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1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08-30 조회수2,517 추천수12 반대(0)

제가 머무는 중앙동 성당은 2019년이면 본당 설립 50주년을 맞이합니다. 저는 이곳에서 첫영성체를 했고, 견진성사를 받았고, 신학교에 입학했고, 사제서품을 받아 첫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중앙동 성당은 제 신앙의 뿌리입니다. 이곳에서 만났던 주일학교 친구들을 아직도 만나고 있습니다. 성당은 50주년을 맞이하면서 여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미사 전에 50주년을 기념하는 기도를 바치고 있습니다. 본당 설립 50주년을 기억하는 사진과 기록물을 모으고 있습니다. 9월에는 50주년을 기념하며 성극 공연을 한다고 합니다. 본당 설립 50주년의 행사가 잘 치러지기를 바랍니다. 50년을 넘어 100년을 준비하는 신앙의 공동체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제가 군대에 있을 때입니다. 모두가 쉬는 주말에 가끔 사역이라는 이름으로 일을 할 때가 있습니다. 갑작스레 높은 분이 오신다던가, 부대 주변의 시설이 비바람에 무너졌을 때 청소를 하거나, 복구 작업을 해야 합니다. 사실 다들 쉬고 싶은 주말에 일하러 나가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은 아닙니다. 일직사관이 인원을 모집합니다. ‘참호 복구 작업 20명 나와라.’, ‘장마철 대비 하수도 정리 작업 10명 나와라.’ 그러면 대게는 계급순으로 밑에서부터 작업 인원이 정해집니다. 그런데 그런 작업에 계급이 높은데도 지원을 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물론 후배들이 잘 따르는 친구입니다. 일을 많이 했기 때문에 작업도 쉽게 하는 그런 친구들입니다. 힘든 일, 고된 일을 해도 언제나 밝고 환한 그런 친구들은 쉽게 볼 수는 없지만, 밤하늘을 비추는 별과 같은 존재입니다.

 

우리 사회에도 그런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노숙자들을 위해서 매주 식사를 준비하는 본당이 있습니다. 봉사자들은 기쁜 마음으로 음식을 준비하고 늦은 시간까지 봉사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성가복지병원에는 많은 의사가 무료로 진료를 해 주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능력과 재능을 이웃을 위해서 나누는 것입니다. 달동네에서 공부방을 하는 대학생 친구들도 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여름에 산으로, 들로 바다로 휴가를 가는데 달동네의 공부방으로 휴가를 가는 친구들입니다. 다들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작은 성당으로 자청해서 지원하는 신부님도 있고요. 주변을 보면 하늘의 별처럼 기쁨과 희망을 주는 분들이 있습니다.

 

처음 군대 생활을 할 때, 군종 신부님을 모시고 군 성당에서 일했습니다. 어느 날, 신부님께서 용산으로 출장을 가신다고 하셨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성당 정리 잘하고, 아직 계급이 낮으니 부대에서 지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신부님의 말씀을 다르게 들었습니다. 앞으로 신부님이 안 계시는 동안 마음껏 지내도 좋다는 뜻으로 들었습니다. 3일 동안 다녀온다고 하셨습니다. 신부님의 말씀을 듣고 라고 대답은 했지만, 신부님 없는 3일 동안 신나게 놀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리도, 청소도 뒤로 미루고 신부님 오시는 날 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동료들과 놀고, 낮에도 쉬고 있었는데 신부님께서 오셨습니다. 출장이 취소되었기 때문입니다. 신부님께서 안 계셔도 충실하게 일을 해야 하는데 꾀를 부리다가, 야단만 맞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깨어있으라고 하십니다. 단순히 눈을 뜨고 있으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어둠 속을 밝히는 횃불이 되라는 말씀입니다. 꺼져가는 불꽃을 다시 키우는 불쏘시개가 되라는 말씀입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뒤로 숨기보다는 언제나 당당하게 앞서서 가셨던 주님처럼 선두에 서라는 말씀입니다. 깨어있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마음의 눈으로, 신앙의 눈으로, 영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세상을 보면 날마다 숨 쉬는 순간마다 하느님을 찬양할 수 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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