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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6♣철부지의 마음(김대열 프란치스코 사베리오 신부)
작성자신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8-10-06 조회수2,346 추천수3 반대(0) 신고

 

2018년10월6일 토요일 복음묵상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루카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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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부지에게 드러내 보이셨다는 말을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나 철부지 시절이 있었습니다.
좋아함도 싫어함도, 기쁨도 슬픔도, 꿈도 두려움도 모두가 고만고만 하던 우리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만화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이 되어 악당을 물리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칭찬을 듣거나,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리도 신이 났던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옛날 이야기나 동화에 숨을 죽이며 귀 기울이다 얼굴을 붉히기도,

환한 웃음을 짓기도 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급 동무가 전학을 가면, 뭐가 그리도 서러운지 모두가 하나같이 울어 대던 일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동네 동무들과 더운 지도 추운 지도 모르고,

날이 기울고 있는 것도 잊은 채 깔깔대며 신나게 놀던 것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별 것도 아닌 것에 때로는 감동해서, 때로는 기뻐서, 때로는 억울해서 소리내며 울던 일도 기억합니다.

소풍 가기 전에 새로 산 신발이 더러워질까 방에서만 신고 다니던 기억도 있습니다.

사람은 죽는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배우게 되었을 때,

제일 먼저 아버지, 엄마를 떠올리며 무서워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어느덧 50년이 되어가는 기억들입니다.

한마디로 순수했습니다.

쉽게 받아들였고, 쉽게 믿었고, 쉽게 좋아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했습니다.

옳다 생각했기에 받아들였고, 믿었고, 좋아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했습니다.

어렸을 때만 허락되는 세상이었습니다.

가장 맑고 때묻지 않은 마음이 허락된 시간이었습니다.

세월과 함께, 여러 이유로 우리의 마음은 혼탁해지고 때를 묻혀가며 지금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한다”는 말은

어쩌면 ‘보려 하지 않고,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은 뜻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자 하는 우리의 자화상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순수하고 맑아야 보고자 하고 듣고자 합니다.
그리고 옳음이 보이고 들립니다.
그 옳음이 기준이 되고 제대로 선택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 어린 시절이 그립다면 그 어린 시절의 마음을 되살려내야 합니다.
다행히 늙는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할 때,
하느님께서는 다시 한 번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을 주시는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호르몬의 변화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호르몬의 변화를 우리에게 코딩(Coding)하신 분이 하느님이시니 저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닌 듯합니다.

슬픈 것을 보면 슬퍼지고, 기쁜 것을 보면 기뻐합니다.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도 쉽게 대하고 싶지 않아집니다.
이를 하느님께서 주시는 신호라고 믿고 싶습니다.

결국 세상의 죄는 슬픈 것을 슬프다 하지 않고,
기쁜 것을 기쁘다 하지 않는 것에서 비롯되고 진행됩니다.

철부지가 엄마, 아빠의 말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이는 것처럼,
우리도 하느님께 절대적 신뢰를 보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수 있을 때 그분께서 보여주시는 길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세사키 가톨릭 천주교회 (김 대열 프란치스코 사베리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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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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