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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말로만 겸손할 수 있을까?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18 조회수2,758 추천수5 반대(0) 신고



2018년 나해 연중 제11주간 화요일

 

 

<말로만 겸손할 수 있을까?>

    



복음: 마태오 5,43-48







동방 박사들의 방문



안젤리코(Fra Angelico) 작, (1432-1434), 코르토나 디오체사노 박물관

 

 

      요즘 겸손하게 살려고 조금 집중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잘 안 됩니다. 워낙 몸에 밴 것이 있고 또 신자들도 기본적으로 사제에게 너무 많은 공경을 주는 습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보다 나이가 훨씬 많으신 분이 일어서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저는 앉아서 듣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 저도 일어섰습니다. 이전엔 이런 것이 참 버릇없는 것임을 느끼지도 못하고 당연하게 생각하며 살아온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저도 세속적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또 제 자신을 높은 지위에 두었던 것입니다. 옷을 가난하게 입기가 힘들고 검소하게 먹거나 낮은 자리에서 봉사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신자들의 정성을 거부하는 것도 좋지 않다는 생각에 무조건 받으니 풍요가 하늘을 찌릅니다.

물론 가난한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사제들의 모습을 보면 마냥 부럽습니다. 하지만 선뜻 그런 삶을 본받기가 어렵습니다. 몸이 불편해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겸손은 해야겠는데 몸으로는 하지 못하고 말로만 하고 있는 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과연 몸이 불편해지지 않으면서도 겸손해지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요?

 

오늘 제1독서에서 자신의 왕비 이제벨을 잘 통제하지 못하여 나봇을 죽이고 그의 포도밭을 빼앗은 아합 왕에게 하느님께서 엘리야를 보내어 나무라십니다. 그와 온 집안이 처참하게 죽임을 당할 것임을 예고하십니다.

그러자 아합 왕은 재빠르게 회개합니다. 제 옷을 찢고 자루 옷을 걸치고 단식에 들어갑니다. 자루 옷을 입고 풀이 죽은 채 돌아다닙니다. 이 모습을 보신 하느님께서는 기분이 좋으신 듯 엘리야 예언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아합이 내 앞에서 자신을 낮춘 것을 보았느냐? 그가 내 앞에서 자신을 낮추었으니, 그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내가 재앙을 내리지 않겠다.”

자신을 낮추면 하느님께서 그를 높여주십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배워야 할 것은 하느님을 주님으로 인정하기 위해 우리 자신을 낮추는 것뿐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인정해드려야 그분께서도 우리를 인정해 주십니다. 이런 면에서 겸손이 영성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아합 왕이 자신을 낮추는 방식은 자신의 육체를 괴롭히는 것뿐이었습니다. 하느님 앞에서 자신의 육체를 괴롭히는 것이 자신을 낮추는 모습으로 보여지는 것입니다. 역시 겸손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육체가 교만인데 육체를 배불리면서 겸손하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상대를 높이고 상대를 편안하게 하기 위해 내 자신을 낮추고 내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면 아무리 말로 겸손한 척 하더라도 위선일 가능성이 큽니다. 겸손할수록 육체는 수고하고 있어야합니다.

 

평생을 흑인들을 위해 수고한 슈바이처 박사가 밀림에서 처음으로 병원을 지을 때 한 번은 옆에 서서 구경만 하는 흑인 청년에게 서 있지만 말고 같이 일하자고 권했습니다.

그러자 이 흑인 청년은 말했습니다.

나는 그런 일 안 합니다. 나는 배운 사람입니다. 그런 일은 배우지 못한 사람이나 하는 것입니다.”

나도 학생 시절에는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지. 그러나 공부를 더한 다음에는 아무 일이나 다 하게 되었다네.”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고생을 하려하지 않습니다. 땀을 흘리며 일하는 것은 낮은 사람의 몫이라고 여깁니다. 설익은 사람이고 덜 배운 사람입니다. 그런 상태에서 겸손이 나올 수는 없습니다. 수고하지 않으려는 것 자체가 자신을 특별한 사람으로 만드는 교만이기 때문입니다. 겸손은 몸으로도 불편해져야합니다. 겸손하고 싶다면 말로만 겸손해지려 하지 말고 교만이 스며있는 우리 몸을 조금은 괴롭힐 줄 알아야겠습니다.

      

 

 

   

 




 

http://www.수원교구영성관.com/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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