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05-31 조회수2,053 추천수9 반대(0)

 

지난 427일입니다. 판문점에서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났습니다. 전 세계의 많은 사람이 그 만남을 지켜보았습니다. 긴장, 갈등, 전쟁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은 평화, 번영, 화합의 상징으로 변하였습니다. 두 정상이 손을 잡고 남과 북의 분단 선을 넘어가고 넘어오는 모습은 가슴이 찡하였습니다. 저렇게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선인데 우리는 너무 많은 시간 기다려야 했습니다. 새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두 정상은 나무다리에서 정담을 나누었습니다. 두 정상이 함께 발표한 판문점 선언은 희망의 선언이었습니다. 신뢰의 선언이었습니다. 평화의 선언이었습니다.

 

미국 대통령의 발표로 만남이 취소되었지만,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함께 만나는 날이 올 것 같습니다. 비가 온 뒤에는 땅이 더 굳어진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서로 적대적인 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앙금이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대통령과 북한의 지도자가 함께 만나서 핵은 버리고, 평화를 나누는 선언이 발표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예전의 기억입니다. 교리를 가르치던 학생이 세례를 받았습니다. 첫 월급을 타는 날 제게 저녁을 사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약속을 하였지만, 깜빡 잊어버리고 산엘 갔습니다. 산에서 내려오면서 약속 시각을 기억했습니다. 연락할 방법도 없었고, 저는 한참 늦은 시간에 약속 장소로 갔습니다. 학생은 다방 한쪽에서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제가 올 줄 알았다고 하면서 밝은 웃음을 보여 주었습니다. 저를 믿고 기다려준 학생과 고마운 만남이었고, 미안한 만남이었습니다.

 

저는 매일 새벽에 묵상을 통해서 하느님을 만납니다. 글을 통해서 저의 내면과 만납니다. 그 만남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그 만남이 제게 힘과 용기를 줍니다. 성찰과 묵상이 있으면 우리는 다른 사람과 만남에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습니다. 우리의 영적인 에너지를 이웃들과 나눌 수 있습니다. 내 안에 욕심과 교만이 가득 차 있으면 우리는 만남을 통해서 위로를 받기 어렵습니다. 만남을 통해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 쉽습니다.

 

마음을 열면 길가의 꽃에서도, 하늘의 구름에서도, 불어오는 바람에서도 배울 것이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을 닫으면 아무리 좋은 글을 읽어도, 좋은 사람을 만나도 배울 것을 찾지 못합니다. 오늘 우리는 엘리사벳을 찾아가는 마리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엘리사벳은 찾아온 마리아를 축복하여 주었고, 마리아는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찬가를 부릅니다. 이것은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그러나 우리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마음에 품어야 할 가르침입니다. 엘리사벳은 마리아에게 축복의 인사말을 하였습니다. 마리아는 엘리사벳의 축복에 기도로서 화답합니다.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즐겨 부르셨다는 만남이란 노래를 함께 나누면서 5월의 마지막 날을 보내고 싶습니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잊기엔 너무한 나의 운명이었기에

바랄 수는 없지만 영원을 태우리

돌아보지 마라 후회하지 마라

~ 바보같은 눈물 보이지 마라

사랑해 사랑해 너를 너를 사랑해

 

오늘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해서 마리아의 노래를 불렀듯이, 우리 또한 각자의 노래를 만들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을 찬미하고, 하느님이 나에게 어떤 분이신지를 고백하는 신앙의 노래를 만들어 보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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