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6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09-30 조회수2,963 추천수11 반대(0)

 

9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지난여름의 뜨거움도, 태풍도 가을의 결실을 막지는 못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해하는 마음으로 10월을 맞이하면 좋겠습니다. ‘눈이 오는 추운 겨울에는 소나무와 전나무만 푸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늘 한결 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언제나 변함이 없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위기의 순간에도, 고난의 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십자가의 길에 끝까지 함께 했던 성모님과 여인들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주님의 십자가를 기꺼이 대신 지고 갔던 시몬과 주님의 얼굴에 흐르는 피와 땀을 닦아주었던 베로니카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목숨을 바쳐서 신앙을 지켰던 순교자들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며칠 전입니다. 차 트렁크를 닫지 않고 하루가 지났더니 차가 방전이 되어 시동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보험사에 전화를 해서 시동을 걸었지만 기다리는 동안 안절부절 못했습니다. 제게는 아직 눈이 오는 추운겨울에도 푸른 소나무와 전나무와 같은 한결같음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보험사에 전화를 하니 몇 가지 알아보는 절차를 하였고, 곧 차량 정비사와 연결해 주었습니다. 차량 정비사는 친절하게 배터리 충전을 시켜주었고, 차는 힘차게 시동이 걸렸습니다. 이 모든 일을 처리하는데 걸린 시간은 10분이 조금 넘었습니다.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났고, 평양 선언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하였습니다. 한반도의 평화는 남과 북의 정상이 손을 잡은 것만으로는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북한을 믿지 못하는 미국을 설득해야 합니다. 북한이 미국으로 기우는 것을 두려워하는 중국을 설득해야 합니다. 한반도가 강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일본도 설득해야 합니다. 남한 내에 북한을 믿지 못하고 적대시하는 사람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그러기에 한반도의 평화는 인내와 지혜를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조금 늦더라도 한걸음씩 천천히 걸어가야 할 것입니다.

 

오늘의 제1독서에서 여호수아는 하느님의 능력이 모세와 함께 있지 않았던 엘닷과 메닷에게 내린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그때 모세는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너는 나를 생각하여 시기하는 것이냐? 차라리 주님의 온 백성이 예언자였으면 좋겠다. 주님께서 그들에게 당신의 영을 내려 주셨으면 좋겠다.’ 오늘의 복음에서도 우리는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과 함께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병자를 치유하는 것을 보고 예수님께 이렇게 말을 하였습니다. ‘스승님, 어떤 사람이 스승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것을 저희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저희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므로, 저희는 그가 그런 일을 못 하게 막아 보려고 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그리스도의 사람이기 때문에 너희에게 마실 물 한 잔이라도 주는 이는, 자기가 받을 상을 결코 잃지 않을 것이다.’

 

오늘, 성서말씀을 통해서 우리는 영적식별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신앙인이라 말을 할지라도 영적식별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잘못된 길을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적식별의 기준은 이렇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를 때, 우리는 위로를 받기도 하고, 때로는 고독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뜻을 따를 때는 늘 좋은 결실이 맺어집니다. 악한 영을 따를 때도 우리는 위로를 얻기도 하고, 고독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악한 영을 따를 때는 언제나 나쁜 결실들이 맺어집니다. 향수를 뿌린 사람에게는 향수 냄새가 납니다. 담배를 많이 핀 사람에게는 담배 냄새가 납니다. 사과나무에서는 사과가 달리고, 배나무에서는 배가 달리듯이 우리는 하느님의 뜻인지, 악한 영의 뜻인지를 결실을 보고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뜻을 따랐기 때문에 십자가를 져야 했고, 골고타 언덕을 올라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셨고,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의 길을 알려 주셨습니다. 비록 고독과 좌절이 있었지만 하느님의 뜻을 따랐기 때문에 좋은 결실을 맺었습니다. 유다는 은전 서른 닢에 예수님을 팔아 넘겼습니다. 하지만 유다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악한 영을 따랐기 때문입니다.

 

악한 영을 따르는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분열과 갈등, 미움과 상처가 남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시기와 질투, 탐욕과 이기심이 함께 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기쁨과 평화, 나눔과 사랑이 남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인내와 친절, 겸손과 양보가 함께 있습니다.

 

우리가 영적으로 식별하는 기준은 무엇이어야 하겠습니까? 바로 예수님이시라면 어떻게 하였을까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삶, 예수님의 말씀, 예수님의 가르침이 우리 식별의 기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하면 우리는 영적인 삶을 살아 갈 수 있습니다. 공부를 잘하고 많이 배운 사람들이 세상을 지혜롭게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공부를 잘 하지 못했고 지식이 모자란 사람들이 세상을 지혜롭게 살 수 없을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닙니다. 어떤 처지에 있어도 영적인 식별을 잘 하는 사람은 세상을 지혜롭게 살 수 있으며, 하느님의 뜻을 충실하게 따라갈 수 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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