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온 집안에 향유냄새가 가득하였다”(요한 12,3) 온 집안에 사랑의 향유가 가득한데, 나는 왜 그 향기를 맡지 못할까? 온 몸을 던지는 마리아의 사랑을 왜 느끼지 못할까? - 아뿔사, 영혼마저 비염이 들어 버린 것인가! 재치기로 코를 풀어내야하는 불순물이 아직 너무 많은 탓인가! 향유를 붓고 머리카락으로 발을 닦는데, 나는 왜 그 가쁜 사랑의 숨소리를 듣지 못할까? 속 깊게 흐르는 사랑의 마음을 듣지 못할까? - 아직도 나를 치장하기 위한 향유가 필요한 탓인가! 닦아드릴 머리카락이 없어서가 아니라, 머리를 수구려 발까지 자신을 낮출 줄 모르는 까닭인가! 가장 값진 것을 드리지 않는 나는, 사랑이 없어 사랑의 마음을 듣지 못하는 까닭인가! 값비싼 것을 소모하고 낭비할 수 없다는 애착과 유용을 따지는 까닭인가! 옥함을 깨뜨려 향유를 쏟아 붓듯 내 발에 사랑이 쏟아지는데, 나는 왜 사랑을 보지 못할까? 내 안의 담긴 사랑을 내놓지 못할까? - 아직도 옥함에 구린내를 담고 있는 나는, 나를 깨부수지 못한 까닭인가! 아직도 자신을 깨부수지 못한 나는, 주님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는 까닭인가! 아! 비염에 떨다 눈마저 가려져버린, 보이는 겉모양에 속아 속마음을 보지 못하는 영혼! 물질을 버려 예수님을 차지하는 마리아가 되기보다, 물질을 차지하고 예수님을 버리는 유다가 되고 마는 이 어리석음! 가난한 이들을 위한다는 이름으로, 막상 예수님을 버리고 마는 이 어리석음아! 제 영혼의 막힌 코가 뚫리어 당신 사랑의 향기에 취하게 하소서. 내내 토록 취하게 하소서. 저를 부수어, 진한 향기의 피가 흐르게 하소서. 부서질수록, 향기 짙어가게 하소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