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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월 14일 금요일 성 십자가 현양 축일 독서 (민수21,4ㄴ-9)
작성자김종업 쪽지 캡슐 작성일2018-09-14 조회수1,996 추천수0 반대(0) 신고

 

 

 

  9월 14일 금요일 성 십자가 현양 축일

제1독서 (민수21,4ㄴ-9)

 

 

 

 그래서 백성은 하느님과 모세에게 불평하였다. "당신들은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올라오게 하여, 이 광야에서 죽게 하시오? 양식도 없고 물도 없소. 이 보잘것없는 양식은  이제 진저리가 나오." (5)

 

'에게'로 번역된 전치사 '뻬'(be)는 '~안에' 라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을 향하여', '~을 대항하여'(against) 란 뜻을 가진다. 그리고 '불평하였다'로 번역된 '예답베르'(yedabber)의 기본형인 '따바르'(dabar)'말하다' 란 뜻을 기본적으로 갖는 동사이다. 따라서 직역하면 '그래서 백성은 하느님을 대항하여 그리고 모세를 대항하여 말했다' 가 된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거칠고 험한 광야길로 인해, 그리고 물도 없고 식물도 없음으로 인해 하느님을 대항하는 죄를 범한 것이다. 결국 장래에 대한 희망과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가지기 못했던 그들은 결국 광야길을 견디지 못하게 되었고, 그들의 마음은 마침내 하느님을 적대하고 원망하는 죄를 범하게 된 것이다.

 

'이 보잘것없는 양식도 이제 진저리가 나오.'

 

먼저 '보잘것없는' 에 해당하는 '켈로켈'(qelloqel ; light)이란 형용사의 어근은 '가벼운', '가치없는', '만족스럽지 못한' 이란 의미이다. 이러한 사실은 이 단어와 같은 어근의 동사 '칼랄'(quallal)의 사역형이 '~을 경멸하여 하찮게 여기다' 라는 뜻이 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2사무19,44 ; 이사8,23 ; 에제22,7)

 

따라서 '이 보잘것없는 양식'(ballehem haqqelloqel ; 빨레헴 학켈로켈) 이란 '가치없는 음식', '하찮은 음식' 이란 뜻이며, 전통적으로는 '곡식 대신으로 쓰이는 구황(救荒)식량이나  맛없는 음식'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그러나 여기서 '보잘것없는 양식' 이란 특별히 '만나'를 지칭한다.(탈출16,31)

 

그리고 '이제 진저리가 나오'로 번역된 '카차'(qatsa)의 원형 '쿠츠'(quts)'싫어하다', '멀리하다'(잠언3,7), '멸시하다', '미워하다'(1열왕11,25), '역겨워하다', '가증히 여기다'(레위20,23) 등으로 번역되는데, 이 동사는 단순히 싫어하는 정도를 넘어서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며, 나아가서는 그 대상이 없어지고 끊어지기를 바라는 감정적 반응 나타내는 말이다.

 

즉 이스라엘 백성들은 지난 40년간의 광야 생활 동안, 하늘에서 매일 내려 주시는 만나가 이제 싫증이 나고, 싫어지게 되었다고 불평하고 있는 것이다. 이 만나는 출애굽 초기, 굶주림에 허덕이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느님께서 직접 내려 주신  것이었다.(탈출16,10)

 

처음엔 꿀처럼 달았던 만나를 그들은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먹었지만, 약 40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 '만나' 가 싫어지고 질리게 되었던 것이다.

 

급기야 이들은 이 양식에 대한 불평을 하게 되었고, 나아가서 양식을 주신 하느님의 존재와 출애굽 자체마저 원망하게 되고 말았다.(민수20,24 ; 신명9,24) 이것은 곧 하느님께 대한 심각한 불신앙이었고, 하느님의 은혜에 감사하지 않는 교만한 행위였다.(시편100,4 ; 콜로1,12 ; 1테살5,18 ; 2테살2,13)

 

'그러자 주님께서 백성에게 불뱀들을 보내셨다.  그것들이 백성을 물어 많은 이스라엘 백성이 죽었다'(6)

 

'불 뱀들을'은  원문에서는 '한네하쉼 핫세라핌'(hannehashim hasseraphim; venomous snakes ; fiery serpents)으로 나온다. '불 뱀들' 이란 단어는 ''을 뜻하는 '네하쉬'(nehash)의 복수형인 '네하쉼'(nehashim)'불에 사르다'(민수19,5), '불타 버리다'(1사무30,3) 란 뜻을 지닌 동사 '사라프'(saraph)에서 유래된 명사 '세라핌'(seraphim)이 결합된 것이다

 

이 뱀들은 당시 이스라엘이 여행하던 광야 지역(특히 아라바 지역)에 많이 서식하던 독사(毒蛇)가운데 한 종류로서(신명8,15) 등에 '불타는 듯한 붉은 반점' 이 있는 뱀을 일컫는다. 이 뱀들은 독성이 강하여 한번 물리게 되면, 그 독이 온몸에 퍼지며 높은 열이 올라 결국 죽음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따라서 '불뱀'이란 이름은 뱀의 모양 뿐만 아니라 그 맹독성을 강조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리고 '보내셨다'로 번역된 '와예살라흐'(wayeshallah)'살라흐'(shallah)의 강조형에 접속사 '와우'(wau)가 결합된 형태이다. 기본적으로 사람이나 선물 등을 '보내다' 란 뜻을 지닌 '살라흐'(shallah)가 강조형으로 쓰이면, '놓아 주다', '보내주다'(레위14,53), '풀어주다', '해방하다' 란 의미를 지니게 된다.(이사45,13 ; 즈카9,11) 본문에서는 하느님께서 보호의 손길을 거두시고, 심판을 위해 적대적인 것을 풀어 놓는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예레9,16 ; 아모4,10)

 

하느님께서는 가나안 진입을 위한 남은 여정을 참아내지 못하고, 식물과 물이 없음으로  하느님께 교만하게  대적하여 범죄한 이스라엘 백성들을 징계하신다. 아라바 광야에서 서식하던 '불 뱀'들을 보내셔서 물게 하시는데, 이것은 만물의 주인되시는 하느님께서 당신이 만드신 피조물을 사용하셔서, 초자연적인 역사를 이루시는 능력을 보여 주시는 것이다.(로마11,36참조)

 

'그 사람이 구리 뱀을 쳐다보면 살았다' (9ㄴ)


'쳐다보면' 으로 번역된 '웨힙비트'(wehibbit ; when he beheld ; when anyone looked at)는 이사야 예언서 5장30절을 제외하고, 모든 용례에서 본문에서처럼 사역형으로만 사용되는 동사 '나바트'(nabat)에  접속사 '와우'(wau)결합된 형태 쓰였다.

 

'나바트'(nabat)는 '지켜보다', '바라보다'(탈출33,8), '살피다', '살펴보다'(시편142,5), '바라다 보다'(애가5,1), '바라보다', '앙망하다'(시편34,6) 등으로 번역되는데, 특히 이 동사가 '하느님을 바라보다' 란 의미를 내포하게 된다.(시편34,6 ; 이사51,1 ; 22,11) 본문 역시 온전한 믿음과 신앙의 눈으로 하느님만을 바라본다는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구리뱀'(네하쉬 한네호셰트; nehash hannehosheth ; the serpent of brass ; the bronze snake)을 달아 놓은 기둥(장대)을 바라보면 살게 될 것이라는 하느님의 말씀믿음으로 받아들이고, 그 말씀을 따라 그것을 바라보는 자는, 불뱀에게 물린 상처와 모든 증상이 말끔히 낫게 되었다.

 

이처럼 '나바트'(nabat)라는 단어의 의미대로, 그들의 '바라보는' 행위는 하느님의 말씀을 '신뢰'하고 '순종'하는 것이었으며, 이것을 통해 구원의 기쁨을 맛볼 수 있게 된 것이었다.(요한3,16)

 

즉 본문은 불평불만에 가득찼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회개하고 하느님께로 돌아왔고, 또한 그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믿고 순종하였을 때에, 마침내 하느님께서는 진노를 거두시고 백성들과의 관계를 회복하셨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것은 오늘날의 우리도 십자가상의 예수 그리스도만을 바라봄으로,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가 지속될 수 있음을 알게 해 준다.(콜로2,14.15)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요한3,16-17)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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