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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3.26 월/ 유다의 돈과 마리아의 향유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8-03-25 조회수3,394 추천수5 반대(0) 신고




성주간 월, 이사 42,1-7; 요한 12,1-11(18.3.26)

“마리아가 비싼 순 나르드 향유를 예수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그 발을 닦아 드렸다.”(요한 12,3)





The anointing at Bethany





유다의 돈과 마리아의 향유

 

'주님의 종'은 이 세상에 정의를 세우고 모든 민족에게 바른 인생 길을 펴 주며, 소경의 눈을 열어주고 묶인 이들을 풀어주며 갇힌 이들을 해방시킬 소명을 받았습니다. 주님의 종은 갈대가 부러졌다 하여 잘라 버리지 않고, 심지가 깜박거린다 하여 꺼버리지 않으시는 하느님의 자비로 그 소명을 수행합니다.

과월절을 엿새 앞두고, 예수님을 잡아죽이려는 유다인들의 음모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주님의 종'의 길을 의연히 걸어가십니다. 그분께서 베타니아에 들르시자, 그분을 환영하는 만찬이 열립니다. 마리아는 노동자의 일년치 보수에 해당하는 값진 순 나르드 향유를 그분 발에 붓고 머리카락으로 닦아 드립니다. 그분은 그렇게 저 낮은 곳에서 사랑으로 우리를 섬길 것입니다.

유다가 이를 못마땅히 여기며, 차라리 그 향유를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낫겠다고 합니다(12,5).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내 장례 날을 위하여 이 기름을 간직하게 하여라."(12,7) 하십니다. 예수님의 죽음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유다가 마리아의 처신에 토를 단 것은 당연했을 것입니다.

한편 마리아는 예수님의 가르침과 죽음에 이르는 구원적 사랑을 잘 이해했습니다. 따라서 그녀는 스승 예수께서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시도록 자신을 낮추어 향유를 발라드린 것입니다. 그녀는 예수님과의 슬픈 결별 너머의 영광을 알았기에, 아낌없이 값진 향유를 발라드리며 주님을 배웅하려 한 것입니다.

유다와 마리아 모두 예수님과 함께 있었습니다. 둘 다 죽음이 기다리는 예수님의 예루살렘 여정을 봅니다. 그러나 둘의 시각은 크게 달랐습니다. 유다는 예수님의 발걸음에서 자기 뜻을 앞세우며 계산합니다. 그는 긴 세월을 예수님 가까이서 지냈으나 그분의 죽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지 못합니다. 안타깝게도 그의 눈엔 재물이 먼저 들어온 것입니다. 돈냄세가 난 유다와 달리 마리아에게서는 향기가 피어올랐습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모두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러 떠나시는 예수님의 죽음의 의미를 알아차립니다. 그녀는 자신을 떠나 자기 뜻을 버리고 예수님께 집중합니다. 그리고는 값진 향유를 마련합니다. 예수님의 사랑을 많이 받은 마리아는 사랑을 돌려드리려 한 것이지요. 그녀가 예수님 발에 향유를 부어드린 것은, 그분께 대한 사랑 표현이요 구원의 선물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었습니다.

영원한 생명과 하느님의 사랑은 물질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지요. 그럼에도 우리는 유다처럼 돈과 권력과 효율성을 추구하려고 정신줄을 놓을 때가 적지 않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께로부터 모든 것을 받았으니, 계산하려들지 말고 가장 귀한 것을 사랑으로 되돌리는 오늘의 마리아가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도 하느님의 사랑과 예수님의 구원행위, 고귀한 신앙의 선물을 오염시키는 속화된 세상에 사랑의 향유를 바르는 향기로운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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