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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3 조회수2,676 추천수7 반대(0)

 

명동 가톨릭 회관 벽에 대형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민족 화해 위원회에서 성모의 밤을 준비하면서 만들었습니다. 현수막의 내용은 기억하는 한 살아있고, 기도하는 한 이루어진다.’입니다. 북한에 있던 성당들을 기억하자는 뜻입니다. 우리가 기도하면 언젠가 북한에도 성당이 세워질 것이라는 바람입니다. 성모님의 도우심으로 남과 북의 평화와 번영이 이루어지고, 북한의 신자들에게도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는 시간이 오면 좋겠습니다.

 

1992년 김광석의 콘서트를 보았습니다. 26년 전의 일입니다. 소탈한 그의 모습이 기억납니다. 아름답고 서정적인 그의 노래가 기억납니다. 그는 이제 우리 곁에 없지만, 그의 노래를 듣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삶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우리 곁에 살아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라는 김광석 뮤지컬을 보았습니다. 김광석의 음악과 삶을 추모하면서 만든 뮤지컬입니다. 뚝섬역 근처 성수 아트홀에서 공연이 있습니다. 김광석의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김광석을 기억하는 분이라면, 바쁜 일상의 삶에서 잠시 여유와 행복을 맛보고 싶은 분이라면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보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혈액형이 A형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혈액형에 따라서 성격이 다르다고 이야기합니다.

A형은 세심하고 풍부한 감수성이 있으며 내성적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강한 뒤끝과 집착이 있으며 계산적이라고 합니다. B형은 사교적이고 활발하며 낙천적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변덕스럽고, 가벼워 보인다고 합니다. O형은 활동적이며 강한 지도력이 있고 온화하며 원만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고지식하고, 지나치게 털털해 보인다고 합니다. AB형은 냉철하고 예리하며 합리적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4차원적으로 보일 때도 있다고 합니다. 저는 혈액형에 따른 성격을 믿지는 않습니다. 다만 좋은 것은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혈액형은 수혈할 때도 꼭 알아야 합니다. A형은 A형에게만 수혈을 할 수 있습니다. B, AB형도 각자의 혈액형을 가진 사람에게만 수혈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유형의 혈액형에 수혈을 할 수 있는 혈액형이 있습니다. O형입니다. 과학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신앙적인 면에서 보면 O형의 혈액형이 가장 모범적인 것 같습니다. 자신의 것을 모두에게 나누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성체성사를 제정하신 것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성체성사의 가장 큰 의미는 내어줌입니다. 사제는 미사 때 빵과 포도주를 축성하면서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재현합니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줄 내 몸이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많은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공평하지 않게 만드신 것은 흐름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강약, 고저, 장단이 있습니다. 물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공기도 강한 곳에서 약한 곳으로 흘러갑니다. 구름도 비가 되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내립니다. 사람의 피도 끊임없이 흘러야 생명이 유지됩니다. 세상은 이렇게 흘러야 하고, 그렇게 흐르는 세상은 공평해지는 것입니다. 돈도 흘러야 경제가 살아납니다. 사람이 사는 이 세상도 흐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약한 나라의 것들이 강한 나라로, 가난한 사람들의 것들이 부유한 사람들에게로 흐르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신 사건이 바로 예수님입니다. 이것은 세상의 흐름을 바로 잡기 위해서였습니다. 세상의 흐름이 강한 곳에서 약한 곳으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긴 곳에서 짧은 곳으로 흘러간다면 세상은 공평해지고 아름다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세상은 예수님이 꿈꾸던 하느님 나라입니다. 사자와 어린아이가 함께 있는 나라, 늑대와 어린 양이 함께 있는 나라, 사막에도 샘이 흘러 꽃이 피는 나라입니다.

 

우리가 열심히 일해서, 공부해서 성공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출세해서 자기만 잘살고, 잘 먹기 위해서입니다. 다른 하나는 출세해서 세상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입니다. 혼자서 오천 명의 것을 빼앗아 먹을 수도 있지만, 혼자서 오천 명을 먹여 살릴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혼자서 오천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셨습니다.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섬기러 오셨습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겨 드리시면서 어떻게 해야 공평한 세상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 주셨습니다. 첫째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꼴찌가 되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내가 잘사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성체 성혈 대축일의 진정한 의미는 남을 잘살게 해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사람이 되신 것도, 예수님께서 성체와 성혈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시는 것도 모두 우리가 잘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또한, 우리도 이웃을 잘살게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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