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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사제 성화의 날)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8 조회수3,069 추천수12 반대(0)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39년 만에 만났습니다. 모두 중년의 멋스러움이 있었습니다. 토목을 하는 친구, 연구소에 있는 친구, 금융권에 있는 친구들입니다. 교복을 입고, 가방을 들고 학교에 다닐 때는 알 수 없던 미래였습니다. 친구들은 제가 사제가 되었고, 명동 교구청에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39년 전 저의 모습에서 사제가 되리라는 생각을 못 했기 때문입니다.

 

홀로되신 어머니와 함께 가족여행을 간다는 친구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안식년을 지내면서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친구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교실에서 게임을 자주 하던 친구는 금융권에서 회사의 채권을 다룬다고 합니다. 담임 선생님 이야기, 학교 주변의 탁구장 이야기, 교련 이야기를 하면서 잠시 40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하였습니다. 한 친구가 40년 전에 저와 다투었던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이유는 생각나지 않지만, 저도 그 친구와 다투었던 것은 기억하였습니다. 서로 다른 길을 걸었지만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학창시절의 그리움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우리는 예수 성심 대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성가 199번은 예수 마음입니다. “예수 마음 겸손하신 자여 내 마음을 내 마음을 열절케하사 네 성심과 네 성심과 같게 하소서. 예수 마음 겸손하신 자여 내 마음을 내 마음을 잡아당기사 네 성심에 네 성심에 결합하소서. 예수 마음 겸손하신 자여 내 마음을 내 마음을 차지하시어 네 성심에 네 성심에 보존하소서. 예수 마음 겸손하신 자여 내 마음을 내 마음을 변화케하사 네 성심과 네 성심과 바꿔 주소서.”

 

예수님의 마음은 아낌없이 주는 마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겸손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신분에서 겸손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시지만 목수의 아들이 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말구유에서 태어나셨습니다. 가난한 목동들이 아기 예수님과 함께하였습니다.

예수님은 권한과 능력에서 겸손하셨습니다. 자연을 다스리고, 아픈 사람을 치유해 주시고, 나병 환자를 깨끗하게 하시고, 중풍 병자를 일으켜 세우셨지만 그래서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으셨지만,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시면서 겸손함을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은 잘못한 이를 용서하심에서 겸손함을 보여주셨습니다. 배반한 제자들에게 평화를 주시고, 성령을 보내 주셨습니다. 침을 뱉고 옆구리를 창으로 찌르고, 뺨을 때리며 모욕을 한 사람들을 용서하셨고, 하느님께도 용서해 주실 것을 청하시면서 겸손함을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조건 없는 사랑으로, 원수까지도 품어주시는 사랑으로, 끝까지 믿어주시는 사랑으로, 고통과 수난까지 감수하시는 사랑으로 겸손함을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겸손함을 보여주셨습니다. 벗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고 하신 그 말씀을 몸소 실천하셨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마음과 하나 된다면, 우리들의 마음이 예수님의 마음과 결합한다면, 우리들의 마음이 예수님의 마음으로 보호된다면, 우리들의 마음이 예수님의 마음으로 바뀐다면 우리 역시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그 겸손함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사제 성화의 날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의 향기가 전해지는 사제가 될 수 있도록, 침묵 속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사제가 될 수 있도록, 강론을 충실하게 준비하는 사제가 될 수 있도록, 세상의 아픔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위로할 수 있는 사제가 될 수 있도록, 무엇보다 가난함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제가 될 수 있도록, 말씀에 목이 마른 사제가 될 수 있도록, 그리스도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을 영광으로 아는 사제가 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 와서 마셔라. 나를 믿는 사람은 그 속에서 생명의 물이 강물처럼 흘러나오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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