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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 공석 신부님의 강론(연중 제26주일. 2018년 9월 30일).
작성자강점수 쪽지 캡슐 작성일2018-09-28 조회수1,799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제26주일. 2018930.

마르 9, 38-43. 45. 47-48; 민수 11, 25-29.

 

인류는 오랜 진화(進化) 과정(過程)에서 얻은 유산(遺産)들을 지니고 있습니다그 중의 하나가 집단(集團)이기주의(利己主義)입니다같은 집단에 속한 개체(個體)들끼리 서로 보살피고 위해주어함께 번영하겠다는 것입니다그리고 자기들의 집단에 속하지 않는 개체들에게는 배타성(排他性)을 보입니다우리는 내 가족내 고향내 나라를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남의 가족, 남의 고향, 남의 나라를 비하(卑下)하여 생각할 수 있습니다흔히 사용되는 혈연(血緣),  지연(地緣),  학연(學緣)이라는 단어들이 그런 집단 이기주의를 감추고 있을 수 있습니다.  종교(宗敎)에 있어서도 내가 속하는 종교에 진리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과 다른 언어(言語)를 사용하는 종교들에는 진리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종교를 위한 우리의 집단이기주의는 그것이 감추고 있는 배타성을 신조(信條)화하여우리가 속하는 종교에만 진리가 있다고 말하면서 타종교들을 비하하여 말할 수 있습니다.

 

2차 바티칸공의회는 1965년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타종교들 안에도 하느님의 말씀의 씨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그리스도 신앙인은 그것을  기쁨과 경의를 가지고 발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고 선언하였습니다. 교회의 선교활동에 관한 교령(11)에서 공의회는 그리스도 신앙만을 옳은 종교라고 생각하던과거의 관념을 탈피하고,  타문화의 종교들 안에도 하느님이 하신 일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공포한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복음은 사도 요한이 예수님에게 드리는 말씀으로 시작하였습니다예수님의 제자 집단에 속하지 않는 사람이 예수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더라는 것입니다그래서 그런 일을 하지 못하게 막았다고 보고합니다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말리지 마라...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이어서 나오는 말씀입니다.  “그리스도의 사람이라고 하여 너희에게 물 한 잔이라도 주는 사람은 반드시 자기의 상을 받을 것이다.”  예수님의 제자 집단에 속하지 않더라도 그리스도의 일을 할 수 있으며, 그리스도의 일을 하는 이에게 물 한잔의 성의라도 보이는 사람도 그리스도를 위해 일한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이 보잘것없는 사람들 가운데 누구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사람은불행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손이 죄를 짓게 하거든...발이 죄를 짓게 하거든...눈이 죄를 짓게 하거든’,  찍어버리고 베어버리라는 유대인적 과장법을 사용하여 죄를 근본적으로 피하라고 말씀하십니다여기서 보잘것없는사람은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을 가리킵니다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은  말째가 되어 모든 이를 섬기는 사람”(마르 9,35)이 되어야 한다는 예수님의 가르침이었습니다그래서 오늘 복음은 그리스도 신앙인을  보잘것없는사람이라고 표현합니다. 섬기는 것이 그리스도의 일이고 섬김을 좌절시키는 것이 죄()라는 오늘 복음의 말씀입니다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그리스도의 섬김을 은폐하는 일을 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우리에게 신앙은 과연 섬김의 실천입니까? 아니면그리스도로부터 은혜를 입어 나 한 사람 대우받고영원히 잘 살아 보겠다는 수작입니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모인 사람들의 집단이 교회입니다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모인 사람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일을 실천합니다예수님이 가르친 섬김을 실천한다는 말입니다교회법(敎會法)이 있고, 그 법을 따라 조직된 것이 교회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그러나 교회도 사람들의 모입입니다그 안에는 인간의 집단적 이기주의도 살아있을 수 있습니다우리의 모든 법과 제도를 배타성을 띤 집단이기주의식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하느님은 우리가 만든 법과 제도에 갇혀 계시지 않습니다교회의 법()과 제도(制度)는 한 시대의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의 일을 실천하는 데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든 것입니다그러나 그 법과 제도는 시대가 바뀌면, 새롭게 해석되어야 합니다시대적 여건이 다르면, 달리 이해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우리는 그리스도의 일을 실천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과거 한 시대의 법과 제도에 얽매여 그리스도의 일을 외면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제1독서로 들은 민수기는 모세의 고사(古事) 중 하나를 소개하였습니다모세는 장로(長老) 일흔 명을 택해서 만남의 장막에서 그들이 하느님으로부터 영()을 받게 하였습니다그런데 모세가 택해 주지 않아, 장막에 가지 않았던 장로 두 사람에게도 영()이 내려 그들이 예언하기 시작하였습니다모세의 제자이면서 시종(侍從)인 여호수아는 그 소식을 듣자, 그들을 말려서 그 집단 안에 질서를 세워야 한다고 모세에게 권합니다모세가 택하지도 않은 사람이 영을 받으면, 그 집단 안에 질서가 문란해진다고 말합니다모세의 답입니다.  “너는 나를 생각하여 시기하는 것이냐? 차라리 주님의 온 백성이 예언자였으면 좋겠다.”  모세는 자기가 한 선택이 중요하지 않고, 하느님이 하시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입니다모세 자신의 권위가 아니라하느님이 하시는 일의 권위를 생각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모세가 선택한 집단에 속하는 사실이 중요하지 않습니다오늘 복음은 예수님이 선택한 제자 집단에 속한다는 사실이 하느님의 일을 하도록 보장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하느님이 하시는 일이 중요하고, 그리스도가 보여주신 삶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하느님은 사람들 안에 일하십니다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가 보여주신 하느님의 일을 실천합니다. 옛날 사람들이 만든 교회법이나 제도에다배타적이고 소심한 우리의 해석을 가미하여 더 배타적이고 더 군림하는 장치(裝置)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하느님의 일을 외면하는 것입니다그것은 예수 그리스도가 가르친 섬김을 실천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죄가 될 수 있습니다손과 발을 찍어버리고, 눈을 빼어버리는 극단적 조치를 해서라도 그런 불행을 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오늘 복음의 말씀입니다.

 

하느님은 한 시대의 사람들이 만든 법이나 제도 안에 갇혀 계시지 않습니다하느님은 우리가 만든 신분(身分)을 보고 사람을 차별(差別) 대우하지 않으십니다(사도 10,34참조).  예수님은 살아계실 때유대교의 법과 제도그리고 그 제도로 말미암아 행세하는 율사와 사제들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으셨습니다예수님은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를 실천하셨습니다당신을 따르는 사람도 같은 실천을 하여섬기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셨습니다그 자비와 그 용서를 실천하는 섬김이 교회의 기본 질서가 되어야 합니다옛날에 만들어진 법과 제도에만 충실한 것은 오늘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을 죄짓게 하는 일일 수 있습니다하느님의 자비와 용서가 신앙인들의 삶 안에 살아 있어 섬김이 돋보이는 교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서 공석 신부님의 강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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