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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요셉신부님복음묵상(먹었으면 화장실 가는 것은 당연하다)
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18-05-04 조회수1,600 추천수1 반대(0) 신고

 


2018.05.03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복음: 요한 14,6-14

"먹었으면 화장실 가는 것은 당연하다"

멕시코를 대표하는 초현실주의

화가이자 페미니스트들의 우상인

프리다 칼로

(Frida Kahlo, 1907~54)

멕시코의 한촌 코요아칸에서

태어났습니다.

젖 먹던 어린 시절,

동생 크리스티나를 돌보느라

유모에게 맡겨져 자라난 프리다는

6살이 되던 해에 소아마비에 걸려

9개월 동안 방에만 갇힌 채로

생활하게 됩니다.

어린 시절 겪어야 했던 병과

외로움은 그녀의 자의식에

깊은 흔적을 남깁니다.

평생 오른쪽 다리를 혐오해,

말라비틀어진

이 다리를 감추기 위해

긴 치마를 즐겨 입었으며,

외로움은 그의 삶의 정향에

하나의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1925(18) 917,

프리다가 탄 버스가 전차와

충돌하는 대형사고를 맞게 됩니다.

버스기사의 실수로 발생한

순간적인 이 사고로 손잡이들이 달린

쇠파이프로 그녀의 몸은

한복판을 관통당합니다.

파이프는 옆가슴을 뚫고 들어와

골반을 통해 이어진 질을

뚫고 허벅지로 나왔고,

의사들은 세 군데의 요추 골절과

쇄골, 골절, 3, 4 늑골골절,

세 군데의 골반골절,

어깨뼈의 탈구,

그리고 오른쪽 다리의

열두 군대 골절과 비틀리고

짓이겨진 오른발을 발견했습니다.

이사고로 프리다는 오랜 동안

석고로 만든 전신 깁스

틀 속에 갇혀 지내야 했고,

퇴원 뒤에도 학교에 간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프리다는 이처럼 고통이

전신을 덮고 있을 때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침대에 누운 채 머리맡에

붙여놓은 거울을 들여다보며

그녀는 자신의 자화상을 그렸습니다.

몰핀으로도 감당하지 못하는

고통을 프리다는

그림 작업으로 이겨냈습니다.

이시절의 고통과 행복을,

나는 병이 난 것이 아니라 부서졌다.

그러나 그림을 그리는

동안만은 행복했다

훗날 술회합니다.

프리다는 21세 되던 해에

운명적 사랑인 디에고 리베라

(Diego Rivera, 1886~1957)

만납니다.

천재 벽화화가이자 열렬한

사회주의자며 호색한인

디에고의 세 번째 부인이 됩니다.

평생에 걸쳐 여러 번의

헤어짐과 재결합을 계속 한 끝에

두 사람은 마침내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예술적 동반자로서의

자리매김을 간신히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 번 임신을 하였지만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모두

임신중절을 해야만 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디에고는 프리다의

막내 동생인 크리스티나와

깊은 관계를 맺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프리다는 이전의

그 어느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충격을 받고

디에고가 좋아하던

긴 머리를 잘라내고,

그를 떠나기로 작심하여

별거에 들어갑니다.

프리다는 1950년과 51년 사이에

오른쪽 발이 썩기 시작하여

무릎 아래까지

다리를 절단해야 했고,

영국에서 골수 이식수술을 받다가

세균감염으로

19503월부터 11월까지

여섯 차례나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이 시절 옛 남편 디에고는

프리다의 곁에 머물면서,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떤 것이건 다 해주려고 했습니다.

폐렴에도 공산주의 시위에

참가하였다가 비를 맞고

1954713일 사망했는데,

마침 그녀가 전 날 쓴 일기에는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이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

세상을 떠나기 전 날은

프리다와 디에고의

결혼일로부터 25주년 기념일을

17일 앞둔 날이었습니다.

프리다는 17일 뒤에 다가올

결혼 25주년 기념 반지를

디에고에게 미리 건넸습니다.

왜 반지를 미리 주는가를

디에고가 묻자

머지않아 당신 곁을 떠날 것

같아서 그래요.’ 라고 말했습니다.

프리다에게 있어 그림은

육체와 영혼의 파멸을 딛고 일어나

자기 자신으로 남는 유일한 길이자

존재의 긴박한 이유였습니다.

그녀는 자신 안에 쌓이는 풀 수 없는

질문과 절망, 외로움과 배신 등을

끊임없이 자신의 방식으로 풀어내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그림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감당하기 어려운

모든 것들을 소화시켜냈고

쏟아버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사람은 음식을

먹어야 살 수 있습니다.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도

영혼의 음식입니다.

음식은 소화가 되어서 대소변으로

빠져나가야 합니다.

만약 소화가 안 되고 변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다면 온 몸에

독이 퍼져 부어오르고

결국엔 사망하게 될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이미 죽은 사람까지도

용서하지 못하고

끙끙 앓고 있습니다.

상처 받은 것을

생각하고 또 생각합니다.

나에게 닥쳐온 이해할 수 없는

불행으로 하느님과 이웃들에게

분노를 느끼고 자신을

망가뜨리기도 합니다.

이런 모든 것들이 소화되지 않고

배변되지 않아 내 안에서 독이 되어

온 몸으로 퍼져 나를 죽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필립보는

예수님께 꾸지람을 듣습니다.

아버지를 보여 달라고

청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았으면

아버지께서 아드님 안에 사시고

아드님이 아버지께

순종하여 사시기에

결국 아드님을 보는 것이

아버지를 보는 것이라는

삼위일체 신비를 자세히

들을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아버지를 보여 달라고

질문하는 것이

어리석고 무엄하게

보일까봐 부끄러워

마음속에만 꼭꼭

숨겨놓고 있었다면

역시 그것도 내 안에서

소화되지 않고

빠져나가지 못하는 하나의

장애가 되었을 것입니다.

내 안에 쌓이는 부끄러움들을

부끄러움으로 여기지 않고

내보낼 수 있을 때

속이 편해지는 것입니다.

먹었으면 반드시

화장실에 가야합니다.

변을 보는 것이

창피하다면 그 때부터

몸에 독이 쌓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음식 쓰레기를

밖으로 배출하십시오.

반드시 내 영혼 안에 쌓이는

오물을 버리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만 살 수 있습니다.

세상에 변을 보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부끄러운 질문이라도

참기 힘들면 해 버리고

부끄러운 상처도 다른 사람들도

다 가진 것처럼 털어놓으십시오.

프리다의 경우처럼 어떤 때는

내가 쏟아낸 부끄러운 것들이

경이로운 예술작품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어떤 때는 필립보의 질문처럼

중요한 대답을 이끌어내기도

하는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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