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4.4.강론"그들은 눈이 가리어 그 분을 알아보지 못하였습니다." -파주 올리베따노 이영근아오스딩신부.
작성자송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8-04-04 조회수2,868 추천수1 반대(0) 신고

 

 

루카 24,13-35(부활 8부 수)

 

아마 우리 모두는 실망과 절망에 빠져 본 적이 있을 것 입니다. 가던 길을 중단해버릴 만큼, 희망이 꺾인 적도 있을 것 입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버릴 만큼, 믿었던 바가 의혹과 불신으로 바뀌어버린 적도 있을 겁니다. 오늘 <복음>의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들이 그러했습니다. 그런데 그들과 예수님께서 동행하십니다.

예수님께서 가까이 가시어 그들과 함께 걸으셨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눈이 가리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습니다.”(루카 24,16)

 

그들은 자신들의 희망과 믿음이 무너졌다고 여긴 까닭에 절망하고 슬퍼했기에, 예수님께서 그들과 함께 걸으면서도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사실 그들의 눈이 가려진 까닭이었습니다. 그들의 희망과 믿음이 깊어져야 하고, 변화되어야 하고, 정화를 받아야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먼저 말을 건네십니다.

걸어가면서 무슨 말을 서로 주고받느냐?”(루카 24,17) 무슨 일이냐?”(루카 24,19)

 

그들은 먼저 그분에게서 일어난 일이 무슨 일인지를 깨달아야 했습니다. 사실, 실망과 절망에 빠질 때가 가장 위기의 순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기회의 순간이기도 합니다. 실망하고 절망에 빠지고 슬퍼질 때, 바로 그때가 우리의 희망을 내려놓아야 하고, 우리의 믿음을 내려놓아야 할 때일 수 있습니다. 우리의 희망과 믿음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당신의 희망과 믿음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뜻이 아니라, 우리의 뜻과 생각이 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주님의 눈이 가려져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눈이 가려져 있음을 깨달아야 할 일입니다. 우리의 믿음의 눈이 열려야 할 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 어리석은 자들아!

예언자들이 말한 것을 믿는 데에 마음이 어찌 이리 굼뜨냐?”(요한 20,25)

 

그렇습니다. 알아야 할 바를 제대로 알아야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믿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모세와 모든 예언자들로부터 시작하여 성경전체에 걸쳐 당신에 관한 기록들을 설명해주시고,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나누어주십니다.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습니다.”(루카 24,31)

 

여기에서, 우리는 하느님을 보는 믿음의 눈이 열리는 세 과정을 봅니다. 그리고 이는 말씀에서 샘솟는 기도”(렉시오 디비나)의 세 과정에 비길 수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생각이 열리게 되고(open mind), 가슴이 열리게 되고(open heart), 우리의 뜻이 바뀌게 되는(open will) 과정입니다. 곧 말씀에 대한 개방과 말씀의 수용과 말씀으로 말미암은 변형입니다. 말씀을 듣고서 지성을 동반하여 깨달아 알아듣고, 알아들은 바를 마음으로 받아들여 믿으며, 믿는 바를 그분의 뜻에 따라 실현함으로서 변화되는 일입니다. 그리하여 외적인 눈이 열리고, 속눈이 열리고, 영의 눈이 열리고, 마침내 그분을 뵙게 되는 일입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