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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토마스 사도 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07-03 조회수2,254 추천수12 반대(0)

용산 성당에서 강의하였습니다. 제가 25년 전에 보좌 신부로 있었던 곳입니다. 아직도 저를 알아보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성직자 묘지, 제대, 사제관은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25년 동안 저에게는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본당 신부를 두 곳에서 했고, 해외 연수도 다녀왔고, 교구청에서 일했고, 청소년 수련원에도 있었습니다. 7년 전에 아버님께서는 하느님의 품으로 가셨고, 조카들은 모두 취직해서 일하고 있습니다. 25년 전의 열정과 패기는 많이 없어졌지만, 하느님 앞에 기도하는 시간이 조금 많아진 것은 감사한 일입니다.

 

강의하고 잠시 쉬는 시간이었습니다. 몇몇 분들이 제가 매일 올리는 강론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어떤 분은 친구들에게 카톡으로 저의 강론을 전해 준다고 합니다. 저를 보지도 못하셨고, 저를 알지도 못하시는 분들께서 저의 강론을 읽으신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삼 인터넷의 힘이 큰 것을 알았습니다. ‘수도원 기행,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신의 위대한 질문, 고금통의, 고양이를 읽으면서 작가들의 힘과 작가들의 지혜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 그분들을 만난 적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그분들의 글은 제게 감동과 신뢰를 주었습니다. 그리 내세울 것은 없지만 저의 강론 묵상을 읽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가끔 찾아가는 침술원이 있습니다. 원장 선생님은 앞을 보지 못하십니다. 그런데도 정확하게 침을 놓으십니다. 저는 원장님이 앞을 보지 못하시는지 몰랐습니다. 3년 정도 시간이 지난 다음 그것도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원장님은 보지는 못하시지만, 감각으로 저의 아픈 부위를 찾아내십니다. 앞을 보지 못하신다는 것을 알지만 저는 지금도 그분에게 저의 몸을 맡겨드립니다. 저는 원장 선생님을 믿기 때문입니다.

 

동창 중에 토마사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은 친구가 있습니다. 친구는 10년 이상 교정 사목을 하였습니다. 다른 것들은 이해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도소에서 출소한 사람들과 함께 살겠다고 했을 때, 저는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친구는 출소한 사람들과 함께 살았고, 그분들과 함께 지낼 숙소를 만들었고, ‘빛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그분들과 함께 지냈습니다. 저는 16년 전에 친구에게 갔다가, 출소한 분들과 함께 하루를 지낸 적이 있습니다. 하루는 그렇게 지낼 수 있다고 해도 매일 그렇게 지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거로 생각합니다. 친구는 그런 일을 10년 이상 하였습니다. 출소자들의 과거를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분들의 미래를 믿기 때문에 함께 지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너는 나를 보고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자는 참으로 행복하다.’ 그리고 치유를 바라는 많은 사람에게 믿음을 강조하셨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저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어려서 신앙을 보고 배운 저에게는 예수님께 대한 믿음과 신앙은 보고 배워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가 보여주고, 가르쳐 주지 않는 신앙을 어찌 배울 수가 있겠습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도 말을 합니다. “그러므로 들어야 믿을 수 있고 그리스도를 전하는 말씀이 있어야 들을 수 있습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에페소인들에게 이렇게 말을 하였습니다. ‘여러분은 더는 외국인도 아니고 이방인도 아닙니다. 성도들과 함께 한 시민이며 하느님의 한 가족입니다.’ 바로 신앙의 눈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만나는 가족, 이웃들을 신앙의 눈으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뿌리가 없는 나무는 곧 시들기 마련입니다. 화병의 꽃은 결코 아름다움이 오래 갈 수 없습니다. 물질문명, 과학, 이성, 산업화, 자본주의, 성공, 출세, 권력이라는 격랑이 세차게 몰아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의 믿음은 어쩌면 바람 앞의 촛불과 같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의 믿음이 세상을 밝히는 촛불이 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들의 뜨거운 신앙이 진리의 소금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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