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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3.6 화/ 매정함을 버리고 끝없이 나누는 자비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8-03-05 조회수2,061 추천수5 반대(0) 신고




사순 3주 화, 마태 18,21-35(18.3.6)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마태 18,22)





The Parable of the Unforgiving Servant


 



매정함을 버리고 끝없이 나누는 자비

 

오늘 복음에서 만 탈렌트나 되는 큰 빚을 진 종이 주인 앞에 끌려옵니다. 그는 주인에게 그 빚을 다 갚을 때까지 참아 달라고 청합니다. 그러자 주인은 "가엾은 마음이 들어", 안식일을 빼고 20여 년 넘게 일해야 벌 수 있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큰 빚을 탕감해줍니다(마태 18,27). 이렇듯 하느님의 자비는 끝이 없으며, 먼저 다가가 헤아려주고 품어줍니다.

그런데 그 종은 고작 백 데나리온 밖에 빚지지 않은 동료를 붙들어 멱살을 잡고 다 갚으라고 다그칩니다. 동료가 엎드려 갚을 때까지 참아달라고 간청했지만, 그는 “빚진 것을 다 갚을 때까지 그 동료를 감옥에 가두었습니다.”(18,30) 채무자를 가두는 것은 유대법에도 없는 가혹한 처사였지요. 그는 주인에게 받은 엄청난 자비를 까맣게 잊고, 동료에게 매정하고 옹졸하게 대한 것입니다.

우리도 매정한 종과 같은 생각과 행동으로 기울어질 때가 있습니다. 누구나 자기중심적인 때문일까요? 사랑하기보다는 사랑받으려 하고, 자신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우면서도 다른 이들에게는 엄격하게 대하기도 하지요. 자기 잘못은 큰 것마저도 덮어주길 바라고 조건없이 용서받으려 합니다. 그러면서도 남의 사소한 잘못을 문제삼는 옹졸함을 보이기도 합니다.

또 남에게 상처를 주고 피해를 입힌 일은 금새 잊어버리곤 하지요. 그런데 남의 작은 실수나 거슬리는 말 한 마디는 기억의 창고에 영구보관합니다. 그리곤 감정의 파도가 밀려오거나 자신이 불리해지면 곧장 꺼내어 상대를 공격하는 무기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런 처신은 주님의 자비를 망각한 영적 치매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매정함과 옹졸함은 자신을 자비의 주인으로 여기는 착각에서 나옵니다. 나에게 자비가 많아서 용서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방이 나의 자비를 필요로 해서 용서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직 자비이신 하느님 때문에(propter Dei) 용서하는 것이지요. 하느님께서 나를 용서해주신 그 자비를 다른 이들과 나누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매정함과 옹졸함의 늪에 빠지지 말고, '끝없이' 용서해야 합니다. 그러나 끝없는 용서는 죄와 불의를 묵인하고 잊어버리는 것이 결코 아님을 기억해야겠습니다. 큰 죄로 남에게 피해를 입히고 공동의 선을 침해했다면, 반드시 회개하고 정의와 공동의 선을 회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의와 선을 파괴하는 죄를 눈감아주는 것이 자비일 수는 없지 않습니까?

끝없는 용서란 두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소극적으로는 당장 재판관이 되어 남의 실수나 죄를 판단하지 않고, 그 사람이 회개할 때까지 사랑으로 기다려주는 것입니다. 이런 뜻에서 용서는 '사랑의 이해'이지 죄를 덮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한편 적극적인 면에서 용서란 그 사람이 회개하고 정의를 회복하도록, 다가가 더 큰 자비를 보여주는 것을 말합니다.

성 프란치스코도 큰 죄를 짓고 차마 용서를 구하지도 못하는 형제에게 다가가 하느님의 자비를 느끼게 해주라고 권고합니다. 동시에 성인은 간음죄를 범한 형제는 수도복을 벗기고 수도회를 떠나 회개생활을 하도록 했습니다. 또 순종생활을 떠나 제멋대로 떠돌아다니는 형제를, 형제라 여기지도 않겠다 했지요. 자비와 정의가 함께 감을 가르치신 것입니다.

우리 모두 매정함과 옹졸함을 버리고, 끝없는 용서를 실행하도록 힘써야겠습니다.'(18,35) 아울러 자비와 정의가 함께 걸어갈 수 있도록, 다른 이의 회개를 사랑으로 기다려주고, 회개하고 정의와 선을 회복하도록 더 큰 자비를 보여주는 오늘이길 희망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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