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4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07-12 조회수3,080 추천수13 반대(0)

 이집트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거대한 크기의 피라미드입니다. 이집트인들은 고유한 문자를 만들었고, 영원한 생명에 대한 신앙을 가졌습니다. 성서는 이집트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아브라함도 기근을 피해서 이집트에서 지냈습니다. 야곱의 아들 요셉은 이집트로 팔려갔고, 야곱의 가족들은 기근을 피해서 이집트로 이주를 했고, 그곳에서 정착했습니다. 모세는 이집트의 왕족으로 자랐으며,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약속의 땅으로 떠났습니다. 나자렛의 성가정도 헤로데의 박해를 피해서 이집트로 피난을 갔습니다. 이집트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굶주림을 피하는 장소였고, 새로운 문화를 배우는 장소였고, 박해를 피하는 장소였습니다.

 

프랑스의 마르세이유 항구에는 높은 언덕이 있고, 그 위에 성당이 있습니다. 성당에는 성모상이 있습니다. 그 성당은 한국 교회와 깊은 인연을 간직한 곳입니다. 바로 프랑스 외방 선교회 신부님들이 조선을 향해서 선교를 떠나는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성당에서 파견 미사를 마치고 조선을 향해서 떠나는 사제들도 울었고, 사제들을 떠나보내는 가족들도 울었다고 합니다. 당시에 조선은 너무나도 먼 나라였고, 조선으로 간다는 것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는 것과 같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조선은 박해의 광풍이 불고 있었고, 선교사들인 파리 외방 선교회의 신부님들도 모진 고문을 받고 순교하였습니다. 멀리 떠나는 배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요? 선교사들은 마르세이유 언덕의 성모상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쳐다보고, 또 쳐다보았다고 합니다.

 

교회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요? 첨탑 위에 있는 십자가입니다. 엄숙한 전례입니다. 성직자와 수도자들의 복장과 삶입니다. 세상 속에 살지만, 영원한 생명을 꿈꾸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현실의 모습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조직화한 교회는 활력을 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성령의 이끄심에 맡기지를 못하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이들, 굶주린 이들이 찾아오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교회의 문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권위와 위선의 모습을 보여 주는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양 냄새가 나는 목자들이 적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교회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십니다. 교회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십니다. “하늘나라를 선포해야 합니다. 앓는 이들을 고쳐 주고 죽은 이들을 일으켜 주어야 합니다. 나병 환자들을 깨끗하게 해주고 마귀들을 쫓아내야 합니다.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야 한다고 하십니다. 평화를 빌어주어야 한다고 하십니다.” 과연 오늘 교회가 그런 삶을 보여 주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한일병원에서 장례미사를 집전하고 왔습니다. 제가 본당 신부는 아니지만, 소식을 들었고, 저를 필요로 한다면 기꺼이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성당은 관할구역이 있습니다. 교적을 옮기면 옮긴 본당에서 사목적인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어제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은 사마리아로도 가지 말고, 이방인들의 동네에도 가지 말고 오직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로 가십시오.’ 본당 신부는 본당 신자들을 먼저 도와드려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정말 도움이 필요한 분이라면 관할구역이 아니라 해도 기도해 주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이스라엘은 어느 지역이 아닙니다. 지금 병들고, 지금 가난하고, 지금 헐벗은 사람들이 이스라엘입니다. 그렇다면 어디가 사마리아이고, 어디가 이방인 동네일까요? 굳이 사제의 도움이 없어도 되는 사람들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성한 사람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지만 아픈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합니다. 나는 가난하고, 외로운 이들을 위해서 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 지치고 힘든 사람들은 모두 나에게 와서 쉬십시오. 나의 멍에는 편하고 가볍습니다.’ 나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 내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들은 관할구역을 정확하게 지키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 내가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 내가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들은 관할구역이 좀 다르더라도 함께 해주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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