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5주간 금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03-23 조회수3,050 추천수12 반대(0)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수고도 더 많이 하였고 옥살이도 더 많이 하였으며, 매질도 더 지독하게 당하였고 죽을 고비도 자주 넘겼습니다. 마흔에서 하나를 뺀 매를 유다인들에게 다섯 차례나 맞았습니다. 그리고 채찍으로 맞은 것이 세 번, 돌질을 당한 것이 한 번, 파선을 당한 것이 세 번입니다. 밤낮 하루를 꼬박 깊은 바다에서 떠다니기도 하였습니다. 자주 여행하는 동안에 늘 강물의 위험, 강도의 위험, 동족에게서 오는 위험, 이민족에게서 오는 위험, 고을에서 겪는 위험, 광야에서 겪는 위험, 바다에서 겪는 위험, 거짓 형제들 사이에서 겪는 위험이 뒤따랐습니다. 수고와 고생, 잦은 밤샘, 굶주림과 목마름, 잦은 결식, 추위와 헐벗음에 시달렸습니다.”(2코린 11, 23-27) 꽃이 피기 위해서는 땅 속에서 양분을 찾아야 하는 뿌리가 있어야 하듯이 바오로 사도는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많은 땀과 눈물이 있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고통과 시련 때문에 포기하고 싶은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며칠 전에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신부님도 힘든 때가 있었나요?” 돌아보니 저에게도 힘든 때가 있었습니다. 운동신경이 부족해서 체육시간이 힘들었습니다. 군대에서는 치아가 부러지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유행성 출혈열도 경험했고, 골절도 경험했고, 통풍도 경험했습니다. 한 본당에서 3분의 본당 신부님을 모신 적도 있었습니다. 신부님들의 말씀에 따라서 방을 3번 옮기기도 했습니다. 저의 부족함 때문에 사람들에게 실망을 준적도 있었습니다. 정확한 사실을 알아보지 못하고 남을 판단한 적도 있었습니다. 물론 바오로 사도가 경험했던 고난과 시련을 따라 갈 수는 없습니다.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듯이, 꽃들이 흔들리면서 피듯이 우리는 살면서 아픔과 고통의 강을 건너야 할 것입니다.

 

한국의 첫 번째 사제인 김 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1821년에 태어나셨고 1846년에 돌아가셨습니다. 사제서품은 1845년에 받으셨고 1846년에 순교하셨습니다. 26살에 순교하셨고, 사제생활은 1년 하셨습니다. 세상의 기준에서 보면 아주 젊은 나이에 순교를 하셨고, 사제생활도 아주 짧게 하셨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분을 성인으로 공경하고 있으며, 한국의 수선탁덕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짧은 생이지만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살았기 때문입니다.

 

사제로 산다는 것은 세상에서 주님을 증거하는 것입니다. 세상을 깨끗하게 하고, 하느님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고통 중에 있는 사람, 절망 중에 있는 사람, 슬픔과 분노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드려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말아야 합니다. 세례를 받아 신앙인이 된 것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때로 좋아하는 것들을 포기해야 하고, 원하지 않는 일들도 해야 하며, 조롱과 멸시를 당할 각오도 해야 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예레미야 예언자는 그와 같은 일을 하다가 조롱과 멸시를 당했습니다. 예레미야 예언자는 이렇게 탄식을 합니다. “가까운 친구들마저 모두, 제가 쓰러지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가 속아 넘어가고 우리가 그보다 우세하여, 그에게 복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느님을 따르는 일이 세상의 눈으로 볼 때, 불편하기도 하고, 어렵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거름이 되기보다는, 어둠 속에서 양분을 찾아 올리는 뿌리가 되기보다는 화려한 꽃이 되기를 더 바라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유대인들에게 배척을 당했습니다. 그분의 가르침을 따르기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첫째가 되기 위해서는 꼴찌가 되라는 말, 회당에 앉을 때는 가장 낮은 자리에 앉으라는 말,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말, 나를 따르려거든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는 말, 사람의 아들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는 말, 밀알 한 알은 땅에 떨어져 죽어야 비로소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말그분이 하신 말씀들은 현실의 삶에서는 실천하기가 무척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유대인들은 그렇기 때문에 그분께 돌을 던지려 했던 것입니다.

 

저녁에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명동의 거리는 쓰레기와 오물이 가득합니다. 명동의 거리가 깨끗할 수 있었던 것은 새벽어둠에 나와 거리를 치우는 환경미화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절로 길이 깨끗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들 또한 세상을 아름답게 지켜나가는 참된 신앙인의 길을 걸어야 하겠습니다. 우리들이 하는 자선, 희생, 선행은 힘이 없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하는 나눔, 사랑, 봉사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만을 바라보아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손, , 가슴이 되어야 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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