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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4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03-14 조회수3,170 추천수9 반대(0)

군 생활은 지나고 나면 추억이지만 당시에는 힘든 일들이 많기 마련입니다. 겨울이면 동계 훈련을 했는데, 제가 있었던 용인에서 안양까지 행군을 하였습니다. 도로 양옆을 길게 줄을 서서 걸었습니다. 소총을 들고, 군장을 메고 걷는 길이 힘들었습니다. 한참을 걷다 보면 반가운 소리가 들려옵니다. ‘10분간 휴식이라는 말입니다. 잠시 쉬면서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군화의 끈을 다시 매기도 하고, 물을 마시기도 합니다. 잠시의 휴식이지만 다시금 행군할 힘을 얻었습니다.

 

예전에 낙동강을 건넌 적이 있습니다. 나환자 마을에 봉사 활동을 갔다가, 동네 아이들과 함께 꽁꽁 언 낙동강을 건너 자장면을 먹고 왔었습니다. 날씨는 추웠지만 아이들과 함께 건넜던 그 언 강이 문득 생각납니다. 강은 두껍게 얼어도 어딘가에 숨을 쉬는 구멍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강물도 숨을 쉬고, 얼음 아래 있는 물고기들도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자연의 신비는 참 묘한 것이어서, 물이 얼면 물에서 뜬다고 합니다. 사실 얼면 비중이 더 나가서 가라앉아야 하는데 물만은 위로 뜨기 때문에 물속의 모든 생명체는 얼어붙지 않고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얼음 두께가 어느 정도 되면 그 아래의 물은 얼음의 보호를 받아 더 이상 얼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자연의 신비입니다.

 

주변을 보면 꽉 막힌 세상에 숨구멍같은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은 서먹서먹한 관계를 따뜻하게 해주기도 합니다. 그분들은 말은 하지 않아도, 있는 것만으로도 힘을 주기도 합니다. 물론 잘 되고 있는 단체를 꽁꽁 얼리려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자신들의 욕심과 자신들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뜻을 무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지만 그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일은 정말 쉬울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으로 우리를 이끌어주는 숨구멍과 같은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기도는 삭막한 세상을 이겨내는, 고통과 아픔을 견뎌내는 숨구멍과 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간의 몸과 마음은 모두 소중하고 가치가 있습니다. ‘心身不二입니다. 현대인들은 마음이 없는 몸처럼 사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많은 갈등과 분쟁은 그릇된 욕망에서 시작합니다. 우리들의 몸은 하나의 개체를 이루지만 우리의 영혼은 하느님의 사랑 안에 모두 하나로 연결될 수 있음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 몸을 위해서 다른 이들의 몸을 아프게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타인의 아픔과 고통은 어쩌면 인류라는 같은 영혼의 아픔과 고통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과 같은 마음을 이야기하셨습니다. 모든 것을 덮어주고, 모든 것을 품어주는 사랑입니다. 나에게 잘 해주는 사람에게만 베푸는 사랑은 세상 사람들도 할 수 있습니다.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빌려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마음은, 하느님의 마음은 세상 사람들의 마음과는 달랐습니다. 하느님의 마음, 예수님의 마음은 사랑의 마음입니다. 이 사랑이 생명을 살리고, 이 사랑이 희망을 주고, 이 사랑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신앙인들은 하느님을 닮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삶을 통해서 우리에게 보여주셨습니다. 어미가 자식을 잊을지라도 하느님께서는 우리들을 잊지 않고 사랑하신다고 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것은 자비와 용서, 친절과 온화함입니다. 우리들 모두는 하느님의 모습을 우리의 삶 속에서 드러내야 합니다. 우리를 위해서 사람이 되신 예수님께서는 따뜻한 바람이십니다. 막힌 것은 뚫어 주시고, 얼어붙은 것은 녹여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분은 온몸을 바쳐서 우리들 구원을 위한 숨구멍이 되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를 시작하면서 생각해 봅니다. “나는 내가 만나는 사람들, 내가 속한 공동체를 얼리는 존재인가! 아니면 질식해서 숨이 멎을 것 같은 공동체에 사랑과 기쁨을 주는 숨구멍과 같은 존재인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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