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6,52-59(부활 3 금)

이 미사 중에, 우리는 우리를 위해 내어놓으신 당신의 몸과 피, 그 크신 사랑과 신비, 그토록 아름답고 거룩한 사랑을 먹고 마시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라’고 하십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이며

내가 마지막 날에 그를 살릴 것이다”(요한 6,54)

당신의 사랑, 당신의 생명을 “먹고 마셔라”라는 말씀입니다. 당신의 생명을 “먹고 마신다.”는 이 말씀은 당신께서는 우리의 밥이요, 양식이라는 말씀입니다. 동시에, 그것은 당신과의 사귐이요, 당신의 현존 안에 머물음을 말합니다. 나아가, 단지 먹고 마시는 것이 아니라, 믿음과 사랑으로 일치되어 신비적 몸에 합치되는 것을 말합니다. 곧 인간 안에서 하느님이, 하느님 안에서 인간이 새롭게 창조되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이는 내 안에 머물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문다.”(요한 6,56)

이 크신 사랑은 우리의 가슴을 벅차오르게 합니다. 이토록, 예수님께서는 우리와 한 몸이 되어 주십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신적 생명을 우리에게 선사하십니다. 곧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증여하십니다.

그리하여, 용서와 화해의 피, 구원과 생명의 피가 갈라지고 패인 우리 가슴 골골에 흐르고, 당신의 피는 우리의 피가 됩니다. 당신의 살은 우리의 살이 됩니다.

“먹다”(τρωγω)라는 동사는 ‘씹다, 씹어서 부수다’라는 뜻으로, 인간들이 음식을 씹을 때 사용하는 동사가 아니라, 초식동물이 풀을 먹을 때, 특히 ‘새싹을 입으로 뜯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곧 초식동물이 풀을 씹을 때는 입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몸의 근육을 연계해 온 몸이 함께 움직여 씹듯이, 말씀을 온 몸으로 음미하며 살아가라는 의미를 암시해줍니다.

또한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몸’은 ‘인간관계’를 말합니다. 곧 ‘사랑의 사귐과 친교’를 말해줍니다. 그리고 ‘피’는 ‘생명’을 말합니다. 곧 ‘일치와 유대’를 말해줍니다. 그러니, 예수님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심’은 예수님과의 사랑의 사귐과 친교를 말하며, 그것은 예수님과의 유대와 일치된 생명을 가져다줍니다.

그래서 우리는 당신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심으로써, 당신께서 가지셨던 그 인간관계인 사랑으로 맺는 인간관계를 가지게 되고, 당신이 가지셨던 그 생명인 스스로 내어주는 생명을 살게 됩니다. 곧 형제들과의 사랑의 친교와 사귐, 일치와 유대를 예수님의 생명 안에서 살게 됩니다. 그렇게 우리는 이웃과 형제들에게 자신을 내어주는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되어 가도, 당신의 사랑, 당신의 생명이 되어 갑니다.

우리를 위해 내어놓으신 당신의 살과 피는 우리 안에서 이토록 놀랍고 신비롭게 사랑과 생명이 되어 흐릅니다. 당신께서는 이토록 큰 사랑의 신비로, 오늘도 우리 안에서 당신 생명의 꽃을 피우십니다.

오늘도 우리 주님께서는 당신 몸과 피를 건네주시며 말씀하십니다.

“내가 아버지의 힘으로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의 힘으로 살 것이다”(요한 6,57)

이제 우리는 잠시 후면, “아멘”이라는 응답과 함께, 예수님의 몸과 피를 영할 것입니다. 곧 우리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살겠다는 응답을 드립니다. 그리고 당신의 힘으로 살게 될 것입니다. 우리 삶을 당신 사랑, 당신 생명으로 입혀 주실 것입니다. 그토록 복된, 참된 하루되시기 바랍니다.

주님!

당신은 제 안에 머무르되 저를 장악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제게 먹혀 사라짐으로 제 안에 살아계십니다.

당신 안에 저를 허용하시되 저를 가두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의 숨결에 태워 날게 하십니다.

모든 것을 내어주어 텅 빈, 제 안에 그믐달처럼 자신을 감추신 그 오묘함과 놀라움!

바람 부는 대로 흘러 다니는 가볍고 그윽한 당신 사랑의 숨결이 되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