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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5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09-23 조회수2,281 추천수6 반대(0)

 

인간은 지성, 감성, 오성을 지닌 영적인 존재라고 합니다. 하지만 자연을 보면 이타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동물들이 있습니다. 혹등고래는 위험에 처한 다른 동물들을 도와준다고 합니다. 잠수하는 사람이 위험한 곳으로 들어가려고 하면 신호를 보낸다고 합니다. 위험에 처한 동물이 있으면 날개를 벌려서 피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합니다. 벌새는 새끼들이 비를 피할 수 있도록 정지 상태에서 날갯짓한다고 합니다. 왜가리는 지난여름 더위가 절정에 있을 때, 새끼들을 위해서 큰 날개로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고 합니다. 인간처럼 지성, 감성, 오성을 다 갖추지 않았지만,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동물들이 있습니다.

 

인간은 높은 지성을 가졌다고 합니다. 핵무기를 만들고, 미사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무기를 상대방을 향해서 겨눈다고 합니다. 인간이 배출하는 쓰레기 때문에 다른 많은 생명이 죽어간다고 합니다. 인간은 다른 생명이 사용해야 할 자원까지, 후손들이 사용해야 할 자원까지 인간의 쾌락을 위해서 사용한다고 합니다. 환경을 파괴하고, 자연을 오염시키고, 함께 살아가는 생명이 살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지적인 능력을 갖춘 인간이 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인간은 생존과 번식을 위해서 다른 생명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신념과 가치 그리고 종교와 이념 때문에 다른 생명을 죽이는 유일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제가 5살 때의 일입니다. 저는 어디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데 아마 그때부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루는 동네 앞에서 그냥 버스를 탓 습니다. 아무 생각도 없이 버스를 타고 나니 겁도 나고 무섭기도 하고 해서 내렸습니다. 버스 번호도 모르고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면서 그냥 걸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한강인데 그때는 한강을 보고 바다인 줄 알았습니다.

 

한참을 걷다가 경찰 아저씨를 만났고 경찰 아저씨는 저를 파출소로 데려갔습니다. 주소도 모르고 전화번호도 모르고(그때는 집에 전화도 없었지만) 아버지의 이름은 알았습니다. 저는 그날 파출소에서 하루를 지냈습니다. 아마 5살 나이에 파출소를 갔으니 저도 상당히 일찍부터 그쪽하고 친하게 지낸 셈입니다. 다음 날 아버지께서 파출소에 오셨고 저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파출소의 위치도 저를 도와주신 경찰 아저씨도 생각이 나질 않지만, 그날 저녁에 먹었던 밥은 기억이 납니다. 저 나름대로는 어릴 때 경험했던 아픈 추억입니다. 하지만 너무 어린 나이의 일이었고 자라면서 그때의 일은 거의 잊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저의 어머니는 그때의 일을 너무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입었던 옷, 신발 색깔을 다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길을 잃어버려 방황하는 저도 고생을 했지만 그런 아들을 찾기 위해서 온 동네를 다니신 어머니의 고통은 훨씬 크셨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 나이를 먹었고, 길을 잃지 않을 만큼 세상을 알고 길을 찾는 방법도 알고 있습니다. 제주도에 처음 온 분이 있으면 길을 가르쳐 줄 정도로 익숙하기도 합니다. 아프면 병원 갈 줄 알고, 배고프면 사 먹을 줄 알고, 세상의 일로 힘들거나 고통을 받는 일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또 많은 분이 저를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에게 넘겨질 것이고 그들이 그를 죽일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이 고통을 받을 것이고 죽기까지 할 것이라고 제자들에게 이야길 하십니다. 세상의 일 때문에 고통을 받는 것이 아니고 세상을 위해서 고통을 받으실 것을 이야기하십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세상의 기준으로 예수님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영광의 자리에 오르실 때 누가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를 놓고 서로 논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가야 할 길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길은 잘 찾아가지만 진정 제가 가야 할 진리의 길, 겸손의 길, 믿음의 길, 사랑의 길은 찾지 못하고 헤매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제 마음에 질투와 욕망의 때가 끼었기 때문입니다. 참된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저를 보면서 어쩌면 하느님께서 마음 아파하시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조금만 아파도 약을 먹습니다.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의사를 찾아갑니다. 어떤 때는 내 몸의 건강을 생각하며 걱정을 합니다. 물론 저의 육체도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니 소중하게 돌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런 정성의 10분의 일이라도 아니 20분의 일이라도 주 예수께서 걸어가신 길, 진리의 길, 믿음의 길을 찾기 위해서 노력을 했는지 돌아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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