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제베대오의 아들인 야고보 사도는, 성급하고 격렬한 성격으로 ‘천둥의 아들들’이라는 뜻인 보아네르게스라는 별명을 가졌지만, 베드로 형제와 함께 늘 예수님의 사랑을 받던 제자들 가운데 하나였다. 그래서 베드로 장모의 급작스러운 치유에도, 야이로라는 회당장의 딸의 소생 때에도, 그리고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장면에도 함께했으며, 겟세마니 동산에서도, 예수님과 함께 밤을 새우도록 베드로와 요한과 같이 초대를 받았다.

그는 사도 요한의 형으로 갈릴래아의 벳사이다 출신으로 제베대오의 아들이다. 시몬과 같이 어부출신인 그는 동생과 같이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그는 사도 베드로와 그의 동생 안드레아와 더불어 예수님 사랑을 많이 받았다. 오늘 축일인 그는 열두 제자의 한분이신 알패오의 아들 ‘작은 야고보’와 구분하여 ‘큰 야고보’라 부르고 있다.

‘예수님께서 그들을 가까이 불러 이르셨다. “너희도 알다시피 다른 민족의 통치자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고관들은 백성에게 세도를 부린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이는 너희를 섬기는 이가 되어야 한다. 또 너희 중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라. 사람의 아들도 섬김 받으러 온 게 아닌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태 20,25-28 참조)’

교황님은 자신을 ‘하느님의 종들의 종’이라 한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며 종의 모습을 몸소 보이셨다. 가지신 지위를 남을 위해 쓰라는 본보기이다. 부모로서, 공동체의 책임자로서 각자의 권한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곰곰이 살펴야겠다. 머릿속에 든 사랑의 지식은 섬김의 삶으로 가슴에 와 닿아야만, 비로소 따뜻한 사랑이 될 게다.

“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 진정한 사랑은 이해, 포용, 자기 낮춤이 선행된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칠십 년이 걸렸다.”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들려주신 인생 덕목의 한 대목이다. 겸손한 이는 언제 어디서나 존경심을 불러일으키리라. 내가 섬길 때에 누군가의 섬김을 받으리라. 추기경님께서 교회뿐만 아니라 큰 어른이 되실 수 있었던 것은, 하신 그 큰일보다 더 큰 ‘겸손함’을 지니셨기에.

사도들 가운데 가장 먼저 순교한 야고보는, 그가 마실 잔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게 되었을 때에 그 잔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리고 예수님의 고난과 그분의 죽음을 함께 지고 가셨다. 바오로 사도의 고백처럼 예수님의 죽음을 몸에 지니지 않고서는 부활을 선포할 수 없었기에. 죽음 없이는 부활이 없다. 은연중에 죽음 없는 부활만을 바라고 있지는 않은지. 그러기에 우리의 신앙에서 십자가와 죽음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곰곰이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 보자.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지만, 이 모든 것은 다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다. 순교의 길을 걸은 야고보 사도도 ‘하늘 나라의 영광’을 차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