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주님 수난 성지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03-25 조회수3,735 추천수8 반대(0)

오늘 우리는 주님께서 우리의 구원을 위해서 십자가의 길을 가시는 모습을 묵상하게 됩니다.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청하면서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 가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묵상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십자가의 길은 외로웠고, 힘들었습니다. 사랑하는 제자들은 무서워서 도망갔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던 사람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쳤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무고함을 알면서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예수님께 십자가를 지도록 결정했던 권력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닭이 울기 전에 3번이나 예수님을 모른다고 했던 베드로 사도의 말을 생각합니다. “나는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하겠소. 내가 예수님을 알면 천벌이라도 달게 받겠소. 나는 당신이 말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오.” 세례를 받았지만 지금은 하느님과 멀어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신앙생활은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이 다가오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십자가를 지고 가야한다고 강론을 하면서, 본인의 십자가를 남에게 넘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 우리 가톨릭교회는 매년 가장 긴 시간을 정해서 예수님의 수난을 기억하는 것일까요? 제자들의 배반을 고백하는 것일까요? 군중들의 무관심을 들추어내는 것일까요? 권력을 가진 자들의 위선과 탐욕을 말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예수님의 수난, 십자가, 죽음은 2000년 전의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는 현재 진형형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배역만 바뀌었을 뿐, 예수님의 수난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성직자들의 타락과 위선을 오늘도 보고 있습니다. 남에게는 희생과 봉사를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손에는 더럽고 냄새나는 것들을 묻히지 않으려 합니다. 신학을 이야기하지만 신앙은 없는 건조한 성직자들의 모습을 봅니다. 세상의 재물에는 눈이 밝아지면서 오랜 교회의 전통인 영성에는 메마른 성직자들이 있습니다. 강도를 만나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정치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핑계로 외면하기도 합니다.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는 늘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희생당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와 같은 현장에는 무서워 도망을 간 제자들처럼 종교의 지도자들을 보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위로와 희망이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금도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가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시몬, 부산의 시몬, 제주의 시몬이 묵묵히 주님의 십자가를 지고 있음을 봅니다. 본당 공동체에도 이런 시몬들이 있기에 용기를 낼 수 있고, 잠시나마 웃을 수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얼굴에 흐르는 피와 땀을 닦아 드린 베로니카처럼 지금도 예수님의 얼굴에 흐르는 피와 땀을 닦아 드리는 마리아, 데레사, 루시아가 있습니다. 고난의 현장에서 외로운 이들의 손을 잡아 주는 분들이 있음을 봅니다.

 

주님의 수난 성지주일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닌,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할 수 있는 시간들 되시기를 바랍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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