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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탄생 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09-08 조회수2,523 추천수12 반대(0)

 어머니는 저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습니다. 제가 태어난 날, 제가 좋아하는 음식, 제가 잘 먹지 않는 음식을 아십니다.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저의 일들도 기억하십니다. 어릴 때 길을 잃어버렸던 일도 기억하시고, 공부를 잘해서 상을 받은 것도 기억하십니다. 제가 본당을 옮기면 먼저 그 본당에 가서 기도하셨습니다. 저의 생일이면 전화를 하시고, 선물도 마련하셨습니다. 어머니에게 저는 세상 그 어떤 사람보다 잘나고, 똑똑하고, 강론도 잘하는 사제입니다.

 

그런 어머니가 요즘은 휠체어를 타셔야 움직이십니다. 요양병원에서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십니다. 어머니는 저를 많이 아시는데 저는 어머니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어머니의 생일도 한참 생각해야 기억납니다. 어머니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시는지, 어머니가 즐겨 부르시는 노래는 무엇인지, 어머니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인지, 어머니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묻지도 않았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제 기억에 어머니는 무척 강하셨습니다. 집안의 모든 일을 혼자 하셨습니다. 이사를 할 때도 짐을 혼자 정리하셨습니다. 연탄장사, 쌀장사도 하셨고, 밥장사도 하셨습니다. 필요한 돈을 말씀드리면 어디선가 마련하셨습니다. 가장 먼저 일어나셨고, 가장 늦게 잠자리에 드셨습니다. 가족들은 어머니의 희생과 헌신을 당연한 듯이 받았습니다. 가족들이 모두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매일 미사참례를 하셨고,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대녀들은 어머니를 좋아하였고, 어머니와 만났습니다. 휠체어에 의지하지 않고,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들에 환한 웃음을 보여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오늘은 성모님의 탄생 축일입니다. 교회는 성모님에게 특별한 공경과 사랑을 드립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사랑하는 제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이 분이 이제 당신의 어머니입니다.” 신앙인들은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를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성모님을 교회의 어머니로 모시는 것입니다. 성모님께서는 예수님을 낳으셨고,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서 십자가를 지고, 돌아가셨습니다. 성모님께서 예수님을 낳으셨기에 공경하는 것도 맞지만, 우리가 성모님께 공경을 드린다면 성모님께서 순명의 모범을 보여주셨고, 신앙인이 가야 할 길을 가셨고,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고통을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성모님은 순명의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이 몸은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라고 말하였습니다. 구원의 역사는 성모님의 순명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는 순명은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원하는 곳으로 가는 순명은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함을 받을 수 있는 일까지도 받아들이는 것이 참된 순명입니다. 모두가 꺼리는 일을 받아들이는 것이 참된 순명입니다. 그 일 때문에 순교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받아들이는 것이 참된 순명입니다. 교회는 순명의 씨앗에서 피어나는 신앙의 꽃입니다.

 

성모님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았고, 그 일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성모님께서 엘리사벳에게 하였던 마리아의 노래에서 볼 수 있습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이름은 거룩하고 그분의 자비는 대대로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미칩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를 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 당신의 자비를 기억하시어 당신 종 이스라엘을 거두어 주셨으니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대로 그 자비가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영원히 미칠 것입니다.” 성모님의 찬가는 모든 신앙인이 따라가야 할 삶의 모범입니다.

 

성모님은 고통을 받아들였습니다. 아들 때문에 가슴이 예리한 못에 찔리는 고통을 받을 것이라는 말을 듣는 것, 아들을 데리고 피난을 간 것, 아들이 미쳤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 십자가를 지고 가는 아들을 바라보는 것, 십자가에 매달리는 아들을 보는 것, 십자가에서 죽은 아들을 보는 것, 죽은 아들을 품에 안고 바라보는 것은 성모님의 고통입니다. 성모님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라면 주어지는 모든 고통을 가슴에 새기고, 받아들였습니다.

 

오늘은 성모님의 탄생 축일입니다. 우리는 생일을 맞이하는 분들에게 선물하곤 합니다. 선물은 주는 분이나, 받는 분이나 모두 즐거운 법입니다. 성모님께서 원하시는 선물은 무엇일까 생각합니다. 우리들의 기도, 우리들의 선행, 우리들의 나눔을 성모님께서는 생일 선물로 받고 싶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성모님의 탄생 축일을 지내면서 성모님께서 원하시는 선물을 드리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천주의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시어 그리스도께서 약속하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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