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4주간 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03-12 조회수2,451 추천수7 반대(1)

오늘부터 수요일까지 전주에서 성소국 사제모임을 갖습니다. 작년에는 제주도에서 모임을 가졌습니다. 교구의 성소 현황을 함께 나누고, 친교를 나누기 위한 모임입니다.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다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사제직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대책은 무엇이 있는지 함께 고민하려고 합니다.

 

박완서 선생님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생각합니다. 가난했지만 아이들이 많았고, 추웠지만 동네에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배고팠지만 정이 넘쳐났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고층 빌딩은 늘어나고, 성당도 늘어나고, 예산도 늘어났는데 아이들은 보기 힘들고, 정을 나누는 모습도 보기 힘들고, 웃음소리도 잘 들리지 않습니다.

 

시간은 흐른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이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현재에서 미래로 흐른다고 말을 합니다. 이 시간의 흐름 속에 우리는 태어나고, 나이를 먹고, 병이 들고, 죽어 땅에 묻히게 됩니다. 50년을 조금 넘긴 세월을 살면서 저 역시 나이를 먹고, 때로 아프기도 했고,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이듯이 저 자신의 부족함을 보게 됩니다. ‘엔트로피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시간 속에서 질서는 점차 무질서를 향해서 나가게 된다고 합니다. 이런 시간의 이해는 서양에서 발전하였다고 합니다. 이런 시간의 이해 속에서 우리는 진보, 발전, 성장, 오메가 포인트라는 패러다임을 만들어 갔습니다.

 

시간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이 있습니다. 시간은 순환한다는 생각입니다. 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고, 밤이 깊으면 새벽이 온다는 생각입니다. 자연의 시대, 신의 시대, 이성의 시대가 반복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패션도, 문학도, 예술도 새로운 유행을 만들기도 하고, 예전의 흐름으로 돌아가기도 한다고 말을 합니다. 미시적인 관점에서 시간은 분명 흐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거시적인 측면에서 시간은 순환하는 것도 같습니다. 달은 지구의 주위를 공전하고 있고, 지구는 태양의 주위를 공전하고 있습니다. 태양은 또 다른 중심을 향해서 공전하고 있습니다. 그 순환의 주기가 어떤 것은 하루, 어떤 것은 30, 어떤 것은 1, 어떤 것은 몇 억년에 이르기도 합니다. 이런 시간의 이해는 동양에서 발전하였다고 합니다. 이런 시간의 이해 속에서 우리는 겸손, 순응, 천륜, 기다림이라는 패러다임을 만들어갔습니다.

 

하루를 살아야하는 하루살이에게 인간의 삶은 영원한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100년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100억년은 어쩌면 영원한 것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시간을 길이와 흐름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나무는 보지만 숲은 보지 못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시간에서 의미와 가치를 볼 수 있다면 우리는 하루를 살아도 영원을 볼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보라, 나 이제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리라. 예전의 것들은 이제 기억되지도 않고, 마음에 떠오르지도 않으리라. 그러니 너희는 내가 창조하는 것을 대대로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거기에는 며칠 살지 못하고 죽는 아기도 없고, 제 수명을 채우지 못하는 노인도 없으리라. 백 살에 죽는 자를 젊었다 하고, 백 살에 못 미친 자를 저주받았다 하리라.” 이사야 예언자는 새 하늘과 새 땅을 이야기 합니다. 이것은 시간의 흐름 안에서 영원을 사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이것은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이고, 하느님과 함께하는 삶이라고 하겠습니다. 모든 주도권은 하느님께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순종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면 된다고 말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보다 명확하게 말씀을 하십니다. “가거라. 네 아들은 살아날 것이다. 그 사람은 예수님께서 자기에게 이르신 말씀을 믿고 떠나갔다.” 왕실 관리가 한 일은 예수님을 만났고, 예수님께 청을 드린 것뿐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시는 표징은 우리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영원을 사는 것이 아님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하느님을 중심으로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주님의 사랑을 믿고 한 주간 충실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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