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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죽여주는 기도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1 조회수2,644 추천수5 반대(0) 신고

 

 

 




2018년 나해 연중 제8주간 금요일 


 <죽여주는 기도>



복음: 마르코 11,11-25





예수님 십자가의 길


MEMLING, Hans 작, (1470-71)


 

 

 

한국 축구에 이바지할 수 있는 아이라고 칭찬을 받고 차범근 감독으로부터도 메시 같다고 칭찬을 들은 원태훈 군이 있습니다. 얼마 전 영재 발굴단에 소개된 12세 초등학생 원태훈 군은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태훈이의 일상은 집에 가서도 축구 연습뿐입니다. 작은 골목길에서 동생과 함께 줄넘기와 축구연습을 합니다. 다른 아이들은 개인훈련을 받지만 태훈이는 그럴만한 형편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시라도 몸을 식히기 싫다고 말하며 운동에 열중하는 태훈이. 두 아이는 밤늦게야 자신들이 차린 밥상으로 식사를 합니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부모님을 위해서입니다. 엄마는 마사지 숍에서 일을 합니다. 손가락이 다 틀어지고 손톱이 빠졌습니다. 아빠는 한 무역회사에서 아랍어 통역을 하고 밤이면 새벽까지 환경미화원으로 일을 합니다. 부부는 2시간에서 3시간을 자며 나머지 시간에는 아이들의 축구선수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 일만 합니다. 아빠의 퇴근시간은 새벽 다섯 시, 엄마는 여섯 시에 돌아옵니다. 엄마는 돌아오자마자 잠자는 아이들을 위해 매일 마사지해줍니다. 태훈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고맙고, 다음에 미안하죠. (엄마가) 마사지할 때 봤었어요. 손톱 빠진 것...”

태훈이는 잠들기 전 동생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원태진, 우리 잘 때... 엄마 아빠가 일하시잖아. 그러니까 축구를 열심히 하자고...”

 

기도를 통해 얻는 것은 은총입니다. 은총은 성령님입니다. 성령님은 하느님의 피입니다. 그분들의 피를 받는 시간이 기도입니다. 그래서 기도를 하면 그분들이 주시는 성령의 은총 때문에 태훈이와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죽게 되는 것입니다. 놀고 싶고, 게임하고 싶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싶겠지만 이 아이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부모님의 피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맙고 미안해서 부모님이 믿어주시는 축구선수의 꿈을 자신도 믿게 되고 동생과도 사이좋게 지내게 됩니다. 부모의 사랑을 받으면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이렇게 자신을 죽이는 일입니다. 물론 죽이는 게 사는 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성전에 기도하러 가시던 중 무화과나무를 발견하십니다. 아직 열매가 맺힐 철이 아니었는데도 무성한 잎 속에서 열매를 찾으십니다. 하지만 열매를 발견하시지 못하자 나무를 저주하십니다. 그러고 나서 성전으로 가시어 기도의 집이 아닌 강도의 소굴로 만들어버렸다며 환전상과 비둘기 장수들의 의자를 둘러엎으십니다. 그리고 성전을 나와 오시던 길에서 제자들은 좀 전에 저주받은 나무가 말라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에 예수님은 믿음에 관한 가르침을 주십니다. 믿음만 있다면 산도 옮길 수 있다고 하십니다. 믿는 마음으로 청하기만 하면 다 이루어질 것이라고 하십니다. 청하는 것은 기도인데 무엇보다 기도할 때 반감을 품은 사람이 있다면 먼저 용서하라고 하십니다. 그다음에 기도해야 주님께서도 기도하는 사람의 죄를 용서해 주실 것이라 하십니다.

열매 맺지 못하여 저주받은 무화과나무는 결국 기도에 관한 가르침입니다. 기도하는 집이 성전입니다. 하지만 성전 안에 장사꾼들이 판을 치고 있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당시도 성전에서는 열매 맺지 못하는 형식적은 예배만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기도로 맺어야 하는 열매는 믿음입니다. 부모님의 믿음이 아이에게 전달되어 아이도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듯, 주님께서 주시는 성령을 통해 하느님의 자녀로 살 수 있다는 믿음을 지니게 됩니다.

그리고 그 믿음과 함께 자라는 열매는 용서입니다. 믿음과 용서란 인간관계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덕목입니다.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용서 못하겠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이는 자신이 죽지 못하면 용서 못하겠다는 말과 같습니다. 하지만 용서해도 죽지 않습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믿음이란 바로 원수까지도 용서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이 믿음과 용서가 바탕이 되지 못하면 어떤 관계든 오래 지속될 수 없습니다. 모든 인간은 서로에게 무엇이든 잘못을 하는 존재입니다. 그래도 용서하고 믿으면 친교가 생겨납니다. 친교의 에너지가 생겨나지 않는 성전은 기도하지 않는 성전이거나 헛된 욕망을 위해 기도하는 성전입니다. 그 사람이나 그런 종교의 미래는 열매 없는 무화과나무와 같을 것입니다.

 

기도는 죽여줍니다. 내 자신을 죽여줍니다. 자신만 믿는 헛된 믿음을 죽여주고, 남을 심판하고 있는 나 자신을 죽여줍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무언가 얻어내려고 기도하는 사람은 장사꾼이 가득한 성전과 같습니다. 기도의 목적은 나 자신을 죽이고 나의 꿈이자 하느님의 꿈인 사랑을 완성하는 일입니다. 거룩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도하는 것입니다. 기도하면 감사해서, 미안해서 그분의 뜻대로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려 노력합니다.

 

 

 

 

     
 

 

 

  

http://www.수원교구영성관.com/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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