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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6.3.성체성혈 대축일-양주 올리베따노 이영근신부
작성자송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3 조회수2,005 추천수0 반대(0) 신고

 

 

마르 14,12-16. 22-26(성체성혈 대축일)

 

 오늘은 그리스도의 성체성혈의 신비를 기리는 대축일입니다. 이 신비는 계약 으로 드러나는 하느님의 무한하신 사랑의 신비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말씀전례>의 주제도 계약입니다. 오늘 <독서><복음>에서 공통으로 등장하는 말씀도 계약이라는 단어입니다.

 <1독서>는 시나이에서 맺은 옛 계약으로서, 모세를 통하여 맺어지는 하느님과 백성의 계약입니다. <2독서>는 새 계약의 중재자이신 그리스도께서 죄를 속량하시고 상속재산을 받게 해주셨음을 되새깁니다. <복음>은 최후만찬에서 행하신 성체성사의 설정을 통하여 새 계약이 맺어지는 장면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최후만찬이 벌어진 것은 무교절 첫 날, 곧 파스카 양을 잡는 날(마르 14,12)입니다. 바로 이날 예수님께서는 성체성사를 세우시고 해방절의 양이 되셨습니다. 곧 계약을 맺는 피로 뿌려지셨습니다. 그리하여 옛 계약 안에 이미 감추어져 있던 신비가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곧 구원의 사랑이 선포되고, 새로운 생명이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르셨습니다.

이는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마르 14,24)

 

 오늘은 계약의 피라는 말씀과 관련하여 보고자 합니다.

먼저, “계약의 피란 무엇을 말하는가?

 

 <1독서>의 시나이 계약에서, 모세는 희생된 짐승의 피를 절반을 제단에 뿌리고 나서, “계약의 책을 백성에게 읽어줍니다. 그러자 백성들은 주님께서 말씀하신 모든 것을 실행하고 따르겠습니다.”(탈출 24,7) 하고 응답합니다. 모세는 나머지 피를 백성에게 뿌리며 말합니다.

이는 주님께서 이 모든 말씀대로 너희와 맺으신 계약의 피다.”(탈출 24,8)

 

 여기에는 계약을 구성하는 요소가 세 가지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첫째는 하느님의 말씀이요, 둘째는 백성들의 응답이요, 셋째는 피를 뿌리는 예식입니다. 그렇습니다. 계약에는 말씀과 피가 동반됩니다. 곧 계약은 피의 의식을 통해서 제정되지만, 동시에 하느님 말씀의 수용을 통해서 제정됩니다. 이처럼, 계약에 있어서 말씀과 의식은 불가분의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계약에서 생명을 상징하는 피를 뿌리는 의식은 혈연관계를 맺는 것으로, 생명의 친교로 묶어짐을 뜻합니다. 왜냐하면, 이는 일찍이 들어보지 못한 어마어마한 친교입니다. 곧 야훼 하느님과 백성이 같은 피로 결합되었다는 것은 곧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관계로의 친교를 말합니다. 본문의 이스라엘의 자손들(탈출 24,5)은 이 일치로 말미암아 가족이 됨을 말합니다(여기에 쓰인 “‘am”은 본래 백성이 아니라 가족을 뜻한다). 곧 그들은 야훼의 가족인 것입니다. 마치 한 가정의 구성원처럼, 혈족이 된 것입니다. 참으로 놀라운 계약인 것입니다. 그것은 순전히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호의의 선물이요,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또한, 이러한 계약은 우리를 형제 사이의 우애관계로 만듭니다. 야훼의 가족으로 형제가 되는 것입니다. 바로 우리가 그렇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가족이며, 서로 형제인 것입니다. 우리가 형제인 것은 바로 이처럼, 계약이 가져다 준 선물입니다. 그러니, 사실 이 계약이 아니라면, 우리는 형제가 될 수도 없고, 한 형제로 살아 갈 수도 없는 일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새 계약은 구약의 옛 계약과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곧 구약의 옛 계약에는 없는 새 계약에만 있는 것은 무엇일까?

대체, 무엇이 새 계약새 계약이 되게 하는 것일까?

 

 예언자 예레미아는 말합니다.

보라, 그날이 온다. 주님의 말씀이다. 그때에 나는 이스라엘 집안과 유다 집안과 새 계약을 맺겠다. 그것은 내가 그 조상들의 손을 잡고 이집트 땅에서 이끌고 나올 때에 그들과 맺었던 계약과는 다르다. ~시대가 지난 뒤에 내가 이스라엘 집안과 맺어 줄 계약은 이러하다. ~나는 그들의 허물을 용서하고, 그들의 죄를 더 이상 기억하지 않겠다.”(예레 31,31-34)

 

 그렇습니다. 용서받음새 계약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미사 중에 <성찬제정 축성문>에서, 사제는 포도주를 들고서 허리를 굽혀 말합니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많은 이들을 위하여 흘리는 피다

 

 이처럼, 우리는 용서받았기에, 당신의 자녀로 새롭게 탄생한 이들입니다. 바로 이것이 새로운 계약입니다. 이것이 바로 성체성혈의 신비에서 보여주는 주님의 지극한 사랑입니다. 그러기에, 오늘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용서의 새 계약을 이루신 주님께 감사드려야 할 일입니다. 또한 당신의 자비와 용서를 입은 자로서, 의당히 자비와 용서를 베푸는 계약의 삶을 살아가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새 계약에 따른 새로운 관계는 다른 이들을 위하여 자신의 몸을 쪼개어 떼어 나누는 일로 드러납니다. 곧 자신을 훼손하고 손해 보는 일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그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자신의 안전과 보호보다 타인의 도움과 유익을 먼저 헤아리는 일입니다.

 사실, 오늘 우리는 이 미사를 통하여, 바로 이 새 계약을 기념(anamnesis)하며, 현재화하고 새롭게 이룹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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