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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보니파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5 조회수3,051 추천수12 반대(0)

교회에는 전례력이 있습니다. 세상의 달력과는 시작도 다르고, 내용도 다릅니다. 세상의 달력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날짜가 계산되지만, 교회의 달력은 예수님의 삶을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우리는 주님의 부활 시기를 지냈고, 지금은 연중 시기를 지내고 있습니다.

 

교회 달력의 시작은 주님의 성탄을 준비하는 대림 시기부터입니다. 성탄을 축하하면서 잠시 연중 시기를 지냅니다. 그리고 재의 수요일을 지내며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는 사순 시기를 지냅니다. 성 주간을 통해서 주님의 죽음을 기억하며 주님의 부활을 축하하면서 부활 시기를 지냅니다. 7주간의 부활 시기를 지내고 성령강림 대축일이 지나면 교회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서 살아가는 연중 시기를 지내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리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드려라!’ 이것이 바로 신앙인들이 살아야 할 삶의 태도입니다. 우리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전례 안에서 사는 것은 우리는 하느님께 속해 있기 때문입니다.

 

브라질의 돔 헬더 까마라 대주교님이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내가 가난한 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면 사람들은 나를 성인(聖人)이라 부르고, 내가 가난한 이들은 왜 먹을 것이 없는지 물으면 사람들은 나를 공산주의자라고 부른다.” 주교님은 가난한 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난한 이들이 홀로 설 수 있는 제도와 복지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주교님께서는 세상에 사는 우리는 하느님의 뜻이 드러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며칠 전에 회사를 방문하였습니다. 사장님은 직원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잘 마련해 주었습니다. 직원식당은 값이 싸면서도 영양가가 높았고, 직원들은 하루 3끼를 먹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체력 단련실을 마련해 언제든지 운동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의료시설이 있어서 의사와 상담할 수도 있었습니다. 조용히 음악을 듣거나 명상할 수 있는 공간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사장님은 회사의 목적은 이윤을 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회사의 목적은 직원들이 사명감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라고도 하였습니다. 저는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앞으로 그 회사는 더 많은 발전을 이룰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예전에는 천사, 선녀, 요정, 산신령, 도깨비와 같은 존재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선녀가 내려와서 목욕도 하고, 요정들이 숲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고, 천사들이 하느님의 뜻을 전하곤 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에는 그런 것들이 사라졌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 믿으려 하는 교육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과학이라는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하늘은 땅에 사는 사람들과 가까이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너무나 고착되었고, 사람들의 삶에서 악취가 풍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을 많은 사람이 읽었습니다. 우리의 교육과 사회제도는 계속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더 많이 벌어야 하고, 남들보다 더 잘살아야 하고, 더 많이 소유해야 하고, 끊임없이 라는 마법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남들은 다 앞서가는데 나만 멈추면 도태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잠시 멈추면 정말 보이는 것들이 많습니다. 하늘의 구름도, 바람의 느낌도, 꽃의 색깔도, 새들의 노래도 비로소 보이게 됩니다.

 

율법 학자와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끊임없이 움직이려 하고, 증거를 찾으려 하고, 확신을 얻으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의심하고, 미워하고, 죽이려고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끊임없이 멈추라고 합니다. 버리라고 합니다. 그러면 비로소 하느님의 것들이 보인다고 합니다. 세상은 기계론적인 자연법칙의 틀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세상은 원인과 결과라는 인과응보의 개념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성인과 성녀들은 바로 그런 세상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멈출 수 있었고, 버릴 수 있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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