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8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08-05 조회수2,132 추천수9 반대(0)

처음 본당 신부가 되었을 때의 기억입니다. 교우들을 위해서 매주 약수터로 가서 물을 떠 왔습니다. 주일날 교우들이 제가 떠온 물을 마시면 기분이 좋았습니다. 주일 미사를 마치면 주보 정리를 하고, 화장실 청소를 했습니다. 깨끗해진 성당과 화장실을 보면 기분이 좋았습니다. 설날, 추석이면 성당 봉고차를 몰고 차량운행을 하였습니다. 본당 신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성당에 오시는 교우들은 고마워하셨고, 그분들을 보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었습니다. 낚시해서 잡은 붕어는 약을 내려서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에게 드렸습니다. 어르신들이 아들보다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시면 그것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봉사하기보다는 봉사를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위로하기보다는 위로받는 때가 많았습니다. 이해하기보다는 이해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처럼 말로만 하느님을 찬미하는 때가 많았습니다. 자리에 앉을 때면 늘 상석에 앉도록 배려 해 주셨습니다. 어딜 가면 차량 봉사하시는 분들이 도와주셨습니다. 식당에 가면 늘 제가 먹고 싶은 것을 먼저 주문해 주셨습니다. 돌아보면 저는 섬김을 받는 데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오늘의 성서 말씀을 통해서 한번 알아보았으면 합니다. 한 인간이 일생을 살아가는 데는 오늘 이스라엘 민족과 같이 많은 시련을 겪어야 합니다. 인간이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벗어나 약속된 땅에 이르자면, 즉 성숙한 자유로운 신앙인이 되려면 극복해야 할 많은 장애물이 있습니다. 파라오의 정치적 권력이나 거짓된 마술사 같은 사기꾼들 그리고 물과 바다와 같은 자연의 재난, 인생의 사막과 광야를 건너는 동안 겪게 되는 뜨거운 열기와 뱀 그리고 갈증과 허기, 또는 이방인들로부터의 학대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면서 극복하기 어려운 것은 이와 같은 외적인 요인이 아니라, 오늘 모세가 겪는 것과 같이 우리의 내부에서 오는 삶에 대한 끊임없는 불평입니다. 백성들을 구원의 땅으로 인도하던 모세는 자기 백성의 저항에 부딪혔고, 광야를 통과하는 동안 하느님께 반항하며 차라리 이집트 땅에서 야훼의 손에 죽느니만 못하다. 너희는 거기에서 고기 가마 곁에 앉아 빵을 배불리 먹던 우리를 이 광야에 데리고 나와 모조리 굶겨 죽일 작정이냐?” 하는 불평이 모세와 아론에게 쏟아집니다. 그러나 야훼 하느님은 신비스러운 음식인 만나를 내려 주심으로써, 당신께서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 항상 함께하심을 드러내 보이십니다.

 

염불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있기는 예수님 시대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베드로는 영광스러운 예수의 변모를 보고 초가집 짓고 한평생 살자고 했다가 혼쭐이 났습니다. 제베대오의 아들 요한과 야고보는 예수님께 오른편과 왼편에 앉게 해달라고 조르다가 창피만 당했습니다. 가리웃 사람 유다는 잿밥에 눈이 어두워 그만 스승 예수를 팔아넘기기도 했습니다.

 

 

사제들 모임에서 식사를 하려고 했습니다. 한 여행사에서 유람선 여행 설명을 들어주면 점심을 제공한다고 했습니다. 설명도 듣고, 맛있는 점심도 먹을 수 있다기에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여행사 직원은 회원 가입을 권유했습니다. 매달 일정 금액을 입금하면 목돈이 되어서 유람선 여행을 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한 명은 가입해야 할 것 같아서 회원 가입을 했습니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었습니다. 어르신들만 선물을 받고 고가의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나오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을 하십니다. “너희가 지금 나를 찾아온 것은 내 기적의 뜻을 깨달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영원히 살게 하며 없어지지 않을 양식을 얻도록 힘쓰라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오늘 사도 바오로는 우리에게 이렇게 이야길 합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는 진리가 있을 뿐입니다. 여러분이 그의 가르침을 그대로 듣고 배웠다면 옛 생활을 청산하고 정욕에 말려들어 썩어져 가는 낡은 인간성을 벗어 버리고 마음과 생각이 새롭게 되어 하느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새 사람으로 갈아입어야 합니다. 새 사람은 올바르고 거룩한 진리의 생활을 하는 사람입니다.”

 

우리 모두 잿밥보다는 염불에 관심을 가지는 신앙인이 되어야겠습니다. 썩어 없어질 양식을 위해 시간과 정열을 투자하기보다는 영원히 썩지 않는 그분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우리의 시간과 정열을 바쳐야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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