인역(LXX)에서는  새 성경과 유사하게 '플렌 에무'(plen emu)'나를 제외시키고서', '나 말고'라고 번역하였다.

원문 성경에는 이 두 가지 '내 앞에서' '나를 제외시키고서'(나 말고)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탈출기 20장 3절 하느님께서 보시는 앞에서, 하느님을 제외하고서 하느님 보다 더 흠숭하거나 하느님보다 더 우선시하는 것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다른 어떤 존재도 끼여들 수 없는 것처럼, 하느님께서도 우리에게 온전하고 독점적인 사랑을 기대하시며, 하느님 이외의 다른 우상들에는 아예 마음을 두지 말 것을 요구하셨던 것이다. 

 

이어서 '다른 신'으로 번역한 '엘로힘 아헤림'(ellohim aherim)에서 '다른'에 해당하는 '아헤림'(aherim; other)단수형이 '아헤르'(aher)이다. 이것은 '처음을 따라가는 두번 째'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창세17,21; 1열왕3,22).

그리고 '신들'에 해당하는 '엘로힘'(ellohim; gods)'신'(2역대32,15; 이사44,8)을 의미하는 '엘로아흐'(elloah)의 복수형이다.

 

물론 '엘로힘'은 유일(唯一)하시고 지존(至尊)하신 '주 하느님'과는 구별되는 존재로서, 이방의 우상신들 혹은 사람들을 진리가 아닌 거짓과 오류, 비진리로 이끄는 사이비(似而非)신과 사신(死神)들을 가리킨다.

특히 탈출기 20장 3절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430년간 머물렀던 이집트의 다신주의(多神主義) 종교와 그들이 앞으로 들어가 살 가나안 땅의 원주민들의 종교를 염두에 둔 표현이다. 여기서 왜 새 성경이 '다른 신들'(복수)로 번역하지 않고, '다른 신'(단수)으로 번역했는지 알 수가 없다.

 

'너는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든, 아래로 땅 위에 있는 것이든, 땅 아래로 물 속에 있는 것이든 그 모습을 본뜬 어떤 신상도 만들어서는 안 된다. (4)

 너는 그것들에게 경배하거나, 그것들을 섬기지 못한다. 주 너의 하느님인 나는 질투하는 하느님이다.  나를 미워하는 자들에게는 조상들의 죄악을  삼대 사대 자손들에게까지 갚는다.' (5)

 

'어떤 신상도 만들어서는 안된다'로 번역된 '로 타아세 레카 페셀'(lo thaaseh leka pesel)에서 '어떤 신상'으로 번역한 '페셀'(pesel)원래 '(돌들을)자르다', '깎다'(신명10,3), '새기다', '잘라(빚어) (우상을) 만들다'(하바꾹2,18)는 의미를 지닌 '파쌀'(pasal)에서 유래한 명사이다.

따라서 이것은 '신상', '새긴 형상'(이사44,15), '부어만든 상','빚은 형상' (예레10,14)이라고 번역될 수 있고, 결국 우상(idol)이라는 뜻이다. '어떤 신상', '새긴 우상'(any graven image; an idol)이란 석재(石材)나 금속을 자르거나 조각하거나 혹은 흙을 빚어 만든 형상을 일컫는 것이다.

 

성경을 보면, 이스라엘과 그 주변 이교 나라들은 끊임없이 (예레26,1)이나 나무(하바꾹2,18~20), 금은(시편115,4; 예레10,9)같은 재료에 가증스러운 우상을 새기거나 혹은 금속을 녹인 주물을 가지고 무익한 우상을 만들었던 것 (이사44,10)을 발견할 수 있다.

인간이 이렇게 다양한 방법, 여러 모양으로 우상들을 만들어 왔던 이유는 그 우상이 실재하거나 그 우상을 영광스럽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인간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기에 탈출기 20장 4절에서 하느님께서는 '너를 위하여'('레카'; leka; for yourself; 새 성경은 이것을 번역하지 않았음) 우상을 만들지 말라고 명했다.

실로 우상을 섬기거나 헛된 우상을 찾는 근본적인 이유가 인간 마음속의 이기심과 욕심을 투사하여 그것을 만족시켜주고 채워주는 대상을 만들어, 실제로 '없는 신'을 '있는 신'처럼 만들어 숭상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 마음 속에 있는 탐욕을 경계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달을 수 있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사도 바오로는 '탐욕'과 '우상숭배'를 동일한 것으로 보고, 이러한 마음이나 행위를 피하라고 권고하고 있다(콜로3,5).

 

'그 모습을 본 뜬'이라고 번역된 '웨콜 테무나'(wekol themuna)에서 '콜 테무나'(kol themuna)'어떤 형태의 것이든지'(in the form of anything), '모든 유사한 것들을'(any likeness of)이란 뜻이다.

 

탈출기 20장 4절에서 언급한 우주의 모든 공간에서 발견될 수 있는 모든 생물과 무생물의 형상을 가리키는데, 이 단어가 탈출기 20장 4절의 서두에 나오는 '로 타아세'(lo thaaseh)와 결합하여 아무 형상이든지 만들어선는 안 된다고 번역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이 모든 것을 만들지 말라고 하는 말이 과연 인간에게 손으로 그 어떤 조형들을 만들지 말라는 즉 예술적 표현조차도 금지한다는 말은 아니다. 여기서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주제는 숭배와 섬김의 대상으로 만들어지는 모든 형상들이다.

 

제작 금지의 대상을 명확하게 표현하면, '어떤 형상으로도 우상을 만들어' (신명4,16)로 나타나지만 '형상화된 우상'(an idol in the form of)으로서 (신명4,15~20), 섬길 대상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신명4,10.23.25 ;5,8).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든, 아래로 땅 위에 있는 것이든,  땅 아래로 물 속에 있는 것이든' '하늘'로 번역된 '샤마임'(shamaim)'높다'는 의미를 지닌 '샤마' (shama)에서 유래한 단어로서 땅과 대조되는 대기권, 혹은 눈을 들어 볼 수 있는 천체 전부를 일컫는다. 

 

그러니까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란 대기권을 날아다니는 각종 새(신명4,17)나 혹은 우주 공간에 있는 태양, 달, 별들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이어서 '땅'(아레츠; arets)이란 바다의 반대 개념으로서의 '육지'(뭍)(창세1,28)란 뜻을 지녔다.

따라서 '땅 위에 있는 것'이란 육지 위에 존재하는 생물체나 무생물체를 모두 일컫는 것으로서, 예를 들어 황소, 사람, 뱀이나 바위, 나무, 산등을 가리킨다. 그리고 '물'(마임; maim)이란 샘이나 시내, 강과 바다 등 물을 담고 있는 공간 전체를 일컫는다.

 

따라서 '땅  아래로 물 속에 있는 것'이란 민물이나 바닷물에서 생활하는 모든 물고기 종류나 개구리 같은 양서류등을 일컫는다.

따라서 하늘과 땅과 물 속이라는 세 공간 안에 있는 것은 결국 인간이 생존하고 있는 전 우주의 공간 안에서 인간이 느끼고 확인할 수 있는 모든 경험들 가운데 존재하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통틀어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그것들을 경배하거나' 

'경배하거나'로 번역된 '티쉬타흐예'(thishithahwe)'샤하'(shaha)재귀 수동형 미완료로서, '엎드리다'(레위26,1),'경의를 표하다'(2열왕5,18), '자신을 복종시키다', '엎드리다'(시편45,12), '경배하다'(창세22,5)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결국 각종 형상화된 우상에게 마음을 빼앗겨 그것을 흠모하거나, 그 우상을 신격화하여 자신의 몸과 마음을 복종시키거나, 그 우상에게 소원을 빌거나 무릎 꿇고 간청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말라는 명령이다.

 

'그것들을 섬기지 못한다'

'그것들을 섬기지'라고 번역한 '타오브뎀'(thaobdem)'수고하다', '봉사하다', '섬기다'(창세27,40)는 뜻을 지닌 '아바드'(abad)의 사역 수동형 미완료로서 '봉사하도록 시킴받지 말라'라는 뜻이다. 

그런데 동사 '아바드''봉사하다'(serve)는 뜻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예배하다'(판관2,13), '숭배하다'(이사19,23)는 뜻도 있다.

 

그러니까 이것은 '경배(절)하지 말라' 명령에서 한 단계 나가서 단순히 한 두번이 아니라, 지속적이며 습관적으로 종교 예식에 참여하는 등의 행위를 금하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자유의지를 상실한 노예의 신분으로 우상에게 복종하고 숭배하는 자리에 머물지 말라는 뜻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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