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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빈첸시오 드 폴 사제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09-27 조회수3,533 추천수12 반대(0)

 

과학자들은 우주의 시작에는 시간도 공간도 없었다고 합니다. 엄청난 에너지가 한 순간에 폭발했고 그 결과 시간과 공간이 생겼다고 합니다. 시간과 공간을 우리는 우주(宇宙)라고 부릅니다. 시간과 공간을 통해서 원소들이 만들어졌고 원소들이 모여서 별이 되었고 별들 중에 하나가 지구라고 합니다. 지구라는 공간에 시간이 보태어져서 생명이 생겨났고 그 생명 중에 하나가 사람이라고 합니다. 우주라는 시간과 공간에 지구라는 공간은 먼지보다 작다고 합니다. 지구라는 시간과 공간에 잠시 머물다가 가는 사람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거시적인 측면에서 사람은 별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오늘 제1독서는 우리들이 하는 모든 것들은 먼지보다 작은 지구에서 벌어지는 것이니 헛되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헛되고 헛된 것 같은 이 세상을, 순간처럼 사라지는 이 세상을 어떻게 사느냐는 분명 우리의 몫입니다.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 나뭇잎처럼 살 수도 있고, 거친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살 수도 있습니다. 시간의 길이와 공간의 크기에서 우리는 정말 작고 또 작습니다. 그러나 가치와 의미를 부여한다면 우리의 짧은 생은 온 우주보다 결코 작지 않습니다. 흘러가는 구름을 보고, 들에 핀 꽃을 보고, 뺨을 스치는 바람을 느낄 수만 있어도 좋습니다. 넘어진 이웃의 손을 잡아 줄 수 있다면, 내가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다면, 옳고 그름을 식별할 수 있다면 우리의 짧은 생일지라도 그것은 안드로메다은하보다 더 소중한 것입니다.

 

세상에는 해야 할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은 매 순간 삶의 자리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사람의 손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아마도 그분들은 이 세상을 좀 더 깨끗하게 하였다는 행복을 맛보았을 것입니다. 형편이 어려운 조카의 등록금을 내준 삼촌이 있습니다. 본인도 그리 넉넉한 것은 아니지만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공부할 조카를 보며 삼촌은 이 세상이 좀 더 환해진 것을 보았을 것입니다. 지난 봄 길가에 코스모스를 심었던 분들이 있습니다. 가을, 길가에는 예쁜 코스모스들이 바람에 춤을 추고 있습니다. 코스모스를 보면서 길을 걷는 분들은 마음이 밝아질 것 같습니다. 봄에 코스모스만을 심은 것이 아닙니다. 세상은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희망을 심은 것입니다.

 

일의 결과만 보면, 목적만을 추구하면 힘든 생활이 되겠지만, 일을 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보고, 그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보람을 생각한다면 다가오는 모든 일이 하느님의 축복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무지개를 애써 쫓아가려하지 않고, 무지개를 바라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오늘 하루가 즐거울 수 있습니다. 결혼만 하면 잘 살 것 같지만, 결혼을 하고나면 또 다른 일들이 생겨납니다. 아이만 낳으면 행복할 것 같지만 아이를 낳으면서 많은 일들이 생겨납니다. 목적이 이루어지는 것이 인생이 아니라, 그 목적을 향해서 오늘 한걸음을 충실하게 걷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 제1독서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허무로다, 허무로다.’ 그리고 화답송은 이렇게 말을 합니다. ‘천년도 주님 눈에는 지나간 어제 같고, 한 토막 밤과도 같나이다.’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허무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의미를 모르고 방황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나오는 헤로데는 왕으로서 많은 권세를 누렸지만, 많은 재물을 가졌지만, 삶의 참된 진리를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허무한 삶을 살다 갔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권세와 힘 때문에 예언자인 세례자 요한의 목을 베는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방송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화려한 꽃이 떨어져야 열매가 맺어집니다.’ 결국 꽃이 시들어야 결실을 맺는 것처럼, 우리들의 삶도 땀을 흘리고, 자신을 희생해서 누군가를 위한 다리가 되어 줄 때, 진정한 결실을 맺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에게는 인생은 허무한 것이 아니라, 인생은 하느님을 만나는 축복의 시간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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