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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3.27 화/ 내 안의 유다와 베드로의 그림자를 살피며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8-03-26 조회수3,166 추천수5 반대(0) 신고




성주간 화, 요한 13,21-33. 36-38(18.3.27)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요한 13,21)





Announcement of Judas' Betrayal





내 안의 유다와 베드로의 그림자를 살피며

 

오늘 복음은 예수님을 배신할 유다와 베드로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죽음을 앞둔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마지막 만찬을 하시면서 말씀하십니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13,21)이라고 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유다가 배반할 것을 아시고 몹시 고통스러움에도, 우정의 표시로그에게 ‘빵을 적셔주십니다.’(13,26) 그가 회개하도록 사랑을 건네신 것입니다.

그런데 어둠 속에 있던 유다는 밤에 예수님을 팔아 넘겨버립니다. 그는 예수님과 운명을 같이하려고 그분을 따른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에게 있어 제자직은 자신의 탐욕을 채우는 도구에 지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돈의 우상에 눈이 멀어버린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돈과 메시아의 허상뿐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을 거부하고 끝까지 배반한 유다의 종말은 죽음이었습니다. 그는 예수님께서 사형선고를 받으신 것을 보고서야 뉘우치며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맙니다(마태 28,3-5). 그는 어둠을 택함으로써 어둠 가운데 머물렀으며, 생명을 거부함으로써 죽음을 맞았던 것입니다. 있다가도 없어질 돈처럼 그는 사라져갑니다.

최근 구속된 전직 대통령은 유다의 가면을 쓴 돈 중독자처럼 보입니다. 구속영장에 적시된 열 여덟가지 피의사실은 빙산의 일각일 뿐 4대강비리와 방산비리, 자원외교비리도 밝혀지겠지요. 그의 눈에는 돈만 보였고, 그에게 대통령직은 국민을 섬기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맡겨진 권력과 국민을 오직 돈을 모으는 수단으로 삼았던 것이지요. 그는 유다와 같은 종국을 맞을 것입니다.

한편 베드로는 예수님께서 “내가 가는 곳에 너희는 올 수 없다.”(13,33)고 하시자, “주님을 위해서라면 저는 목숨까지 내놓겠습니다.”(13,37) 하고 장담합니다. 그러나 그는 예수님의 예언대로 새벽닭이 울기 전에 세 번이나 예수님을 부인할 것입니다(13,38). 그는 진심으로 주님께 목숨을 바치고 싶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제자직은 말과 의지만으로 수행할 수 없는 것이지요.

이 성주간에 내 안에 유다가 숨어있지는 않은지 살펴야겠습니다. 유다는 돈이면 안되는 게 없다고 속삭이며, 끝없이 돈의 우상을 좇도록 유혹합니다. 유다는 남에게 아쉬운 소리 않고 살도록 출세해서 권력을 차지하라고 부추깁니다. 유다는 나만 잘 살면 되니 다른 사람의 아픔과 어려운 처지까지 헤아릴 필요는 없다고 꼬드깁니다.

또한 내 안에 베드로와 같은 구석은 없는지 살펴야겠습니다. 내 안의 베드로는 자신의 힘과 의지로 예수님의 길을 따를 수 있다고 자만하게 합니다. 그러나 예수 추종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힘과 사랑으로만 가능합니다. 예수 추종은 자만심을 버리고, 사랑으로 일상의 십자가를 받아들이며, 불의한 현실을 바꿔나가는 처절한 노력으로 표현되어야겠지요.

우리 모두 주님 곁에 머무는 척하며 시선과 마음을 딴데 두고 살아가는 유다이기를 그만 두어야겠습니다. 말로만 배반하지 않겠다고 힘주어 다짐하는 베드로가 아니라, 사랑으로 매순간의 수고로움과 불편함, 고통과 아픔을 받아들이고, 정의로운 사회가 되도록 투신하는 오늘이었으면 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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