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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4.1 주일/ 죽음과 절망을 넘어 생명과 희망으로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8-03-31 조회수2,572 추천수2 반대(0) 신고




나해, 주님 부활 대축일, 요한 20,1-9(18.4.1)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었다.”(요한 20,1)





The Empty Tomb





죽음과 절망을 넘어 생명과 희망으로

 

예수께서 돌아가시자 허탈감과 절망감에 빠져 있던 사람들 중 막달라 여자 마리아와 다른 여인들이 주님의 무덤으로 갑니다. 막달라 마리아는 이른 아침 '아직 어두운 때', 곧 부활을 믿지 않고 눈앞의 현실과 자신에게 다가온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무덤으로 달려갔습니다. 무덤 입구를 막아 놓았던 돌이 치워지고 시신은 없었습니다.

소식을 들은 베드로와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제자가 무덤으로 달려갑니다. 그런데 다른 제자가 먼저 다다릅니다(20,4). 사랑을 많이 받은만큼 사랑하는 님께 더 빨리 다다랐을 것입니다. 그들은 빈무덤과 시신을 싸맸던 아마포와 개켜진 수건만을 확인합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시신이 사라졌음을 믿었으나(20,8), 그분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는 말씀을 깨닫지는 못합니다(20,9).

예수님과 친밀한 관계에 있던 그들은 그분의 지상 여정에 함께 했습니다. 따라서 그분이 누구이시며 어떤 권능을 지니셨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았습니다. 수난을 받고 죽으셨다가 다시 살아나리라는 말씀도 여러 번 들었지요. 그럼에도 그들은 그분이 돌아가시자 그분의 육신에만 집착하여, 모든 희망과 의미를 상실하고 당황한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하느님의 생명과 진리는 그 어떤 세력에 의해서도 결코 죽지 않음을 우주적으로 선언한 사건입니다. 부활은 고통과 절망과 죄라는 무덤의 바위를 굴려내고 새 하늘과 새 땅, 곧 희망을 선포하는 기쁜소식입니다. 그러나 무덤을 막는 돌과 빈무덤은 우리의 믿음을 뒤흔듭니다. 따라서 죽음의 경계를 넘으신 주님께서 늘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사실을 믿기는 쉽지 않지요.

부활신앙은 제자들의 힘으로 형성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부활하신 주님의 발현을 체험하자, 십자가에서 죽으신 바로 그분이 죽지 않고 여기에 살아계시어 함께하심을 확신하게 됩니다. 그 결과 도망가 버렸던 사도들과 여인들이 모여와 예수님의 죽음을 선포합니다. 예수님의 죽음에서 자신들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발견한 때문입니다. 죽음이 마지막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이요, 절망이 아니라 희망이며, 실패가 아닌 승리임을 깨달은 것입니다.

부활의 증인인 우리는 어떻게 부활신앙을 재현해야 할까요? 무엇보다도 거짓과 탐욕, 분노와 무관심을 ‘빈무덤’에 묻어버려야겠습니다. 또한 차별과 배척, 불평등과 관계단절에서 벗어나도록, 산 사람과 죽은 사람들을 갈라놓는 ‘무덤 입구의 돌’을 치워버려야겠습니다. 물질과 감각을 뛰어넘는 사랑이야말로 죽음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줘야겠습니다. 죽여도 죽지 않고 영원히 살아계시는 주님께 희망을 두면서...

아울러 70주년을 맞는 4.3사건을 기억하며, 무참히 죽어간 희생자들을 추모해야겠습니다. 1945년 우리 민족은 일제강점에서 해방되었지요. 그러나 남북분단을 우려하며 5.10 단독 선거를 반대한 제주도민들은 이념갈등의 포로가 되어 냉전체제의 희생제물이 되었습니다. 미군정과 이승만 정부의 가혹한 무력진압으로 3만여 명의 도민이 목숨을 잃고 섬 전체가 폐허로 변했습니다.

주님의 부활을 사는 우리 모두, 그 진실을 규명하여 해결하고 제주도민의 명예를 회복하는데 연대해야겠습니다. 어두운 매듭을 풀어내고 상처를 치유하여 화해와 상생의 길로 나아가야겠습니다. 그리하여 폭력과 죽음을 넘어 부활의 생명과 희망을 되찾아야겠습니다. 4.3사건의 고통은 우리 모두의 아픔이요 십자가인 까닭입니다. 이런 실천 없는 부활신앙은 거짓일 뿐입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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