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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믿음은 바보로 만든다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18-08-07 조회수2,719 추천수8 반대(0) 신고

 

 

2018년 나해 연중 제18주간 수요일



<믿음은 바보로 만든다>



 

복음: 마태오 15,21-28




예수님을 십자가에서 내림

LORENZETTI, Pietro 작, (1325)

 

 

 

    

한때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은 유럽 인구의 80%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합니다. 이쯤 되자 전염을 조심해야 했는데 의사들이 제안했던 방법은 씻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 국왕은 공중목욕탕을 없애라는 명을 내렸고, 영국은 집의 개인 화장실도 없애게 하였습니다. 당시 수질이 좋지 않았을 것이기에 이런 정책을 썼던 것은 일면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전 국민의 몸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곤혹을 치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며 몸에서 냄새가 더 많이 나는 사람이 더 위생적인 사람으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루이 14세는 겨드랑이에서 나는 냄새를 자랑했고, 입에서는 주위 모든 사람이 맡을 수 있는 역겨운 냄새를 풍겼다고 전해집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유럽에서 향수 산업이 발달하게 되었고 이렇게 씻지 않는 문화는 16세기경부터 19세기까지 이어졌다고 하니 수백 년 간 고생이 많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의사들의 권위 있는 해석으로부터 시작된 목욕에 대한 불신은 목욕하면 죽는다.’는 믿음까지 낳게 했습니다. 어떤 귀족 여인은 너무 지저분하여 목욕을 하고는 거의 유서와 같은 편지를 쓴 것이 전해집니다. 지금 보면 참으로 어리석고 바보 같기 짝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당대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바보였습니다. 각자 서로 다른 믿음이 상대를 바보로 여기게 만듭니다.

 

우리는 각자가 더 행복하다고 믿는 대로 행동하려 합니다. 그런데 그 행복의 기준은 시대마다 장소마다 같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떤 새로운 믿음이 생겨나서 그 믿음을 따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회에서는 바보취급을 당해야합니다.

목욕하지 않는 문화가 깨진 것은 미국의 호텔들에서 방에 화장실을 만들면서부터였다고 합니다. 처음엔 프랑스 사람들은 그런 행위를 바보취급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바보가 된 믿음이 있었기에 목욕하지 않는 문화가 사라질 수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한 이방 여인을 바보로 만들어버립니다. 이방 지역에서 아무도 예수님께 그런 믿음을 보인 적이 없는데 한 여인만이 끝까지 예수님을 따라다니며 딸의 치유를 청합니다. 예수님은 이스라엘 백성은 자녀고 이방인은 개와도 같다고 하시며 그녀에게 모욕감을 주시지만 그녀는 굴하지 않고 예수님을 따릅니다. 예수님은 일부러 그녀의 믿음을 시험하려고 그녀가 어디까지 바보가 될 수 있는지를 보신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홀로 바보가 되어 손가락질 당할 수 있을 정도로 믿는다면 그 믿음이 진짜 믿음입니다. 세속적 평가에 연연하여 눈치를 보며 예수님을 따른다면 그런 믿음은 그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합니다. 믿음은 나를 변화시켜 예수님처럼 이 세상에서 바보가 되게 만듭니다. 나를 바보로 만드는 믿음이 생겼다면 비로소 예수님을 만난 것입니다.

 

부처님이 꽃을 한 송이 집어 올려 제자들에게 보이며 각자에게 뭔가 말해보라 하셨습니다. 한참을 말없이 응시하더니, 한 제자가 한바탕 꽃 철학강의를 펼쳤습니다. 다른 제자는 한가락의 시를 읊었습니다. 또 다른 제자는 한 대목 비유 이야기를 엮었습니다. 저마다 자기가 남보다 더 깊이 있는 말을 하려고 애쓰고 있었습니다.

오직 마하가섭만은 말없이 꽃을 바라보다가 활짝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만이 꽃을 것입니다. 나머지는 꽃이 자신을 보게 한 것입니다. 꽃을 통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진정 보았다면 그것이 나를 변화시키게 해야 합니다. 예수님과의 만남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 때문에 세상에서 바보가 되어보지 않았다면 아직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본 것이 아닙니다. 식사할 때 혼자 십자성호를 그어보고, 어처구니없는 액수를 꾸어도 줘보고, 그런 돈을 갚지 않는 사람을 용서해주는 바보가 되어보지 않았다면 아직 예수님을 본 것은 아닙니다.

 

만남은 믿음을 전제로 하는데 믿음은 세상에서 나를 바보로 만듭니다. 술을 보고 마시지 않는 사람은 술은 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꿀에 대한 지식이 충만해도 맛보지 않은 사람은 실제로는 꿀을 만나보지 않은 것입니다. 술로 취해보아야 술을 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껍데기만 보고 안다고 하는 것은 거짓입니다. 믿음도 그렇습니다. 오늘 이방인 여인은 그리스도를 만나 취할 줄 아는 여인이었습니다. 믿음으로 취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세상도 취하게 됩니다.

 

 

 

 

 

 

http://www.수원교구영성관.com/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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