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사제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08-04 조회수3,133 추천수11 반대(0)

 

예비 신학생들의 성지순례에 함께 했습니다. 학생들은 신리, 솔뫼, 여사울, 한티, 해미 성지를 도보로 걸었습니다. 저는 성지순례를 왜 하는지를 생각하면서 걸어보라고 했습니다. 의미를 알고 흘리는 땀과 의미를 모르고 흘리는 땀은 가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해미 성지에서는 성지를 소개하는 영상물을 보았습니다. 제게 큰 감동으로 다가온 장면이 있었습니다. 포졸들은 죽음을 앞둔 신자들에게 십자가를 보여 줍니다. 십자가를 발로 밟으면 살려줄 것이라고 말을 합니다. 그러나 신자들은 십자가에 경배하였고, 죽음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학생들에게 십자가를 밟지 않는 방법이 무엇인지 물어보았습니다. 어떤 것이 십자가를 밟는 것인지 물어보았습니다. 기도하지 않고, 공부하지 않고, 양심을 속이면 십자가를 밟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친구들을 도와주고, 매일 기도하고, 주어진 책임을 다하며, 양심을 속이지 않는다면 십자가를 밟지 않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학생들의 대답을 들으면서 며칠 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생각했습니다. 한 형제님은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건강에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치료를 잘 받았고, 건강을 회복한 형제님은 모든 것이 새롭게 보였다고 합니다. 무심했던 가족들에게도 따듯한 마음이 생겼다고 합니다. 30년을 함께 하는 아내를 위해서 선물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형제님은 큰 고통이 있었지만, 십자가에 경배하였던 순교자들의 뒤를 따르는 것 같았습니다. 다른 형제님은 공동체와 의견 충돌이 있었고, 그만 건강이 악화하였습니다. 건강이 회복되면서 형제님은 의견 충돌이 있었던 공동체에 원망과 분노의 마음을 가졌습니다. 원망과 분노가 있으니 건강의 회복도 늦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원망과 분노의 마음은 십자가를 밟아버린 배교자의 뒤를 따르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십자가를 밟는 종교 배반의 길을 걷지는 않습니다. 그런 방법으로 종교 배반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눈에 보이지 않는 십자가를 밟는 것 같습니다. 체면 때문에, 욕심 때문에, 자존심 때문에, 시기와 질투 때문에 우리는 양심의 십자가를 밟는 것 같습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십자가 경배를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아픈 이웃을 위해서 장기를 기증하는 분, 아내의 생일에 작은 선물을 하는 분, 텅 빈 성당에서 조배 하는 분들은 십자가 경배를 하는 것 같습니다.

 

공자께서는 성숙한 인간의 나이테를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지학, 이립, 불혹, 지천명, 이순, 종심의 나이테를 말하였습니다. 학문을 배우고, 뜻을 세우고, 의혹이 없으며, 하늘의 뜻을 따르고, 세상의 이치를 알아, 어떤 일을 해도 그르침이 없는 삶입니다. 제 나이가 50이 넘었는데, 아직은 세상이 이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유혹이라는 바람 앞에 늘 흔들리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세례자 요한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회개의 세례를 베풀었고, 예수님께서 오실 길을 미리 준비하였던 세례자 요한은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물론 예수님께서도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였고, 많은 표징을 보여 주었지만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였습니다. 예수님과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은 억울함을 억울함으로 갚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원망을 원망으로 갚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분노를 분노로 갚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용서하였고, 평화를 위해 기도하였습니다. 세례자 요한을 죽였던 세력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던 세력은 지금 모두 잊혀졌습니다. 하지만 용서를 하였고, 평화를 위해 기도했던 교회는 지금도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고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억울하고, 속상하고, 미치고 환장할 것 같은 일들을 만납니다. 그것을 똑같은 방식으로 갚으려 하면 참된 평화를 얻을 수 없습니다. 용서와 이해, 사랑과 평화만이 나를 참된 안식으로 이끌어 줄 수 있습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