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서 공석 신부님의 강론(한가위 미사. 2018년 9월 24일)
작성자강점수 쪽지 캡슐 작성일2018-09-21 조회수2,035 추천수1 반대(0) 신고

 

한가위 미사. 2018924.

요엘 2, 22-26; 루가 12, 15-21.

 

우리 조상(祖上)들은 오곡백과(五穀百果)가 무르익는 가을, 달 밝은 날을 택하여 추석(秋夕) 명절을 정하였습니다그들은 그들이 수확한 곡식과 과일로 차례(茶禮)상을 차려 놓고, 돌아가신 집안 어른들을 생각하였습니다그들은 선조(先祖)들의 노고와 베푸심이 있었기에 후손(後孫)인 우리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선조들에게 감사를 드렸습니다그와 동시에 그들은 수확한 풍요로움이 은혜롭다는 사실도 마음에 새겼습니다설과 한가위, 우리나라의 전통적, 두 큰 명절에 행해지는 의례(儀禮)들을 보면베풀어진 것에 대한 감사가 신기하게 지배하고 있습니다두 명절이 모두 조상들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고 있습니다이스라엘 랍비들의 문서인탈무드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하느님이 곳곳에 다 계실 수 없어 어머니를 주셨다.”  어머니의 사랑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읽으라는 말입니다그 말을 연장하여 생각하면, 조상들에게 드리는 우리의 감사는 하느님이 하신 일에 대한 감사이기도 합니다.

 

한가위에는 집집마다 친인척(親姻戚)들이 함께 모여돌아가신 집안 어른들을 기억합니다. 떠나가신 그분들로 말미암아 맺어진 형제, 자매, 친척들의 인연입니다돌아가신 집안 어른들을 기억하는 마음은 가족과 친인척의 은혜로움도 깨닫게 해줍니다그것은 조상들을 기점(起點)으로 우리 주변을 다시 보는 행위입니다조상들이 사랑하신 가족과 친인척들을 새롭게 보는 일입니다.

 

인류역사가 있으면서 베풂의 역사가 시작하였습니다.창세기는 하느님이 인간을 창조하셨다고 말하면서 베풂의 역사가 하느님으로부터 시작하였다고 말합니다그것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중심이 된 문화권에서 발생한 언어입니다아시아의 문화권은 하느님이라는 단어 대신 하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습니다.  하늘이 주신 조상입니다그래서 그 문화권은 효()를 삼강오륜(三綱五倫)의 기본으로 삼았습니다그리고 우리는 천생연분(天生緣分)이라는 단어도 사용합니다하늘로 말미암아 발생한 인연이라는 말입니다.  ()는 그 인연을 은혜로운 것으로 알고, 감사드리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인간은 천생연분을 소중히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면서 인간의 도리를 다 합니다집안 어른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그분들로 말미암아 발생한 형제자매들을 소중히 생각하며 사랑합니다형제자매를 미워하는 효자(孝子)는 없습니다우리의 문화권이 말하는 효()라는 덕목(德目)에는 하늘이 맺어준 인연들을 소중히 생각한다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어리석은 부자(富者)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었습니다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밭에서 많은 소출을 얻었습니다그는 큰 창고를 지어서 곡식과 재산을 넣어 두었습니다그리고 그는 실컷 쉬고, 먹고 마시며 즐기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그 날 밤 그를 불러 가셨다는 이야기였습니다그 이야기 끝에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財貨)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富裕)하지 못한 사람은 바로 이러하다.”

 

우리 자신만 바라보는 좁은 시야(視野)에 갇혀 살지 말라는 말씀입니다사람이 사는 데에는 곡식도 재물도 있어야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생존을 보장하지 않습니다먹고 마시며 즐기는 것이 우리 삶의 보람일 수는 없습니다오늘 복음이야기의 주인공이 지닌 시야에는 자기밖에 없습니다자기 한 사람이 부유한 생활을 하는 것이 자기 생명의 최대 과제입니다오늘 복음은 그것이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말합니다그 주인공은 은혜롭게 베풀어진 자기의 생명이라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그는 그가 수확한 것도 베풀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모릅니다그가 사람들과 가진 모든 인연들도 그에게는 소중하지 않습니다그 주인공은 베푸심의 흐름에서 스스로 이탈하여 유아독존(唯我獨尊)을 부르짖고 있습니다그에게는 은혜로운 것이 없습니다그에게는 자기 한 사람의 안일(安逸)과 그것을 보장해주는 재물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그는 소위 무원고립(無援孤立)의 경지를 택하였습니다.

 

우리도 우리 자신만을 바라보고, 우리 자신만을 소중히 생각하며 살 수 있습니다인간의 생각은 단편적이라, 우리는 많은 순간에 그렇게 생각하며 행동하기도 합니다이기심과 욕심에 사로잡혀, 자기 자신만을 소중히 생각한 순간들이 없었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우리는 때에 따라, 또 환경에 따라, 오늘 복음의 어리석은 부자와 같이 자기 한 사람만을 소중히 생각하고, 이기적(利己的)인 선택을 합니다.

 

우리의 조상들이 집안의 어른들과 형제자매들이 은혜롭다는 사실을 생각하던 이 계절(季節), 우리도 우리의 시야를 넓혀서 우리 주변을 보아야 합니다하느님이 은혜롭게 베푸신 우리의 생명이고, 또한 우리 주변의 생명들입니다오늘 우리는 우리 자신만을 소중히 생각하며베풂과 은혜로움의 흐름에서 일탈(逸脫)하는 우리의 시선을 잠시 멈추고돌아가신 집안 어른들과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인연들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신앙은 은혜로우신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사실을 근본으로 하고 있습니다그래서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릅니다우리보다 먼저 살고 가신 분들도 하느님과 함께 사셨고지금은 하느님 안에 살아 계십니다옛날 모세는 그 사실을 다음과 같이 포현하였습니다.  “선조들의 하느님,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시다.”(탈출 3, 15).  돌아가신 어른들을 위한 우리의 마음은 이제 기도로 표현됩니다. 그분들을 기억하며 바치는 우리의 기도는, 아직 살아 있는 우리도 그 은혜로우신 하느님과 함께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순간입니다먹고 마셔서 우리가 기쁘기만 한한가위는 아닙니다돌아가신 집안의 어른들이 하느님 안에 살아계신 사실을 다시 인식하고우리의 형제자매들을 은혜롭게 생각하고그들을 소중히 바라보게 하는 오늘의 명절입니다.

 

그래서 즐겁고 행복한 오늘입니다우리를 살리는 하느님이 계시고, 그분 안에 살아계신 집안어른들이 계십니다하느님이 은혜롭게 베푸신 우리 주변의 인연들이 있습니다이 계절이 주는 풍요로움을 은혜롭게 보는 그만큼하느님을 기점(起點)으로 한 우리의 시야(視野)는 넓어질 것입니다우리와 유명(幽明)을 달리하신 집안의 어른들과 더불어은혜로우신 하느님을 기억하고 감사를 드립시다하느님은 오늘도 축복하시고 사랑하십니다우리는 그 축복과 그 사랑을 연장하여 우리 주변에 실천하는 하느님의 자녀들입니다.

                                                        서 공석 신부님의 강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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