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을 쓰고, 인터넷 검색을 하는 노트북이 문제가 생겼습니다. 컴퓨터를 잘 다루는 신부님께 부탁을 드렸습니다. 신부님께서 이틀 동안 컴퓨터를 들여다보았습니다. 프로그램을 새로 깔고, 정리를 했습니다. 신부님은 임시방편으로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7년 동안 사용했기 때문에 조만간 새로 구입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7년 동안 나와 함께 했던 노트북이 고마웠습니다. 저는 노트북으로 많은 강론과 강의 원고를 작성했습니다. 노트북으로 이웃들과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노트북으로 세상과도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노트북에게 감정이 있다면 고맙다는 말을 해 주고 싶습니다. 주변을 보니 나를 위해서 말없이 수고해 주는 것들이 많습니다. 원고를 볼 수 있게 해 주는 프린터가 있습니다. 눈의 피로를 덜어주는 스탠드 형광등이 있습니다. 언제나 시간을 알려주는 벽시계가 있습니다. 편하게 등을 기대고 작업할 수 있도록 자리를 내주는 의자가 있습니다. 12년 동안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차가 있습니다. 정말 많은 것들이 저를 위해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갈릴래아 호수에는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했던 장소들이 있습니다. 행복에 대해서 말씀하셨던 성당이 있습니다. 오천 명을 배불리 먹이셨던 성당이 있습니다. 베드로의 집터에 세워진 성당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빵을 나누었던 성당이 있습니다. 그 성당에는 바위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바위에서 베드로에게 질문을 하셨습니다. ‘너 나를 사랑하느냐?’ 베드로는 예수님께 대답을 합니다. ‘예 주님 저는 주님을 사랑합니다.’ 예수님께서는 3번 질문하셨고, 베드로는 3번 주님을 사랑한다고 대답하였습니다. 3번 질문한 의미는 베드로가 3번 예수님을 배반하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3번 질문을 하시면서 베드로의 지난날 모든 잘못을 용서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지난 2월에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주님께서 계셨던 그 바위에 손을 대고 기도를 하였습니다. 주님께서 제게도 질문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가브리엘 너 나를 사랑하느냐?’ 저는 온전한 몸과 마음으로 주님을 사랑하지 못하였고, 이웃을 사랑하지 못한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주님께서는 그런 저를 받아 주시고, 따듯하게 받아 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다음에 갈 기회가 주어지면 베드로 사도처럼 말하고 싶습니다. ‘주님 저도 주님을 사랑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착각과 독선이 있습니다. ‘의처증, 의부증’이 있습니다. 사랑이 집착과 소유로 변하여서 상대방을 믿지 못하는 것입니다. 결혼한 자식은 이제 배우자를 사랑하고, 배우자와 화목한 가정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어떤 부모님은 이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배우자에게 사랑하는 자식을 빼앗겼다고 생각합니다. 이 또한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식을 소유하려는 태도입니다. 자녀의 꿈과 희망을 키워주기보다는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자식이 이루어주기를 바라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자식을 통해서 대리만족을 얻으려는 집착입니다.

참된 사랑은 무엇일까요?

사랑은 주는 것입니다. 샘물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듯이, 강물은 바다로 흘러가듯이 사랑은 그렇게 계속 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그런 사랑을 하셨습니다. 사랑은 상대방을 위해서 나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을 위해서 목숨까지도 바치는 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그런 사랑을 하셨습니다.

우리가 주님을 사랑한다면 우리 주변의 억울한 이들, 가난한 이들, 소외된 이들, 병든 이들을 사랑으로 대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베드로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의 사명입니다. 세례를 받아 교회의 일원이 된 모든 신앙인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