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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 10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10 조회수2,158 추천수10 반대(0)

 

1990년이니까, 28년 전의 기억입니다. 주일학교 학생들과 지리산 산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산악반 출신인 저는 선발대로 학생들과 주로 텐트를 들고 출발하였습니다. 한참을 오르던 저는 잘못된 길로 가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잠시 멈추고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파악했습니다. 우리는 선발대이기 때문에 주로 텐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과 음식은 거의 없었습니다. 다행히 길을 다시 찾았고, 우리는 조금 늦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저를 믿고 따라 주었던 학생들이 고마웠습니다. 산은 언제나 겸손한 사람에게 문을 열어준다는 것도 새삼 알았습니다.

 

오늘 제1 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아담에게 너 어디에 있느냐?’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 묻는 것은 아담이 있는 장소가 아니었습니다. 하느님이 두려워 숨어있던 아담의 마음을 묻는 것입니다. 아담은 하느님의 질문에 다른 대답을 합니다.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함께 살던 하와의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하와 역시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함께 있던 뱀의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타인의 마음을 이야기하면 하느님과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끊임없이 주변의 상황을 탓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세상을 바로 보기 어렵습니다. 자신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을 잘못 만나서, 친구를 잘못 만나서, 시대를 잘못 만나서 힘들다고 이야기합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날씨가 추워서, 비가 와서 힘들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런 분들은 늘 그럴 수가 있나!’라고 이야기합니다.

 

고백성사에서도 이런 분들을 만나곤 합니다. 본인이 하느님과 멀어진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가족과 이웃 때문에 하느님과 멀어진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진정한 평화와 위로가 들어설 공간이 없습니다.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이 함께할 공간이 없습니다. 율법 학자들은 예수님께서 행하신 표징을 받아들이지 못하였습니다. 나자렛 출신의 목수인 예수님께서 그런 일을 할 수 없을 거라고 단정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그런 표징을 보이신 것은 다른 악령의 힘에 의해서라고 단정 짓습니다.

하느님과 가까이하는 사람은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할 수 있는 것은 기쁜 마음으로 합니다. 할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겸손함을 가집니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식별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집니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도 소중하지만 살아있는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마음을 가집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를 미워했던 사람까지도 품어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당에서도 그렇습니다. 모든 신자가 신부님의 의견을 존중하고 따르는 것은 아닙니다. 30%는 신부님의 의견을 찬성합니다. 30%는 다른 의견을 이야기합니다. 40%는 별로 표현을 하지 않습니다. 신자들 모두가 신부님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생각하면 착각입니다. 착각이 심해지면 마음에 큰 상처를 입게 됩니다. 의견이 다른 분들이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마음에 평화가 찾아옵니다.

교구청에서 함께 미사를 봉헌할 때입니다. 모두 녹색 영대를 사용했습니다. 저만 빨간 영대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옆에 있던 신부님이 이야기를 해주었을 때야 제가 전례의 의미와 다른 영대를 사용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다른 곳을 바라보면 알 수 없는 실수였습니다. 저 자신을 바라보았다면 다른 신부님들과 다른 영대를 사용하고 있음을 알았을 것입니다.

 

오늘 제2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지금 일시적으로 겪는 환난이 그지없이 크지만, 영원한 생명을 우리에게 마련해 줍니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우리가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보이는 것은 잠시뿐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고난과 박해 속에서도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을 보고 있습니다. 주님과 함께한다면 장소와 시간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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