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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다시 태어나도 오로지 당신만을 / 연중 제7주간 금요일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5-25 조회수2,127 추천수4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사랑하리라.’ 30여 년 전에 작고한 가수 하수영씨가 부른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의 마지막 가사이다. 서품식이나 서원식 때 바닥에 엎드려 저는 이제 죽은 목숨입니다. 오로지 그리스도를 위하여 죽어 가는 삶을 살겠습니다.’라고 고백하는 것처럼, 부부 관계도 사랑으로 서로에게 죽어 가는 과정이란다. 해 없는 달, 그늘 없는 햇볕, 강 없는 바다를 상상할 수 없듯이 하느님께서는 세상 모든 게 자기 짝 찾기를 바라셨다. 이렇듯 짝지어야 조화를 이룬다. 어둠과 빛, 추위와 더위, 물과 불 등이 쌍을 이룰 때에 세상은 아름답다. 심지어 짚신도 짝으로만 존재한다나.

 

젖은 손이 애처로워 살며시 잡아본 순간

거칠어진 손마디가 너무나도 안타까웠소
시린 손끝에 뜨거운 정성 고이접어 다져온 이 행복

여민 옷깃에 스미는 바람 땀방울로 씻어온 나날들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사랑하리라

미운투정 고운투정 말없이 웃어넘기고

거울처럼 마주보며 살아온 꿈같은 세월
가는 세월에 고운 얼굴은 잔주름이 하나둘 늘어도

내가아니면 누가 살피랴 나 하나만 믿어온 당신을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사랑하리라

 

예수님께서는 늘 하시던 대로 가르치셨다. 그런데 바리사이들이 그분을 시험하려고, “남편이 아내를 버려도 됩니까?”라고 물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모세는 어떻게 하라고 명령하였느냐?”하고 되물으시니, 그들이 “‘이혼장을 주고 버리는 것을 허락하였습니다.”라고 답하였다.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너희 마음이 완고하기에 모세가 그렇게 한 것이다. 창조 때부터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다. 그래서 남자는 부모를 떠나 아내와 결합해 한 몸이 된다.’ 따라서 그들은 둘이 아닌, 한 몸이다. 하느님께서 맺으신 것을 사람이 갈라서는 안 된다.” 다시 제자들이 묻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누구든지 아내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혼인하면, 간음한 것이다. 또한 아내가 남편을 버리고 다른 남자와 혼인해도 간음하는 것이다.”(마르10,2-12 참조)‘


사실 세상의 짝은 창조 법칙에 따라 자연스럽게 조화롭지만 유독 인간의 짝은 서로가 서로에게 죽음과 부활의 신비를 지닐 때에만 참다운 조화를 이룬단다. 나는 당신을 위해 죽었습니다.’라고 늘 다짐해야만, ‘당신 때문에 내가 살았군요.’라는 감사가 생겨난다나. 결국 이 신비를 살아가야만 비로소 부부는 더 이상 둘이 아닌 하나일 게다. 성격 차이로 이혼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러나 이혼과 성격 차이는 믿음의 관점에서는 대체로 무관하다고 보는 게 지배적이다. 그 헤어짐의 진짜 이유는 고갈된 사랑의 감정 때문일 게다. 부부란 상대방을 성장시키며 함께하는 짝이다. 그런 삶이라야 애정이 식지 않으리라. 그러한 삶을 살라고 하느님께서 그렇게 맺어 주신것이다.

 

사랑하는 이가 생기면, 그와 오랜 시간을 보내고 싶다. 일상의 모든 순간을 자신보다 상대를 더 많이 생각하고 보살필게다. 사랑은 두 인격이 서로에게 온전한 헌신을 통해 서로를 결합시키는 힘이다. 예수님께서는 이혼장만 써 주면 아내를 버릴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제동을 거시면서 혼인에 대하여 새로운 가르침을 주셨다. 혼인은 사랑하는 두 사람의 필요에 의해 결합되고 헤어지는 그리 흔한 세상의 일이 아니란다. 인간이 죄악과 불륜을 저질러도 하느님께서는 끝까지 인간의 구원과 해방을 포기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혼인을 통해 보여주셨다. 이는 사랑하는 이 안에는 영이신 성령이 늘 함께하시고 또한 그들을 혼인의 유대로 결합시켜 주시는 그것이 바로 성령이기에.

 

따라서 혼인은 하느님과 인류가 맺은 계약이 파기되지 않듯이, 사랑하는 남녀가 하느님이 맺어 주신 은총으로 둘이 한 몸이 되어 어떠한 경우에도 사람이 갈라놓을 수 없는 하느님의 표징이다. 가톨릭 교회가 이혼을 허락하지 않는 것은 끝내 갈라져 살 수밖에 없는 이들을 단죄하기 위함이 아닌, 하느님께서 죄 많은 인류와 맺으신 계약에 신뢰를 지키시듯이, 혼인 역시 부족한 이끼리 서로 사랑하며 성숙해져 가는 과정임을 분명히 가르치기 위함일 게다. 성숙한 부부는 욕망이 아닌, 우정과 신뢰로 산다. 성실한 친구는 든든한 피난처로, 그를 얻으면 보물을 얻은 셈이다. 내 인생의 반려자가 나의 든든한 피난처가 되어 어떠한 경우에도 혼인 서약을 끝까지 지켜 준다면, 세상에서 큰 보물을 얻은 것일 게다. 내 곁에 참된 보물을 두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자.

 

혼인해 행복하게 사는 부부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부지기수다. 자신의 혼인이 실패라고 단정 짓는 이들은 참으로 후회할 게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맺어 준 부부 인연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는 예수님의 이 가르침이 정녕 무겁게 느껴진다. 우리는 세월과 함께 비록 몸은 늙어 갈지라도, 짝을 사랑했던 그 아름다운 기억들은 꼭 붙잡아야만 한다. 그것에 가치를 끊임없이 부여해 주어야 할 게다. 배우자의 참된 아름다움은 자신이 만드는데 달렸다나. 그래야만 아내에게 바치는 이 노래가 하도 흥겨워 자신도 모르게 불리리라.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사랑하리라.’라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결혼,이혼,간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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