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 그분 삶에서만 평화와 여유로움이 / 부활 제4주간 금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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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윤식 | 작성일2018-04-27 | 조회수1,875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바둑 전문 기사들이 한 판을 두고서 ‘복기’(復棋)라는 걸 한다. 복기란 자신이 둔 착 점에서 잘 두고 못 두었는지를 살피려는 거다. 그들은 약 300여 개나 돌을 두면서도 자신이 놓은 돌을 순서대로 재현할 수 있단다. 어떻게 그럴 수가? 그것은 그들이 놓는 순서만을 기억하는 게 아닌, 하나하나 놓을 때마다 그게 전체에 미치는 그 의미를 생각하였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자신이 놓은 돌을 자연스레 그대로 다 기억이 된다나.
버스 승객이 묻는다. “종각 갑니까?” “여기가 종각인데요.” 토마스 사도가 예수님께 이와 비슷하게 여쭈었다. “어떻게 그 길을 알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께서 답하셨다. “내가 길이다. 그리고 내가 목적지다.” 토마스는 자신의 길을 모른다며 길을 물었다. 그런데 사실 그는 목적지도 모르리라. 그래서 그의 질문은 정확하다. 목적지를 모르기에 갈 길도 모르는 거다. 지금 바로 눈앞에 목적지이신 그분이 서 계시는데도, 그분께 엉뚱하게 묻는 거다. 예수님께서는 진리요 생명이시기에 목적지이시고, 또 그분을 통해서만 아버지께 갈 수 있기에 분명히 ‘길’이시다. 이처럼 두 분은 함께 길을 가신다. 우리는 예수님을 통하여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를 잘 안다. 그러나 아는 것으로만 그친 채 실제로 그 길을 따르지 않는다면, 우리 또한 삶에서의 생명력을 잃어버리라. 예수님을 모시는 이는 가는 그 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길은 언제나 편하고 쉽지만은 않을 게다. 그 길이 우리에게만 주어진 ‘십자가의 길’일 수도 있기에.
따라서 예수님을 통해서 우리는 비로소 삶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다. 우리가 하느님의 삶에 참여할 때 비로소 진정한 그분 생명이 우리 안으로 온다. 예수님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시다. 그렇다. 우리가 이런 삶을 살 때에만, 우리 내면은 더욱 정화되어 지고 우리 얼굴은 예수님 얼굴을 닮아서, 항상 평화와 여유로 가득 차게 될 것이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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