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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머물기 위해 감사한 것을 찾아야
작성자김리원 쪽지 캡슐 작성일2018-04-28 조회수2,515 추천수4 반대(0) 신고

 




2018년 나해 부활 제5주일(이민의 날)


<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


  
복음: 요한 15,1-8





성모자


부티노네(Butinone) 작, (1490), 밀라노 브레라 미술관

 

 

 

개리 리지웨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사이코 패스 연쇄살인범입니다. 그가 죽인 사람의 숫자는 밝혀진 사람만 48명입니다. 20년이 지나서야 과학기술의 발달로 DNA검사가 이루어져 범인이 잡혔습니다. 그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판결에 화가 난 그의 피해자 가족들이 재판 석에서 일어나 하나같이 사형시켜 지옥에 보내야 한다느니 똑 같은 고통을 당해봐야 한다 등의 저주를 퍼부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죽인 사람들을 기억하지도 못할뿐더러 죄책감도 없어보였고 그냥 모든 것에 무관심해 보였습니다. 물론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까지 말입니다.

그러던 중 한 피해자의 아버지가 나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리지웨이씨, 여기 있는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증오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비록 당신은 제가 믿음을 지키고 사는 것을 힘들게 하긴 했지만요. 그리고 하느님께서 말씀하신 그 믿음은 바로 용서하며 사는 것입니다. 당신은 용서받았습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냉혈한 살인마, 개리 리지웨이는 자신이 죽인 얼굴도 기억 못하는 피해자 아버지의 진정어린 용서의 말을 듣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눈물은 아마도 그가 성인이 된 이후 흘린 최초의 눈물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한 흑인 교회에서 총성이 울렸고 성경공부를 하던 신자 9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백인 월주의자인 21세의 딜런 로프에게 유가족들은 직접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나는 너를 용서하고 우리 가족도 너를 용서한다. "네가 우리의 용서를 참회의 기회로 삼아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두 팔을 벌려 너를 성경모임에 받아들였지만 너는 내가 알기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을 죽였다. 내 몸에 있는 살 오라기 하나하나가 모두 아프고 나는 예전처럼 살아가지 못하겠지만 하느님께서 너에게 자비를 베풀기를 기도하겠다.”

이런 용서의 말들에 딜런 로프도 잠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관선변호사를 통해 사죄하는 마음을 유가족들에게 전했다고 합니다.

 

예수님은 포도나무이고 우리는 가지입니다. 그 나무에 붙어있지 않으면 가지는 말라버립니다. 하지만 예수님께 붙어있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분의 뜻을 따라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우리에게 십자가의 수난을 요구하십니다. 하지만 그분 안에 머물러야 영원한 삶을 얻습니다. 그분 안에 머무르기 위해서는 십자가에 자신을 못 박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게 싫으면 말라버려야 합니다. 우리는 그분 안에 머무르기를 결심한 사람들입니다.

 

그분 안에 머문다는 것은 어떤 것을 의미할까요? 간당간당하게 간신히 붙어있는 것을 의미할까요? 붙어 있을 수 있는 힘은 감사입니다. 단순한 진리지만 어느 곳에, 혹은 누구와 함께 머물려면 나쁜 것보다는 좋은 면을 찾아내고 그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옛날 재래식 화장실에 오래 머무르면 그 냄새가 옷과 몸에 배여 사람들이 내가 어디에 다녀왔는지 금방 알아차립니다. 그래서 그런 화장실에 오래 머물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군대에서 두 시간 이상씩 머물러야 했을 때가 있습니다. 바로 선임자들의 서열을 외우기 위해서였습니다. 그것을 보이는 데서 외우면 안 되기에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가서 발밑으로 기어 다니는 구더기들을 안으로 밀어 넣으며 몇 시간씩 외우고 와야 했던 것입니다. 오래 머물러 온 몸에 그 냄새가 배는 것보다 저녁 때 선임에게 혼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기에 화장실이 내가 머물러야 할 가장 행복한 곳이 되었습니다. 냄새는 이내 구수하게 변하였습니다.

예수님께 오래 머물고 싶으면 이렇듯 내 자신이 그분의 뜻을 따르기 위해 당해야 하는 어려움보다는 그것을 통해 오는 더 큰 이익을 보아야합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좋은 것보다 나쁜 것이 더 쉽게 눈에 들어오고 좋은 것들은 금방 익숙해져서 잊어버리기 십상입니다.

저는 로마가 지독히도 싫었습니다. 아니, 공부가 싫었습니다. 그렇지만 학위를 따 가야하니 로마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냥 싫어하면 안 되었습니다. 여행하는 것은 좋겠지만 외국인으로 외국인에 대한 반감 1위인 나라의 수도에서 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외국인에 대한 반감이 가장 큰 나라가 된 이유는 처음에 가톨릭국가이기 때문에 난민들을 많이 받아주었는데 이들이 취직을 할 수 없자 빈민촌을 형성하고 도시로 들어와 범죄들을 자주 저지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실업난이 심한데 중국인들이 몰려들어와 그들의 일자리마저 빼앗기는 실정인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을 했을 때는 석연찮은 심판의 판정 때문에 이탈리아가 한국에 패하게 되자 반한 감정도 극도로 오른 때도 있었습니다.

그때 시골 성당으로 두 달 동안 파견을 갔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들 마음이 따듯함을 느꼈습니다. 어른들은 물론이요 축구에 미친 아이들이나 젊은이들까지 로마에서 보던 사람들과는 매우 달라보였습니다. 로마에서는 대놓고 욕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시골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매우 따듯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랬더니 이탈리아의 인상이 조금은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로마로 돌아왔더니 로마가 새롭게 보였습니다. 이탈리아 시골에 사는 사람들도 많은 수가 로마에 한 번도 안 와 보았고, 신학생으로서 로마에 있는 교황청 소속 신학대학에서 공부한다는 것은 엄청난 부러움을 사는 일이었는데도 저는 그런 것들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안 좋은 것만을 보았던 것입니다.

매년 한국으로 들어오는 탈북자의 수가 적지 않습니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탈출하여 중국에서 힘겨운 생활을 하다 또 그 중의 일부만이 간신히 한국에 들어옵니다. 그럼에도 이들 중 많은 수가 한국에 적응을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 경쟁사회에서 살아남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부러 사고를 저질러 감옥에서 공짜 법을 먹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처음에 한국에 들어왔을 때의 그 감격은 사라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머물기가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유튜브에 탈북녀 이소율, 한국에 와서 제일 좋은 점 TOP 5’란 것이 올라와있습니다. 처음엔 물론 자유란 것이 가장 큰 좋은 점이었겠지만 점차 그 자유에 익숙해지다 보니 새로운 좋은 점들을 찾아야만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내용은 특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5. 티비 채널이 많다: 24시간 보고 싶은 것을 보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은 북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4. 안정적인 전기 공급: 24시간 동안 끊이지 않고 공급되는 전기는 북한에 있을 때는 꿈 같은 이야기였다.

3. 보일러(손쉬운 난방): 나무를 주우러 다니고 그래도 안 되면 추위를 참고 눈을 붙여야만 했던 시절에 비하면 감사할 뿐이다.

2. 가스레인지: 이렇게 쉽게 불을 피워 음식을 할 수 있다니.

1. 전기밥솥(풍부한 음식): 굶은 적도 많고, 또 밥 한 번 짓기 위해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왜 사람은 머물러서 좋은 것들은 쉽게 잊고 머무르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만 크게 생각하게 될까요? 그것은 자신 안에 있는 불만족이라는 본성을 지닌 자아 때문입니다. 그 자아는 마치 저절로 자라나는 잡초처럼 가만히 놓아두면 우리 온 자신을 불만족으로 휘감습니다. 주님 안에 머물기 위해서는 자신이 죽어야 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 불만족으로 주님께 머물지 못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 불만족을 뽑으면 밑에 무엇이 남을까요? 바로 감사입니다. 감사가 덮이지 않도록 끊임없이 불만족을 뽑아야합니다.

남녀가 헤어지는 것도 이 작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어린왕자는 처음에 자신의 별에 자라난 장미꽃 한 송이 때문에 사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그 꽃의 투정과 그 꽃을 위해 해 주어야만 하는 의무가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그 꽃이 있는 별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머물고 싶으면 감사한 마음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그 감사한 마음을 회복하는 시간이 미사입니다. 미사는 감사, 특별히 영성체가 감사란 이름을 지닙니다. 감사해야 그분의 뜻도 따라줄 수 있고, 그분의 뜻을 따라주어야 그분 사랑 안에 머물게 됩니다. 그리고 그분 사랑 안에 머물러야 말라버리거나 지옥 불에 던져지지 않습니다. 오늘은 미사 때 감사를 찾고 나왔는지 아니면 계속 불만족인 것만 생각하며 나왔는지 되돌아봅시다. 미사 끝나고 나올 때 성체 성혈, 이것 아니면 구원을 받을 수 없는 그것을 주신 주님께 그것만으로 감사하여 나올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미사 때 찾으러 가는 보물, 기도 때 찾아야만 하는 유일한 보물은 바로 감사입니다. 감사가 있어야만 그분 안에 머물 수 있기 때문이고 머물러야 많은 열매를 맺고 그래야 구원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 머물기 위해 잡초를 뽑듯 우리 안에 불만족이 올라오지 않게 만드는 작업을 멈추지 말아야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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