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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05-19 조회수4,100 추천수10 반대(0)

 

지난번 사제 연수에서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다음 침공은 어디?’를 보았습니다. 미국은 베트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치렀습니다. 엄청난 비용이 들었고, 젊은이들이 사망했습니다. 지금도 미국은 전 세계 많은 지역에 군 기지를 두고 있으며, 천문학적인 국방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미국의 노동, 교육, 여성, 교정, 역사의 현실은 더 열악해지고 있습니다. 감독은 총과 칼 대신에 카메라를 들고 유럽의 나라들을 방문하였습니다. 그리고 미국에는 없는 유럽의 좋은 것들을 미국으로 가져가려고 합니다. 물론 무력으로 빼앗는 것이 아닙니다. 유럽의 나라들은 아무런 조건 없이 가져가라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노동입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노동자들이 충분한 휴가를 보낼 수 있도록 배려를 합니다. 노동자들에게 유급으로 육아 휴직을 주고 있습니다. 점심시간도 충분히 주고 있으며, 노동자들이 기쁜 마음으로 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합니다. 노동자들도 만족하고 있으며, 기업의 사장들도 그런 환경이 노동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받아들입니다. 미국에서 받아들이면 좋은 제도라고 감독은 이야기합니다.

두 번째는 교육입니다. 슬로베니아와 핀란드에서는 학생들의 교육을 무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급식은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서 식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획일적인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이 원하는 것들을 가르치며, 인성 교육을 우선하고 있습니다. 학비 때문에 대출을 받는 학생들이 없습니다. 감독은 이것도 좋은 제도이기에 받아들이고 싶다고 합니다.

세 번째는 교정입니다. 노르웨이와 포르투갈은 쾌적한 환경의 교도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교도소는 사회복귀를 위한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교도소에 있는 사람들은 각자의 방을 사용하고 있으며, 방의 열쇠도 본인이 가지고 있습니다. 기술을 배우고,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 사람들은 다시금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낮다고 합니다. 감독은 재소자들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고, 재범의 비율이 높은 미국에 필요한 제도라고 이야기합니다.

네 번째는 여성입니다. 튀니지와 아이슬란드는 여성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내각과 국회에도 여성의 비율을 의무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은 섬세함과 신중함으로 국가의 정치와 경제의 발전에 많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금융 위기를 극복한 은행들은 모두 여성들이 운영하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감독은 이런 제도도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이야기합니다.

다섯 번째는 역사 인식입니다. 독일은 교육의 현장에서 지난날의 잘못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피해자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사죄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자신들의 폭력에 의해서 피해를 보았던 유대인들의 이름을 거리에 표시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에 의해서 희생당한 사람들을 추모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원주민들과 흑인들의 인권을 침해했던 역사를 외면하려 하는 미국에 필요한 제도라고 감독은 말하고 있습니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기 마련입니다. ‘경쟁, 이익, 시장, 성공, 독식이라는 패러다임에 갇혀있으면 타인에 대해 배려를 하기 어렵습니다. 더불어 살기가 어렵습니다. 자연을 보호하기 어렵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것은 나눔, 희생, 사랑, 헌신, 믿음이라는 패러다임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올 때까지 그가 살아 있기를 내가 바란다 할지라도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너는 나를 따라라.”

 

사제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이는 신앙생활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들입니다.

첫째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근심, 걱정은 모두 버려두고 살아야 합니다. 근심과 걱정이 가득하면 봄의 아름다움을, 철쭉의 싱그러움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오늘 제1 독서에서 우리는 바오로 사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유대인들의 고소로 죄인이 되어서 재판을 받았습니다. 감옥에 갇혔었고, 나중에는 군인들이 지키는 가택연금을 당했습니다. 2년 동안 가택연금을 당하면서도 바오로 사도는 근심하거나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가택연금 중에도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주님께 대한 믿음으로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인생은 하느님께로 가는 여정과 같습니다. 때로 시련의 비가 내리기도 하고, 고통의 파도가 밀려오기도 하고, 고독과 외로움의 바람이 불기도 합니다. 그럴 때라도 마음의 여유를 갖는다면 우리는 구름에 가려진 태양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고통의 파도를 넘을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는 멀리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산에 있는 꽃들은 멀리서 볼 때 더욱 아름답습니다. 멀리서 바라볼 때 구름, 바람, 시냇물과 조화를 이루는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 너무 가까이서 보면 미처 피지 못한 꽃도 있고, 색이 바랜 꽃도 있고, 이미 시들은 꽃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얼굴도 비슷합니다. 너무 가까이에서 보면 삶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주름도 있고, 점도 있고, 작은 상처도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웃도 너무 가까이에서 보면 허물과 단점이 보이기 마련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베드로 사도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올 때까지 그가 살아 있기를 내가 바란다 할지라도,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너는 나를 따라라.” 꽃은 분석하고 나누고 평가하면 그 아름다움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습니다. 만나는 이웃을 평가하고, 분석하여 판단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그 안에 숨어있는 가능성을 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시적인 측면도 필요하겠지만 거시적인 면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베네딕토 성인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땅으로 내려온 사람만이 하늘로 오를 수 있습니다.’ 군대에 가면 포복훈련이 있습니다. 철조망 아래에는 진흙탕입니다. 철조망 위로는 실탄이 날아다닙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군인은 낮은 자세로 철조망을 통과해야 합니다. 머리를 들면 철조망에 다치기 쉽고 옷이 찢길 수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총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에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는 낮은 자세로 기어가야 합니다. 삶의 시련도 그렇습니다. 결국은 지나가기 마련입니다. 겸손하게 땅을 향하면 언젠가 하늘로 들어 높여질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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