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3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03-06 조회수2,484 추천수10 반대(0)

영어로 용서는 “Forgiveness”입니다. 진정한 용서는 아무런 조건 없이 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으로부터, 이웃으로부터, 부모님으로부터, 자연으로부터 많은 것들을 받았습니다.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어도 이 세상에 태어났고, 무상으로 햇빛과 공기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지구는 이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입니다. 하느님께서는 푸른 별 지구를 우리에게 선물로 주셨습니다. 조금만 생각하면 정말 우리가 받은 것이 너무 많습니다. 감사드리며, 받은 것을 나누며 살기에도 부족한 시간들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은 어쩌면 심각한 병에 걸린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런 증상을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주교님께서 저를 부르신 적이 있습니다. 외국에 가서 공부도 하고, 교포 사목을 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저를 인정해 주시는 주교님께 감사했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학원에 다니면서 준비를 했으면 좋았지만, 저는 송별회를 한다는 이유로 늦은 시간까지 술자리를 하곤 했습니다. 주교님께서 다시 저를 부르셨습니다. 제가 술자리에 늦게까지 있었던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주교님께서는 제게 금주를 명하셨고, 외국에 가는 것도 취소하셨습니다. 저는 저의 잘못을 돌아보기보다는 저에 대해서 주교님께 이야기를 한 사람이 미웠습니다. 성당으로 돌아와서 성경책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욥기 1장의 말씀이었습니다. 욥 성인은 하느님께서 좋은 것을 주셨을 때 감사했다면 나쁜 것을 주셔도 감사한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이 세상에 올 때 빈 몸으로 왔으니 빈 몸으로 가는 것도 감사한다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저는 욥기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제 안에 있던 분노가 사라졌습니다. 술에 대해서도 절제하게 되었고, 일찍 귀가하는 좋은 습관이 생겼습니다. 저의 잘못을 지적해 주신 주교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저의 잘못을 주교님께 알려주신 친절한 분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 사도는 예수님께 용서에 대해서 질문을 하였습니다. ‘형제가 잘못하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이면 되겠습니까?예수님께서는 대답하셨습니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처벌과 제재는 법과 규칙의 문제입니다. 사회는 이와 같은 법과 규칙이 있어야지 질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용서는 양심과 내적인 자유의 문제입니다. 처벌과 제재로 질서를 유지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마음의 평화를 주거나, 상처를 치유해 주지는 못합니다. 용서는 마음의 평화를 주기 때문에, 내적인 상처를 치유해 주기 때문에 필요한 것입니다.

 

용서는 내가 받은 하느님의 사랑을 이웃에게 나누어주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워야 한다고 하십니다. 宗敎란 으뜸가는 가르침이라는 한자입니다. Religion은 엉킨 실타래를 푸는 의미가 있는 영어라고 합니다. 으뜸가는 가르침으로 세상사의 엉킨 실타래를 푸는 것이 종교라면 그리하여 해탈의 경지에 이르고, 그리하여 참된 구원의 문에 도달하려면 꼭 是非를 가려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법과 규정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도 용서와 사랑으로 해결되는 것을 봅니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갈등과 아픔이 있다면 그것까지도 놓아버리고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따라서 용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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