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서 공석 신부님의 강론(연중 제22주일. 2018년 9월 2일)
작성자강점수 쪽지 캡슐 작성일2018-08-31 조회수1,903 추천수1 반대(0) 신고

 

연중 제22주일. 201892.

마르 7, 1-8. 14-15. 21-23. 신명 4, 1-2. 6-8.

 

우리가 오늘 제1독서로  들은구약성서신명기율법의 기원(起源)에 대해 말하였습니다.  율법은 이스라엘이 함께 계시는 하느님을 기억하며 살기 위해 필요한 지침이었습니다모세는 설명합니다우리가 부를 때마다 가까이 계셔 주시는, 주 우리 하느님 같은 신을 모신 위대한 민족이 또 어디 있느냐?”  율법은 하느님이 가까이 계신 사실을 사람들에게 상기시킵니다그 사실을 깨달은 사람은 하느님이 자기 안에서도 일하시게 하기 위해 그분이 하시는 일을 스스로 실천합니다율법은 바로 그 깨달음과 그 실천이 발생하게 하는 지침(指針)이었습니다.

 

인간 사회에는 각종 법()이 있습니다그 법을 잘 지키면 그 사회에서 무사히 살지만, 그것을 잘못 지키면 화를 입기도 합니다도로교통법(道路交通法)을 예로 들면우리가 그것을 잘 지키면, 우리 모두가 도로를 자유롭게 이용하여 잘 이동할 소 있지만,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우리는 교통사고를 내거나범칙금을 물어야 합니다도로교통법은 우리 모두가 도로를 잘 이용하는 혜택을 줍니다.  이스라엘에게 주어진 율법은 하느님이 함께 계신 사실을 환기시키고, 그분과 함께 사는 혜택을 누리도록 도와줍니다그것은 인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하느님과 함께 사는 자유의 혜택을 누리도록 합니다하느님의 일을 인간이 자유롭게 실천하도록 도와주는 율법입니다.

 

이스라엘은 600년 가까운 세월을 강대국의 식민지로 살았고, 예수님 시대에는 로마제국의 식민지였습니다오랜 식민지 생활을 겪은 이스라엘이 식민 지배를 벗어나 국권(國權)을 회복하는 것은 그들이 지닌 숙원(宿願)이었습니다그 민족적 숙원을 성취하기 위해당시 유대교 실세(實勢)들이 제시한 것은 율법을 충실히 지켜,  하느님의 도움을 얻어, 독립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바리사이파 사람과 율사는 그런 주장을 하던 유대교의 실세들입니다. 그들이 오늘 시비(是非)의 주제로 삼은 것은 조상의 전통이라 불리는 그 시대의 위생법입니다.

 

팔레스티나는 서쪽에 지중해를 두고북쪽과 남쪽과 동쪽에 사막이 둘러싸고 있습니다비는 1월과 2월 사이 한 달 동안만 오고평소에는 매우 건조합니다바람이 불면, 주변 사막의 모래가 날려 옵니다우리나라가 한 해에 몇 번씩 겪는 황사현상이 그곳에서는 우기(雨期)1월과 2월을 제외하고 1년 내내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물이 귀한 지방이라, 사람들은 물을 아낍니다. 그런 지역 여건을 생각하면, 오늘 복음이 말하는 조상의 전통이라는 위생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음식 먹기 전에는 반드시 손을 씻고시장에서 돌아오면 몸을 씻으라는 법입니다잔이나 단지나 놋그릇 등, 음식물을 담는 용기(容器)들도 자주 씻으라는 법입니다.

 

율법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율법의 존재 의미는 생각하지 않고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만 주었습니다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게 된 것입니다오늘 복음에 조상의 전통을 따르지 않는다고 항의하는 자들에게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고집하고 있다.”  오늘 1독서가 말하듯이이스라엘 백성이 지혜로웠던 것은 자기들의 삶 안에 가까이 계시는 하느님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율법은 인간과 함께 계시는 하느님의 일을 실천하여하느님이 인간의 삶 안에 주님으로 살아계시게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유대교 실세들은 율법을 이스라엘 국권(國權)의 회복이라는 인간 욕망을 성취하는 수단으로 삼아버렸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율법을 문자대로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사람들에게 강요하였습니다.

 

우리의 욕망을 성취하고, 그것을 하느님이 주신 축복이라 생각하는 경우는 우리에게도 흔히 있습니다예수님 시대 유대교 지도자들이 하던 오해와 같은 것입니다입학시험에 자녀가 성공하면하느님의 축복이고, 사업이 잘되면혹은 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되면, 하느님이 축복하셨다고 생각하는 오해들입니다.  모든 일이 하느님 안에 이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그러나 하느님은 몇 사람을 예뻐해서 그들의 염원(念願)을 이루어 주고다른 사람들은 실패하게 하시지 읺습니다이스라엘이 예뻐서 이스라엘을 지배하던 로마제국을 망하게 하지 않으셨습니다하느님을 믿는 축구 선수들을 하느님은 예뻐하시고, 상대 팀을 패배하게 하지 않으십니다하느님께 빌어서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내어, 자기 한 사람 잘되겠다는 것은 인류가 있으면서부터 가진 욕심입니다우리 조상들은 중요한 일 앞에 정화수(井華水)를 떠놓고 빌었고가물면 기우제(祈雨祭)를 지냈습니다심청전(沈淸傳)에 나오는 심청은 공양미 300석을 바치고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는 특권을 얻었습니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하느님에게 기도하지 말자는 말이 아닙니다받은 것을 은혜롭게 생각하지 말자는 것도 아닙니다다만 나 한 사람의 뜻이 이루어진 것을 하느님의 축복으로 생각하고말하지 말자는 것입니다오늘 복음은 말했습니다.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킨다.”  하느님에게 빌면나에게 특혜를 베풀어주신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 이기심(利己心)의 소행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들 가운데 있다.”(루가 17,21)는 예수님의 말씀입니다하느님으로부터 혜택을 받았다고 믿는 사람은 그것을 자랑하지 않고그 은혜로움을 다른 사람에게 실천합니다그래서 하느님이 우리 안에 살아 계시게 합니다.

 

세계 제2차대전 중 독일 나치 수용소에서 서른아홉의 젊은 나이로 1944년 처형당한 독일 신학자가 있습니다본회퍼(D. Bonhoeffer)라는 개신교 목사입니다. 그분이 옥중(獄中)에서 남긴 시()가 있습니다. 그는 그 시에서 우리가 하는 일과 하느님이 하시는 일을 설명합니다.

 

사람들은 비통할 때 하느님을 찾습니다. 그분께 빵과 기쁨을 달라고, 도움을 달라고 부르짖습니다. 병에서, 죄에서, 죽음에서 구해달라고 기도합니다. 그리스도를 믿는 이도 믿지 않는 이도 모두가 하는 일입니다.”

 

신앙인이든 비 신앙인이든 모두가 실천하는 우리의 관행이라는 말입니다이 시는 계속됩니다.

 

사람들은 하느님이 비통할 때 하느님을 찾습니다. 가난하고 천하고, 쉴 곳도 먹을 것도 없는 하느님을 봅니다.

죄와 연약함과 죽음에 버려진 하느님을 봅니다. 하느님이 고통당하시는 동안 그리스도인은 하느님 곁에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불행한 이웃버려진 이웃 안에 계시는 하느님을 본다는 말입니다그리고 그 이웃을 돕는 것은 그 이웃 안에 계시는 하느님을 알아보고그 하느님과 함께 있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 시()는 이렇게 끝맺습니다.

 

하느님은 비통함에 잠긴 모든 사람을 찾아오십니다하느님은 당신의 빵으로 그들의 몸과 마음을 먹이십니다. 하느님은 그리스도인을 위해 또 믿지 않는 이를 위해 십자가에 죽으셨습니다모든 사람을 용서하기 위한 일이었습니다.

 

하느님은 비통함에 잠긴 모든 이, 신앙인이든 비 신앙인이든, 모든 이와 함께 계시고우리를 통해서 그들을 위해 하시는 일이 있다는 말입니다.

                                                                                 서 공석 신부님의 강론. 

요즘 트위터 페이스북 더보기
-->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