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0주간 금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15 조회수2,586 추천수12 반대(0)

 

지간 금요일 사제 성화의 날에 유 경촌 주교님께서 강의를 해 주셨습니다. 제목은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였습니다.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라는 율법 학자의 질문에 예수님께서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간략하게 이야기하십니다.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 주교님께서는 우리 시대의 착한 사마리아 사람이었던 고 김남호 박사님의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김남호 박사님은 자녀들(34)을 모두 의사와 약사로 키우셨습니다. 아들들의 머리를 손수 깎아 주셨고, 공부를 가르치셨다고 합니다. 병원에는 간호사와 직원이 없었고, 모든 일을 혼자서 하셨다고 합니다. 왕진을 가게 되면 걷거나, 버스를 이용하셨다고 합니다. 가난한 이들에게는 진료비를 받지 않았고, 아끼고 절약해서 모은 전 재산을 교회에 기부하였습니다.

 

사제 성화의 날을 지내면서 김남호 박사님께 배울 것이 3가지 있다고 하였습니다.

첫째는 규칙적인 생활입니다. 김남호 박사님은 40년간 진료를 하면서 늘 같은 시간에 출근하였다고 합니다.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날 이외에는 평생 휴가도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찾아오는 환자들을 정성껏 돌보았고, 환자들은 대부분 좋아졌다고 합니다. 사제들은 무엇보다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합니다. 만나는 신자들에게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40년가량 사목을 하게 되는데 그 시간을 충실하게 보내야 합니다.

둘째는 학문에 관한 연구입니다. 김남호 박사님은 책을 가까이하였고, 후배들을 위해서도 책을 저술하였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배운 것들은 기본적인 것들입니다. 새로운 것들은 책을 통해서 배워야 합니다. 사제들은 신학을 배워서 신자들을 하느님께로 인도해야 합니다. 신학은 신학교에서만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교회의 가르침을 늘 가까이해야 합니다. 휴대전화도 충전해야 쓸 수 있습니다. 사제들은 기도와 말씀을 충전해야 합니다.

셋째는 청빈한 삶입니다. 김남호 박사님은 늘 이면지를 사용하였습니다. 간호사, 직원도 고용하지 않았습니다. 자녀들이 쓰다 버린 색연필을 사용하였습니다. 휴가도 가지 않았고, 음식도 절제하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모은 전 재산을 교회에 기부하였습니다. 이는 사제들이 늘 마음에 두고 실천해야 할 덕목입니다. 가난의 결핍이 사제를 어려움에 빠트립니다. 가난은 사제를 양육하는 어머니요, 세상의 정신으로부터 지켜주는 보루입니다.

 

오늘의 제1 독서를 묵상하면서 예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15년 전의 일입니다. 저는 강의를 위해서 대방동 성당엘 갔습니다. 저의 강의는 3시였지만 1230분에 도착하였습니다. 제가 교육의 담당자였기 때문입니다. 준비 사항을 점검하고, 저는 잠시 쉬기 위해서 성당 앞에 있는 불가마 사우나로 갔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사우나에서 방송이 나왔습니다. 손님 중에 조 재형 씨를 찾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놀라기도 했고, 당황하기도 했지만 누가 저를 찾는지 생각하면서 나왔습니다. 저를 찾았던 분은 봉사자였습니다. 1시에 강의를 하기로 하신 신부님이 사정이 생겨서 늦는다고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봉사자들은 제가 일찍 왔기 때문에 3시까지 오시라고 친절하게 안내를 해 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를 찾아서 사제관, 성모 동산, 성당을 갔었다고 합니다. 저는 봉사자들의 바람과는 달리 불가마 사우나에 있었습니다. 정신없이 강의하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늘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것들이 많습니다. 시인은 봄이 되면 보이지 않는 것들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습니다. 봄처럼 부지런 하라는 말, 봄처럼 꿈을 가지라는 말, 봄처럼 새로워지라는 말입니다. 전에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봄의 모습이었습니다.

 

발상의 전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컵에 남은 물이 반이면 이렇게 생각합니다. ‘반밖에 남지 않았구나!’ 그러나 어떤 사람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직도 반이나 남았구나!’ 신앙인은 어쩌면 발상의 전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에 살면서도 영원한 생명을 꿈꾸기 때문입니다. 소유와 풍요가 넘쳐나는 세상에 나눔과 희생의 가치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늘 원망과 불평을 하면서도 세상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늘 감사와 기쁨을 표현하면서도 세상을 살 수 있습니다. 언젠가 우리는 모두 주님께로 가야 할 운명입니다. 어떤 생각과 가치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선택은 우리의 몫입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입니다.’ 우리가 봄처럼 부지런하다면, 우리가 봄처럼 꿈을 간직한다면, 우리가 봄처럼 늘 새로워진다면 거친 들판에서도, 고독과 절망 중에서도, 시련과 아픔 속에서도 희망을 간직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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